[일상체크]'여행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다.-영풍제련소 in 석포, 경북 봉화'

[일상체크]'여행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다.-영풍제련소 in 석포, 경북 봉화'

플래닛타임즈 2023-03-19 08:00:32 신고

3줄요약
여행과 환경,게티 이미지


· 에코투어 혹은 공정여행을 통해 환경을 개선하고 생태 보호하는 계기...교육적 효과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 제련소는 환경 문제와 지역민 갈등을 야기
·지역 생존권과 정체성이 달린 예민한 문제이므로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

코로나19를 겪으며 누구나 한번 아니 여러 번 여행의 소중함을 느끼고 어디든 떠나기를 기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보는 여행의 기회가 있으면 굳이 마다하지 않고 훌쩍 떠나는 것을 추천한다. 그중에서도 생태적인 측면을 고려한 친환경 에코투어가 있다. '에코투어리즘(Eco-tourism)'이란 환경(ecology)과 여행(tourism)의 합친 의미로, 환경 피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자연을 즐기는 여행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시작된 에코투어리즘은 이익만을 추구해서 자연 파괴를 일으키는 관광 개발이라는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생태 파괴를 근절하고 관광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운동의 일환이다. 이러한 여행의 형태는 1960년부터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더더욱 확대되었다.

최근에는 도시와 농어촌지역의 교류가 확대됨에 따라 서로가 이익이 되는 친환경 생태 여행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공정여행이라는 용어로도 불리며 환경을 보전하고 지역주민을 지원하여 같이 상생하는 책임감 있는 관광 형태이다.

지난 주말 다녀온 1박 2일 경북 봉화 생태 여행! 시계가 70년대에 멈춘 듯한 봉화군 석포면에서 나는 사뭇 다른 느낌의 세상을 대면했다. 오지 중의 오지마을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 제련소는 1970년대 새워져 그해 가동을 시작한 비철금속인 아연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아연 제련소이다. 마을 어귀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광촌은 이곳의 언젠가 있었던 과거 성수기를 보여주는 듯했고, 제련소를 둘러가며 흐르고 있는 하천과 거기에서 플라잉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의 모습도 간혹 보였다.

영풍제련소 ⓒ최연이


드디어 마주한 영풍 제련소! 낙동강 최상류에 비집고 들어온 만큼 빼어난 경치 속 외딴섬처럼 둥 나타난 제련소는 뭔가 이곳과 어울리지 않고 기괴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제련소 아랫부분에서 언제든 손과 발이 튀어나올 것 같았고, 간혹 들리는 흐느낌 같은 기계음 소리에 스산한 기분까지 들었다.

쉼 없이 뿜어져 나오던 수증기와 석포를 둘러싼 습도 높은 무거운 공기가 낮은음의 배경음악을 깔아놓은 듯했고, 한두 방울씩 내리던 뭔가 음산한 빗방울 그리고 코를 찌르던 아황산가스 가스 냄새가 기분 나쁘게 오감을 자극했다. 여기서 배출되는 대기 오염 물질과 폐수는 봉화 천혜의 자연을 보살핌 없이 파괴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수증기와 함께 부는 바람 방향의 산에는 생명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황폐했다. 산사태가 지금 당장 일어나도 전혀 이상한 것이 없는 그런 모양새!


영풍 제련소 역사는 일제강점기부터 출발한다. 근처 연화산에서 나오는 아연 정관을 생산하는 광산업이 붐을 이루게 되면서 아연 정관을 생산하는 탄광 마을이 조성되고 이렇게 생산된 아연 정관은 일본 동방 아연으로 보내지게 된다. 60년대 말 일본에서 ’이타이이타이병‘이 이슈화 되면서 아련 제련업이 위축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일본 동방 아연의 기술을 전수 하여 연화광업소 5킬로 아래 낙동강 협곡 사이에 제련소를 새운 것이 영풍 제련소의 시초이다. 연화광업소는 1993년도 휴광하였지만 석포에 위치한 영풍 제련소는 제3의 공장을 세울 만큼 지속적인 투자를 하며 설비를 증설했다. 연간 40만 톤의 아연을 제련하는 단일공장 기준 세계 4위 규모이다. 동행한 '영풍 제련소 봉화군대책위'위원장님은 "영풍 제련소는 비철금속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아황산가스 같은 공해 물질을 배출될 수밖에 없고, 아연 등을 추출하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와 카드뮴, 납, 비소 등의 발암성 물질들이 폐수에 남아서 강물과 청정봉화 땅을 심각히 오염시킨다. 영풍 제련소 상류에 바글바글한 다슬기가 영풍 제련소를 지나는 순간 하류엔 그 흔적조차 없다."라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때 아연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공해 물질들이 당연 배출될 수밖에 없다.

신뢰를 통한 합의,게티 이미지

하필이면 최악의 공해 공장이 낙동강 최상류에 버젓이 있고, 오랜 시간 동안 별 탈 없이 유지된 것일까? 영남의 젖줄이라고 불리는 낙동강 최상류에서 70㎞ 하류에 있는 안동댐까지 각종 중금속이 지금도 쌓여가고 있을 것이고, 안동댐의 물고기와 새들은 알 수 없는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낙동강 물을 식수로 하는 1,300만의 영남 시민들 또한 안전하지 않다.

영풍 제련소 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과 정체성이 달린 예민한 문제일 것이다. 석포면의 영풍 제련소는 ‘낙동강 최대 공해 공장’ 즉, 괴물이기도 하고 저주받은 ‘영풍 공화국’의 얼굴이기도 하다. 영풍 제련소 석포면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결정하지 못하는 방황의 시기를 이미 50년 가까이 흘려보냈지만, 슬프게도 시간을 멈춘 듯한 이곳 석포에서 아직도 살고 있다. 예전의 영화로움을 갈망하지만 동시에 안전함을 원하는 그들의 마음을 어렴풋이 본 것 같아 왠지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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