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에 대해 물어봐야 할 것, ‘협업 의지’와 ‘업무공백’

클린스만에 대해 물어봐야 할 것, ‘협업 의지’와 ‘업무공백’

풋볼리스트 2023-02-28 10:05: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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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독일의 전설적 스트라이커였지만, 감독으로서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는 위르겐 클린스만이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4년을 책임진다. 결정은 내려졌다. 남은 건 질문과 보완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지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재임기간 동안 한국에 거주하는 것이 조건이다. 코칭스태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클린스만은 다음주 입국해 대표팀 감독 업무를 시작한다.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28일 기자회견을 갖는다.

선수 시절 독일 소속으로 월드컵 우승을 경험했고 ‘1994 미국 월드컵’ 한국전에서 2골을 넣기도 했던 클린스만은 축구 역사에 남을 스타 스트라이커다. 다만 감독으로서는 부침이 심했다. 감독 첫 직장이었던 독일에서는 월드컵 3위를, 미국에서 월드컵 16강을 달성한 것까지는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2018년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거듭된 부진으로 미국의 예선 탈락을 초래했고, 그 앞뒤로 지휘한 바이에른뮌헨과 헤르타BSC에서도 실망스러웠다. 헤르타는 성적을 논해보기도 전인 10주 만에 독단적으로 사임을 발표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경력에서 볼 수 있는 의문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조직과 원만하게 협업하며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는지다. 헤르타 감독 시절 연이은 비판과 구단 이사회의 알력다툼을 지켜보다가 돌연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의 라이브 기능을 활용해 사임을 발표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때가 돌출행동이었다면, 반대로 미국 감독 시절에는 월권을 시도했다는 보도도 있다. 미국 대표팀을 넘어 축구협회와 메이저리그사커(MLS) 시스템 전체에 대한 의견을 냈는데, 클린스만 측에서는 발전을 위한 조언이라고 봤으나 미국 축구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을 보좌하던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코치가 미국 U23 감독을 맡은 것도 감독 입김 때문이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는데, 헤어초크 감독은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훈련, 선수 선발, 엔트리 발표에 있어서도 즉흥적이었다는 보도가 각국 매체의 일관적인 시각이다. 한국에서는 1, 2년 단위로 재평가받지 않고 4년을 한 호흡으로 지휘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대표팀보다도 장기적 계획이 중요하다. 여기 맞는 계획을 갖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 한마디를 넘어 구체적인 협업 계획이 필요한 스타일의 감독이다.

둘째는 현대 축구의 전술 흐름과 최신 지도 방법론을 따라갈 수 있는지다. 이 점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미 황인범 등 대표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의 계획성 있는 운영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을 겪은 지금, 선수들은 훈련 프로그램과 전술에 대한 갈증이 강하다. 구식 훈련법이나 주먹구구식 전술은 그날의 경기력뿐 아니라 리더십까지 떨어뜨린다.

이 측면에서 사실상 7년 가까이 쉰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우려는 합리적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창때였던 2008년에도 바이에른 선수들에게 전술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즉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맡은 팀이 위기에 처하면 주로 포메이션을 바꾸는 해결책을 내놓았는데, 한 가지 변화가 효과를 본 뒤에도 이를 이어가기보다 새로운 포메이션을 또 구사하는 경향이 강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클린스만 감독이 독일보다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며 전술보다 체력훈련의 전문가들은 폭넓게 섭외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크다. 인맥이 좁은 편으로 알려졌지만, 오래 호흡을 맞춘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전 이스라엘 대표팀 감독 등 선임할 만한 코치들은 있다. 그러나 이들과 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벤투 감독의 경우 한국과 계약한 시점에 이미 모든 코치들과 팀으로 움직이고 있었기에 ‘사단’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지금 양질의 스태프들을 모아온다 해도 벤투 감독처럼 비슷한 전술 철학과 목표를 공유하는 자신의 팀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클린스만 자신이 흔들린다면 잡아 줄 사람을 기대하기 힘들기에, 더욱더 이 점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축구협회는 이미 클린스만 선임을 결정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등 수뇌부의 의지가 강하게 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프로 감독이 대거 포함된 전력강화위원회는 애초에 활발한 작동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뮐러 위원장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후보를 찾아다닐 만한 권한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은 건 클린스만 감독이 축구협회와 원활한 소통을 하면서 앞으로 3년 넘는 시간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전술과 훈련법에서 뒤쳐지지 않는 인물인지 질문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을 수 있다면, 축구협회는 국민들의 불안을 의외로 쉽게 잠재울 수도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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