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수의료 붕괴가 심각한 보건의료사안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특히 흉부외과, 심장내과, 신경외과 등은 국민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필수의료 확보 필요성이 큰 상황입니다. 이에 앞으로 3차례에 걸쳐 대한심혈관중재학회의 특별기고를 통해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2022년 7월 우리나라 가장 큰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 간호사가 개두술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그동안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경고했던 우리나라의 중증응급의료체계 문제들이 수면 위로 노출됐다.
언론과 일부 국민은 서울아산병원의 신경외과의사들, 특히 뇌혈관수술의들이 헌신적이지 못했고 20여명의 신경외과의사 중에서 뇌혈관수술의를 2명만 고용한 병원의 경영진에 문제가 있다며 이번 사건의 원인을 병원과 의사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은 지주막하출혈을 일으키는 뇌동맥류시술과 비파열성뇌동맥류수술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행하는 병원이다. 왜 20여명의 신경외과 수술의 중 단 2명만이 뇌혈관수술의인지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뇌종양, 척추수술 등을 가장 많이 수행하는 병원으로서 낮 시간대 수술이 매우 빡빡하게 진행되고 있는 병원이다. 이 병원이 그 빡빡한 수술 일정을 해내지 못한다면 환자들의 수술은 끝도 없이 지연된다.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은 응급으로 야간수술을 해도 해당 교수는 다음날 외래와 예정된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야간수술에 참여한 간호사나 직원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다음 날 반일이나 전일을 쉬게 된다.
즉 빡빡한 낮 수술 일정에 갑작스레 야간수술을 많이 하면 결국 많은 의료인력이 낮 수술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낮 수술에 참여할 인력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결국 몇 주 또는 몇 개월간 수술을 기다려 오던 환자들은 수술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상황에 놓인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병원은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인력공백을 발생시킬 수 있는 야간수술의 개수를 조절해 예정된 낮 수술을 유지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먼저 야간에 발생하는 수술에 대한 수가가 야간수술 참여 인력의 야간근무수당과 다음날 휴게에 들어가는 비용, 즉 추가인력의 고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순한 계산을 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야간수술에서 발생한 수익이 이 모든 비용을 처리하고도 주간수술에 비해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한다면 병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야간수술에 필요한 인력을 더 늘리고 야간수술에 더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그렇지 못하다. 뇌동맥류수술의 수가는 2022년 248만원으로 2018년부터 단지 2.44%만 올랐고 코성형수술 290만원, 십이지장절제술 326만원에 비해서도 낮다. 또 미국의 51%, 호주의 46.3% 일본의 22.3%로 주간수술의 수가 역시 외국보다 너무나 낮으며 야간의 경우 수술하면 할수록 병원이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이렇다면 병원은 주간수술을 포기하면서 야간수술을 진행할 수 없다. 서울아산병원에서도 2명의 뇌혈관수술의가 최근 10여년간 1년에 180일씩 대기당직 상황을 유지하고 있었다. 당직을 이틀에 한 번씩 그것도 십수 년간 할 사람이 과연 몇 이나 될까? 이러한 극한 상황을 견뎌온 뇌혈관수술의에게 헌신적이지 못하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