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지배자 되겠다’…세계 1위에도 배고픈 삼성전자

‘시장 지배자 되겠다’…세계 1위에도 배고픈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2023-01-31 23:33:47 신고

3줄요약
삼성전자 평택공장. 사진. 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전자 평택공장. 사진. 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시황 약세가 당장의 실적에는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 준비를 철저히 할 좋은 기회로 봅니다.”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메모리반도체 재고 증가와 완제품 수요 감소로 시장 여건은 좋지 않지만, 호황기를 대비해 생산 능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재용 회장은 취임 이후 부쩍 초격차 기술 확보를 이를 통한 시장 지비력 강화를 주문해왔다. 삼성전자가 무(無)감산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이 회장의 경영 방향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과거 독일·일본을 따돌렸듯이 경쟁사들과을 압도할 기회롤 삼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는 ‘감산’을 부인했지만, 삼성전자도 자연스럽게 감산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운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품질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생산라인 운영 효율화를 진행하겠다고 밝혀서다. 

“감산 없다…중장기 투자도 지속”

31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70조4600억원, 영업이익 4조3100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8.2%, 68.9% 줄었다. 4분기 부진의 이유는 반도체 사업 때문이다. DS부문은 매출은 20조700억원, 영업이익은 2700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은 22.8%, 영업이익은 96.9%나 폭락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가 분기·연간 최대 매출을 경신했지만 메모리사업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메모리사업이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수요 성장에 대비해 미래 경쟁력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으로 소비자의 구매 심리가 위축되고 경기 악화 우려로 기업들도 재무건전성을 최우선으로 두면서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고 녹록치 않은 상황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김 부사장은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는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 준비를 철저히 할 좋은 기회라고 본다”면서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클린룸을 확보하겠다. 케펙스(설비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설비투자 규모는 53조1000억원으로 전년(48조2000억원)보다 약 10% 증가했다. 이 중 47조9000억원이 반도체 사업에 들어갔다. 평택 3·4기 기반 시설, 극자외선(EUV) 공정 등 첨단 기술 적용 확대, 차세대 연구개발(R&D) 인프라 확보를 위해 쓰였다. 특히 파운드리의 경우, 평택 공장의 EUV 확대, 3나노(㎚,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초기 생산능력 확보, 미국 테일러 공장 설비 구축처럼 호황기를 대비한 미래 투자의 성격이 짙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설비투자가 이뤄진다는 건, 중장기 시장 변화에 적기에 대응할 여력을 갖추는 데 집중한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김 부사장도 “메모리 미래 수요에 대비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해 중장기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12나노급 16Gb DDR5 D램.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개발한 12나노급 16Gb DDR5 D램.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메모리반도체 성능 향상과 무관치 않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차세대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칩의 중요도가 커졌다. 이를 방증하듯 전체 소비가 줄어든 와중에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한풀 꺾이긴 했어도 서버 수요도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코어 수 증가로 메모리 용량을 늘려갔기 때문이다. 고용량·고성능의 DDR5·LPDDR5X 수요가 꾸준하리란 예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여건도 형성됐다. 인텔의 신규 중앙처리장치(CPU)가 출시됐는데, DDR5 재고 수준은 매우 낮다. 스마트폰 업체들은 올해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이 빗장을 풀어 모바일 수요 회복까지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 채용량 성장률이 전년 대비 10%~20% 수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의 경우, D램 10%대, 낸드플래시는 10% 후반대 증가를 예상했다. 서버는 D램·낸드 모두 20% 이상 성장을 점쳤다. 

무감산 노림수는 경쟁사 견제 

변수는 있다. 경기 회복의 속도다. 현재로선 낙관할 수만은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무역 분쟁 심화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역시 낮은 백신 접종률과 같은 제약으로 인해 크지 않을 수 있다. 상승 폭이 둔화됐어도 물가 또한 잡히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물가 상승이 멈출 때까지 금리를 적어도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시장의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경우, 기업들의 투자는 보수적으로 진행되게 된다. 이 경우, 거시경제와 연동돼 움직이는 반도체 업황 반등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단기간 완화될 것을 기대해선 안 된다”며 “보호 무역주의와 경제 블록화 현상에 따른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도체 기업들은 체력 비축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고 저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마이크론도 웨이퍼 투입량은 전 분기 대비 20% 줄이고, 설비투자액도 35% 가량 깎는다. 경쟁사들이 감산을 하면 삼성전자가 동참하지 않더라도 공급 과잉 문제가 풀린다.

여기에 노림수가 있다. 삼성전자는 EUV 적용 이후 원가 경쟁력을 높여왔다. 대규모 인수합병(M&A)를 추진하지 못하면서 120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도 쌓았다. 손해를 감수할 체력을 갖춘 셈이다. 

삼성전자는 출혈 경쟁을 하더라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기술 격차를 넓힐 기회로 활용할 심산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가격을 낮춰 재고를 줄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만 경쟁력 있는 가격 덕분에 재고 수준을 소폭 낮췄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격 정책은 지속한다면, 메모리반도체 시장 내 삼성전자의 입지는 더 공고해진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탄탄한 서버용 수요를 바탕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새해 들어서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낸드는 상반기, D램은 하반기까지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메모리반도체에서 공격적인 경영기조를 관철하는 데에는 고민이 숨어 있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 차지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삼성전자는 설비투자와 R&D 속도를 올리는 중이다. 문제는 비메모리의 경우, 단기간 내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타 사업부와 시너지를 내고, 메모리 기술력을 응용할 수 있는 파운드리, 이미지센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의 희망이다. 이 회장은 파운드리에서 반도체 신화를 쓰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TSMC와의 격차는 3배 수준. 역전시킬 동력이 절실하다. 3나노 공정을 세계 최초로 적용하면서 수주 확대를 기대했지만, 유의미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3나노 1세개 수율이 안정적임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대형 고객사가 선뜻 갈아타지 않았다. 

내년 국내에서는 3나노 2세대 양산을, 미국 테일러공장에서 4나노 공정 생산을 시작한다. 예정대로 2나노 1세대 개발도 진행된다. 조만간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수요 선점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쉘 퍼스트(Shell First)’를 통해 클린룸부터 확보해놓고 신규 수주에 대비한다는 전략까지 세웠다. 파운드리 투자액이 매년 증가할 공산이 크다. 이를 위해선 메모리 사업이 수익을 보장해줘야 한다. 지금보다 점유율을 높여 고객사와의 협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도 메모리반도체는 성장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메모리 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17.9%에 달할 것으로 봤다. 수요 회복이 빠르게 이뤄질 호재가 많다는 뜻이다. 혹한기를 버텨내면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더 신속하게 메모리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도 ‘감산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어서다. 인텔은 올 상반기까지 시장 여건이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이 1분기 20%, 2분기 11% 하락한다고 추산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는 10%, 3% 하락을 예상했다. 

이를 방증하듯 1월 D램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1.81달러로 나타났다. 연말까지 2.21달러를 유지했던 가격이 한 달 만에 18.1% 떨어졌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계약금액으로 반도체 시장의 선행지표로 본다. 때문에 당분간 D램 가격이 하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웨이퍼 투입량이나 제품 생산 자체를 줄이지 않더라도 생산라인 최적화 작업을 진행해 자연스럽게 감산을 유도할 순 있다. 김 부사장은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의 유지보수 학대, 설비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미래 선단 노드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라며 “단기간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 영향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 필요한 활동이라 미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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