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박찬욱 감독이 또다시 아카데미 시상식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영화 예술 아카데미(AMPAS)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부문별 후보를 공개했다. 장편 국제영화상 후보에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독일), '아르헨티나, 1985'(아르헨티나), '클로즈'(벨기에), 'EO'(폴란드), '더 콰이어트 걸'(아일랜드)이 이름을 올렸고, '헤어질 결심'은 후보에서 제외됐다.
1차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헤어질 결심'은 당초 후보 지명은 당연한 것으로 예상됐고, 수상 가능성까지도 점쳐졌다. 하지만 뜻밖에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 같은 결정에 외신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헤어질 결심'이 후보에서 제외된 것은 가장 큰 충격"이라고 보도했으며, 데드라인도 "'헤어질 결심'이 장편 국제영화상 후보에서 제외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전했다. 평론가 저스틴 창도 "'헤어질 결심'과 헤어질 끔찍한 결심"이라는 글로 후보지명 불발에 불만을 표했다.
베니티 페어는 "박찬욱 감독은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을 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후보로 점쳐지기도 했다"면서 "적어도 '헤어질 결심'은 장편 국제영화상 후보에 들 것이 유력해보였지만, 아카데미는 철저하게 그를 무시했다. 그렇게 그들은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믿음직한 감독 중 한 명에게 상을 안겨줄 기회를 날렸다"고 평하기까지 했다.
앞서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박쥐' 등을 통해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 등을 수상했으나, 유독 아카데미 시상식과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이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고 제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제76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등의 주요 시상식에서 모두 비영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면서 오스카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정작 아카데미 측이 '헤어질 결심'을 외면하면서 오스카 수상의 기회를 미루게 됐다.
이렇게 '헤어질 결심'이 아카데미에서 외면받은 것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다니엘 콴, 다니엘 샤이너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에올)가 아시아계가 주류로 나서는 작품이라 '헤어질 결심'을 패싱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또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기생충'을 시작으로 '노매드랜드', '드라이브 마이 카' 등 아시아계 감독들의 강세가 지속되다보니 장편 국제영화상부문에서 아시아 작품을 배제한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실제로 이전까지 꾸준히 아시아계 작품이 하나씩은 포함됐지만, 이번에는 '아르헨티나, 1985'를 제외하면 모두 유럽권 작품으로 채워졌다.
'헤어질 결심'의 북미 배급을 담당한 무비(MUBI)가 '기생충'을 배급했던 네온(Neon)만큼 오스카 캠페인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이들도 있었다. 실제로 '기생충'의 경우 오스카를 앞두고 상영 극장이 최대 620개까지 늘었을 정도였고, 4관왕에 오른 뒤에는 2001개의 극장에서 상영되면서 오스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은 최대 극장수가 169개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1주일을 채 넘기지 못하고 상영 극장 수가 두 자리수로 줄어들어 흥행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한편, 오스카 레이스를 다소 허무하게 마무리한 '헤어질 결심'은 제76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비영어영화상과 감독상 후보로 올라있으며, 한국인 최초로 감독상 수상을 노린다.
사진= 엑스포츠뉴스DB, CJ ENM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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