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 못한다면' <정민이의 겨울> 주진형 감독 [서울독립영화제]

'잘 알지 못한다면' <정민이의 겨울> 주진형 감독 [서울독립영화제]

문화저널코리아 2022-12-16 09:28:25 신고

3줄요약
주진형 감독

문화저널코리아 김영일 기자 | 하나의 묶음으로 개별의 인간을 판단하는 일은 조금 위험하다. 각각의 인간은 서로 다른 세계를 품고 있고, 사건을 결과와 인과로만 판단하는 일은 곤란한지도 모른다.

 

'정민이의 겨울' 주진형 김독 작품

 

 클릭해서 스틸사진보기..     정민이의 겨울 — 서울독립영화제 (siff.kr)  

 

<정민이의 겨울>은 한 무리의 가정 밖 청소년들이 멀리 떠나는 영화다. 이들의 여정은 비좁고, 혼란하고, 희뿌옇다. 주진형 감독은 방황하는 가정 밖 청소년들을 쉽게 단정 짓지 않고자 한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한국에서>(2020), <초인>(2021), <변명>(2021)이 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 훈련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연습하고, 습작을 만들어내야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스물세 살에 만들었던 영화다.

 

반항적인 시선이 남아 있을 때라서 몰래카메라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심리에 대한 영화를 찍고 싶었다. <초인>은 니체의 실존주의 철학을 공부하다가 ‘초인’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다. 실존주의를 경험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을 좀 희망차게 그려내고 싶었던 작품이다.

 

<변명>은 2020년도 말에 미얀마에 해외 봉사를 하러 가면서 찍은 다큐멘터리다. 편집까지도 마무리가 됐는데 아직 공개하지는 않았다. 워낙 편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최근 미얀마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개인적으로 크게 다가왔다.

 

매년은 아니어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미얀마를 방문에서 미얀마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하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아이들과 사람들이 죽었고, 코로나19로 인해 갈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제목을 ‘변명’으로 정했다. 15분짜리 버전과 1시간짜리 버전이 있는데 언제,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할지 모르겠어서 아직 외장하드에 있다.

 

오프닝 크레딧을 보면 데미지 필름 로고가 등장한다. 직접 운영하는 제작사인가.

데미지 필름은 개인적으로 만들고 싶은 사업자명이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영화들이 성장하면 데미지 픽쳐스로 바꿀 수도 있다고도 생각한다. PD와 촬영 감독 등 같이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환경 자체가 열악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붙잡아 줄 수 있는 게 필요했다. 직접 만든 영화사에서 기획부터 배급까지 해보자는 정신으로 시작했다.

 

<정민이의 겨울>은 데미지 필름의 첫 영화다. 대학에 가지 않고, 사회생활을 했다. 영화 촬영장만 오갔는데 대학에 갔다면 졸업할 나이가 됐으니 졸업 영화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언더독 혹은 조금 낮은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다루고 싶다.

 

데미지 필름이 다루고자 하는 상처는 밴드로 붙일 수 있는 작은 상처는 아니다. 위험한 영화사 데미지 필름이라고 이름 붙이면 위험하게 찍을 자신감이 생길 거 같아 생각해낸 사업자명인데 아직 사업자를 내지는 못했다. (웃음)

 

주진형 감독

운영하는 유튜브를 보면 음악과 댄스 필름에도 관심 있어 보인다.

관심 많다. 폴 토마스 앤더슨이나 데이빗 핀처 같은 거장 감독들의 필모를 쫓다 보니 다양한 뮤직비디오나 패션 필름도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유튜브에 개인적인 컬렉션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도 명품 브랜드 광고 작업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감각적인 감독들은 어디서든 다 불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통파도 아니고, 모던한 작업을 하는 편도 아니다. 세련된 느낌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지금은 누군가 보여주는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여행을 다녀온 것들, 친구들과 놀고 온 기록을 리드미컬하게 편집해서 올리고 있다.

 

또 다른 방식의 훈련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 개인적인 트레이닝 중에 하나다.

 

<정민이의 겨울>은 몇 년 전 있었던 미성년자 운전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고등학생들이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전봇대에 부딪쳐서 사망과 부상이 났던 사고가 있었다. 당시에 기사가 화제가 되면서 댓글을 보게 됐는데 굉장히 놀라웠다.

 

‘촉법 소년들에 대한 처벌이 약해서 일어난 사고다.’, ‘안전불감증이 생겨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사고 친다.’등 강한 내용들이 오고 갔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한 쪽에 치우쳐져 있지 않나 생각한다. 쉽게 단언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등학생이면 미성숙할 수밖에 없다. 사회생활을 해오면서 느끼는 건 한 사람 몫을 하는 건 어렵다는 거다.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 역할을 해나가겠지만, 정서나 가치관, 사고방식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을 구렁텅이에 집어넣는 것은 아닐까. 분명 그들에게도 내막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민이의 겨울>도 요새 청소년들의 모습을 충분히 담은 작품은 아니다. 지금 고등학생들은 이전 세대보다 강한 자극에 노출되어 있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가 겹쳐서 스킨쉽이나 터치가 훨씬 더 부족한 사회다. 경계도 많이 생겼다. 요즘 고등학생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정민이의 겨울>을 시작했다.

 

독립 영화에서 자동차를 탄 가정 밖 청소년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을 굉장히 좋아한다.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2016)와 <정민이의 겨울>은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로드 무비다. 방황하고 있지만, 자기 선택 기준은 소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좋아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방황하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방황 그 자체를 전시하는 게 더 많은 주제를 관통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정 밖 청소년들이 방에 있는 모습보다는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찍어보고 싶었다. 촬영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물들의 얼굴과 더불어서 서울의 여러 풍경도 찍어달라는 말을 했었다.

 

촬영 감독은 이 영화가 많은 시야를 확보하는 게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납득했고, 지금과 같은 영화가 됐다. 매니악한 느낌이 더 생겼다.

 

정민이라는 인물은 영화 말미에야 등장한다.

원래는 1시간 20분짜리 영화였다. 아이들의 부모님, 정민이의 스마트폰을 파는 장면도 있었다. 길이가 줄어들면서 설명이 부족한 영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사회 구조적으로 봤을 때, 최대 피해자를 들춰보면 피해자를 억누르고 있는 가해자들, 가해자들을 억누르고 있는 또 다른 가해자가 있다.

 

이러한 베일을 벗겨야만 지금 사회에서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을 발견할 수 있다. 정민이가 마지막에 나오게 된 이유는 이러한 구조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정민이가 마지막에 ‘너네들끼리 뭘 할 수 있는데’ 묻는다. 이러한 대사와 영화 구조를 통해 경각심을 느끼기를 바랐다.

 

제목이 마지막에 등장하게 되는데 원래 런닝 타임이라면 정민이의 문제라는 식의 오프닝이 있다. 이러한 장면들이 쌓이고, 오프닝과 엔딩이 조우하면서 오는 효과가 있었다. 처음 같았다면 <정민이의 겨울>을 더 소화하기 쉽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40분으로 줄어들면서 생각했던 효과는 줄어든 거 같아서 아쉽다.

 

주진형 감독 작품  '정민이의 겨울'

계절과 시간은 겨울과 밤이다.

아이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춰서 계획을 짰다고 상상했다. 방황하는 불안한 인물들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시나리오 작업 중 가장 컸다. 정민이를 버린 뒤 같이 떠나왔던 아이들은 더 먼 여행을 떠난다.

 

지금 엔딩 장면은 사건 순으로 보면 초반이나 중반 정도에 일어난 일이다. 이후 아이들이 사고가 나서 망령이 됐다거나 정민이를 두고 온 사실을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지를 열어두고 싶었다. 지금 이 고등학생들이 여행을 떠난 게 과연 즐거워 보이는가를 관찰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밤을 선택한 이유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 문법적으로 햇빛은 긍정적인 면이 크다. 자연광이 인물에게 직접 닿았을 때 주는 엄청난 기운이 영화에 함부로 비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햇빛이 이들을 위로하거나 동정, 지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가로등 불빛이나 터널 속 불빛, 스마트 폰 불빛 정도만을 그들이 가질 수 있는 빛으로 설정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외부 장면에서는 소음과 노이즈가 거칠게 들어간다.

처음에는 돈이 너무 없으니까 세트에서 찍을까도 생각했다. 크로마키 앞에서 빔프로젝터와 강풍기를 이용해서 운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줄까도 고민했다.

 

사전 로케이션 답사를 다니면서 직접 와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세트장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현장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배우들을 통해 담아내자는 목표가 있었다.

 

촬영은 카메라 감독이 온전히 담당하고, 저는 배우들의 연기만을 중점적으로 봤다. 30~40분 되는 분량의 테스트 촬영을 6번 정도하고, 연기 리허설을 5번 정도 했다. 오전에 만나서 오후 늦게까지 테스트 촬영과 리허설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계속 주문했던 것은 연기하지 말라는 거였다. 대사를 틀려도 괜찮으니 자연스럽게 하라고 요구했다. 촬영도 최대한 자유롭게 찍을 예정이니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기를 바라며 여러 번 테스트했다.

 

아이들이 차에서 뒤엉키는 긴 장면이 등장한다.

몽타주가 생각보다 긴 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영화에서 3분 30초 정도 되는 아이들끼리 노는 긴 시퀀스가 있는데 원래는 10분 길이의 몽타주 씬이었다.

 

이 장면을 찍을 때 느꼈던 거 같다. 내가 이 장면을 위해 <정민이의 겨울>을 찍고 있다고. 몽타주 안에도 희로애락과 약간의 현자 타임이 있기도 하다.

 

이들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줄 필요도 있었다. 촬영 감독과 배우들을 졸라서 긴 시간 동안 촬영했다. 모두가 피곤하니까 진짜 고등학생이 멀리 떠나온 듯한 생생한 표정이 나왔다.(웃음)

 

주된 배경이 차 안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배우가 6명이고, 여기에 감독인 나와 동시 녹음 기사, 촬영 감독까지 9명이 카니발에 타야 했다. 나와 동시 녹음 기사님은 트렁크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촬영 감독은 배우들과 함께 앞에서 뒤엉켰다. 김종수 촬영감독이 고생을 많이 했고, 영화가 어떻게 다뤄져야 메시지 전달이 잘 될 수 있을지 같이 많은 고민을 해줬다.

 

콘티가 되어 있어서 생각했던 대로 촬영을 진행했고, 즉흥적으로 담고 싶은 장면은 고민하면서 만들었다. 로케이션 헌팅은 두 번씩은 다녀왔고, 앵글과 구도는 다 정해져 있었다.

 

추가로 더 놀 수 있는 것은 없는지 생각했다. 조명을 따로 가져가기도 어려우니, 카니발 앞을 스타렉스 한 대가 선행하면서 그 차에 조명을 쳤다. 운전자가 눈이 부실 수밖에 없었지만, 유일한 방법이었다.

 

영화 전반에서 카메라는 인물들을 타이트하게 잡는다.

제작 환경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했지만, 시야가 좁다는 게 많은 의미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이트하게 잡으면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인물들의 시야의 폭이 이 정도라는 걸 보여줄 필요도 있었다.

 

카메라 위치는 밀접함과 관련된다고 생각했다. 관조적인 태도가 아니라 가까이서 찍는 편이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는 확신이 있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서도 굉장히 타이트한 장면들이 있는데 클로즈업을 통해서만 담아낼 수 있는 깊이가 있다.

 

전반적인 톤이 뿌옇다.

그런 분위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굴다리 장면에서는 완전 뿌옇게 변하는데 이 장면을 정말 많이 고민했다.

 

인물들이 가장 솔직한 순간을 아이처럼 담아내고 싶었다. 인물들이 갖는 희망, 꿈 등이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 장면이 필요했다.

 

겨울을 담아내고 싶었다 보니 추울 날 차 안에서 부대끼고 있다 보면 김이 서리고, 뿌옇게 변하는 이미지를 잘 살리고 싶었다. 겨울 느낌이 나는 모습들을 담는게 목표였다.

 

어떤 인물을 아이 아빠이고, 다른 인물은 성적 때문에 집에서 나왔다는 대사가 있지만, 인물들의 전사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각자 사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연하게 가정사가 안 좋다고 단언하고 싶지는 않았다. 콤플렉스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어서, 혹은 가정 환경이 좋음에도 방황하는 친구가 있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이 친구들이 하나의 문제점 혹은 관심사로 뭉친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들이 보여야 방황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누구나 기분이 오락가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득할 수 있다. 각각 인물의 사연에 프레임을 뒀다면 위험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과관계를 분명하게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분명히 있다.

 

영화 초반, 고라니를 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들의 겪을 사건의 전조와 암시처럼 다가온다.

맥거핀이면서 주제와도 결합되어 있다. 그 상황에서 인물들이 뒤를 돌아본다. <정민이의 겨울>은 뒤를 돌아봐야 하는 영화다. 실존주의 철학에 빠져있던 시절부터 피투성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인간이 세상에 내던져지는 것과 고라니가 로드킬 당하는 장면, 정민이가 마지막에 트렁크에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것들이 유사점이 있다. 인간은 내던져지듯이 태어나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고, 목표를 갖게 되기까지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깨진 달걀, 휴게소의 거위, 정민이가 말하는 맹금류까지 새의 이미지와 이야기가 반복된다.

정민이의 맹금류 이야기가 전달이 안 될 거 같아서 앞쪽에도 이미지들을 배치했다.

 

정민이를 맡은 주민형 배우에게 그 장면을 묵음 처리할 테니 직접 대사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준비한 대사를 듣고 보니 영화를 관통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정민이의 대사를 묵음 처리없이 그대로 살렸다.

 

 

새들의 안전을 위해 고속도로 방음벽에 맹금류 스티커를 붙였다. 이전에는 유리창인지 모르고 많이 죽었는데 맹금류 스티커를 보고서는 새들이 피한다. 10대에게도 이런 스티커가 필요하다. 다른 친구들은 맹금류 이야기를 듣고 멍해지는데 그건 그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연주라는 캐릭터가 휴게소의 거위를 보고 우는 장면에 대해서도 영화 찍을 때부터 질문이 많았다. 연주는 감수성이 좋은 인물이다. 거위에게 동병상련을 느껴서 추운 겨울 철장 안에서 물도 못 마시는 거위의 처치가 자신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을 때, 분노와 슬픔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모두가 납득하지는 못했다. (웃음)

 

정민이가 맹금류 얘기를 한 뒤 일순 분위기가 침체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정민이는 피투성이가 된 채 트렁크에서 나오게 된다.

 

직접적인 따돌림을 당하는 이야기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따돌림의 이유가 당하는 사람에게서 나와버리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가 될 수 없다.

 

‘왜’가 아니라 벌어진 상황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사건을 똑바로 바라봐야 하는 순간이 있겠지만, 인과관계로만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왜 따돌림을 당할까가 아니라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가 중요했다.

 

멀리 떠난 이들이 향하는 곳은 대구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여행가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료 조사를 하면서 휴게소에서 호두과자 먹는 일조차 낯선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아이들은 잘 몰랐을지도 모른다.

 

가제가 ‘낙동강’이었다. 낙동강 오리알을 생각하며 지은 제목이다. 낙동강에 가서 보니까 제가 구현하고자 하는 장면을 그대로 찍을 수는 없겠다고 느꼈다. 낙동강은 너무 깊었다.

 

낙동강과 비슷한 느낌으로 로케이션을 찾았다. 강 옆에 있는 도로를 찾아서 원하던 마지막 쇼트를 풀 롱샷으로 찍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낙동강’이라는 표지판을 가져갔는데 까먹고 못 찍었다. 낙동강이라는 메시지가 명확했는데 영화에는 드러나지 않아서 아쉬웠다.

 

<정민이의 겨울>은 볼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러 갈래의 영화 중 하나로 봐주기를 바란다. 하나의 문제나 해결로 귀결되는 게 아니라 여러 갈래의 해석 여지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물론 전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범인을 찾거나 한 명을 찾는 방식으로 찍고 싶지는 않았다. 가정 밖 청소년 문제에는 10대들을 방치한 어른들, 따돌림에 대한 구조적인 시스템 등 여러 문제가 있다. 여러 갈래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고 싶은지 궁금하다.

십 대 주인공을 잘 담아내고자 한다. 십 대들도 어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어른들이 사회생활하듯 학교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우리는 모두 최전방에 살고 있다. 10대들을 전시하는 영화가 아닌 최대한 옆에 같이 서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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