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국사회, 사람 값이 싼 시대는 지났다

[기자의 눈] 한국사회, 사람 값이 싼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경제신문 2022-12-06 19:12: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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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화물노동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과 노조 탄압과 관련해 국가인권위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화물노동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과 노조 탄압과 관련해 국가인권위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화물연대를 시작으로 지하철과 철도 등 여러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전 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화물연대 파업의 경우 시멘트와 원유, 철강 등 국내의 굵직한 사업과 관련이 있어 벌써부터 조금씩 파업에 대한 휴우증이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업무개시명령 등 강경책 일변도를 내세우고 있다. 해당 명령을 통해 시멘트 운반에 종사하는 노조원들에게 일터로 돌아갈 것을 종용하고 있으며, 말을 듣지 않으면 행정처분 등을 통해 억지로라도 복귀시키려고 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화물 노동자의 80%가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음을 이용해 이들에게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왜 파업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번 파업은 안전운임제의 존속 여부를 두고 약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일어난 사건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해주는 제도로, 사실상의 ‘생명줄’이다. 현장에서는 안전운임제도 없었다면 생활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에도 이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경고파업이 있었으며, 화물연대는 제도의 개선 및 품목확대와 지속 이행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 무조건 화물연대가 불법 파업을 벌인 것마냥 발언하고 무조건적인 강경대응에 나서는 것은 이런 실상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진행된 화물연대의 경고파업. 당시에도 안전운임제는 핵심 쟁점이었다. [영상=권찬욱 기자]

한국의 임금 체계는 수십년간 ‘이상함’ 그 자체였다. 지난 20년간 물가 상승률에 비해 임금 상승률은 바닥을 기듯이 올라갔고, 이같은 풍조가 산업 전반으로 이어지면서 돈을 벌어 생활하고 소비해야 할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더욱 폭증하고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십수년간 상황이 이어지면서 결국 미래가 있는데도 노동자들의 희망이 없다면서 떠나는 산업도 등장하고 있다. 바로 조선업이다. 조선업은 최근 수십년간 용접공들의 임금을 최저 수준으로만 조정해왔고, 수많은 경험을 쌓은 숙련공인데도 대우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조선업은 심각한 구인난에 직면해 있다.

알다시피 한국의 조선업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품질력을 자랑한다. 문제는 조선산업의 특성상 오랫동안 조선업계에 몸을 담은 숙련공들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는데, 이러한 숙련공들이 낮은 임금과 대우를 못견디고 떠나고 있다.

거기에 사측에서는 이러한 숙련공들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를 들이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교도소 죄수들을 동원하려는 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가 과연 이전처럼 신뢰성이 있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여기에 죽어도 임금만은 못올려준다는 졸렬함이 엿보이는 것은 덤이다.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민주노총 전북지부 [사진=연합뉴스]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민주노총 전북지부 [사진=연합뉴스]

다시 돌아와서, 화물연대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끝까지 강대강으로 치닫는다면 결국 화물노동자들도 살 길을 찾기 위해 그 손을 놓아버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안을 찾기도 어려운 것이, 외국인 화물노동자들에게 한국은 전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무인 트레일러의 조기 상용화도 개발이 덜 끝난데다 인프라도 부족해 당장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또 급하게 군 부대 소속의 대형 상용 차량을 투입하고 있다지만 군이 계속 물류를 맡아주기는 힘들다. 

게다가 유엔 산하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도 이번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는 노동자들과 장기적인 사회의 피해가 아닌, 오로지 기업의 피해만 바라보고 있다. 화물노동자들이 조선업처럼 희망을 버리고 빠져나가고, 국가의 혈류가 멈춰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국가를 지탱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인프라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응당 그에 맞는 대가를 국가와 사회가 해주어야 한다. 사람값이 싼 시대는 이미 한참 지났고, 더 이상 노동후진국으로서 남아있을 수만은 없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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