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총수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무르며 현지 건설 현장을 돌아보고 현지 매장을 찾아 소비자 반응을 살폈다. 임직원 간담회, 핵심 경영진 회의 등도 진행했다.
첫 출장길서 임직원 격려…내부 결속 다져
이 회장은 6일(현지시각) UAE 아부다비 알 다프라주에 위치한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았다. 바카라 원전은 삼성물산이 포함된 팀 코리아 컨소시엄이 2012년부터 진행 중인 사업으로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하철 공사 현장을 찾은 지 3년 3개월 만에 중동 사업장을 찾은 이 회장은 바카라 원전 3·4호기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현지 임직원들과 소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10년 넘게 진행되는 초장기 사업이라 가족들과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는 임직원이 많다”며 “오지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고자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MZ세대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이들의 바람과 각오를 경청했다. 이 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회장은 최근 국내외 사업 현장을 돌아볼 때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거나 긴밀한 관계가 지속돼야 할 파트너들을 챙기고 있다. 특히 MZ세대 직원들과의 자리를 매번 마련된다. 결속감을 제고하고, 도전과 혁신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이상으로, 현재의 인력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9월 추석에도 멕시코에 위치한 삼성전자 케레타로 가전 공장과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찾았다.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중동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중동행 자체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2019년 6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중동지역 국가의 미래 산업 분야에서 협력강화 방안을 마련해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을 정도로 이 지역에 관심이 각별하다.
실제 중동은 성장잠재력을 지닌 시장으로 꼽힌다. 경기 불황으로 유럽, 미국 등 선진국가들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에도 중동 국가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세계 각 국이 탄소 중립 목표 달성 시기를 앞당기고 있어 석유에 의존하는 기존 산업구조로는 중동 국가들의 내일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친환경·기술 중심으로 국가 체질을 바꾸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UAE는 180억달러를 들여 마스다르시티를, 사우디는 5000억달러 규모의 네옴시티를 각각 건설한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새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게 마스다르시티와 네옴시티의 핵심적 역할이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시티로 조성되며 초대형 인프라 구축, 산업 인프라 첨단화가 추진된다.
게다가 중동 국가들은 2030년까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만큼, 수년 간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점쳐진다. IMF는 올해 사우디의 GDP가 7.6％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UAE 중앙은행도 올해 자국의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1.6%포인트 높은 5.4％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만큼 소비력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유럽 등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투자 동력을 기대키 어려워진 상황에서 성장잠재력을 지닌 중동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중동 시장 개척 방안을 살폈을 공산이 크다. 그는 아부다비에 위치한 삼성전자 매장을 방문해 제품 판매 현황을 보고 받고, 현지 소비자 반응을 직접 살폈다. 또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자 중동 지역 법인장들과 만나 현지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과감한 도전” 강조…세일즈 경영 시동
이 회장의 UAE행은 향후 중동에서의 세일즈 경영의 예고편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대변혁’을 추진 중인 중동은 기회의 땅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자”고 당부했는데, 중동 개척의 의지를 담았다는 것이다.
삼성은 중동발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마스다르시티, 네옴시티 구축과정에서 필요한 기술력을 지니고 있어서다. 건설·에너지·차세대 통신·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IT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미 중동지역에서 기술력은 인정받기도 했다. UAE로 좁혀봐도, 삼성물산이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 시공에 참여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정유 플랜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동지역에 파트너십을 구축한 상태인 셈이다.
이 회장의 중동 인맥은 기대감을 높이는 또 다른 요소다. 이 회장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이 왕세제 신분일 때부터 교류해 왔다. 2019년에는 이 회장이 아부다비를 찾자, 몇달 뒤 무함마드 대통령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답방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무함마드 대통령이 개최하는 비공개 포럼에도 참여 중이고, 지난 5월엔 무함마드 대통령의 형인 고(故) 셰이크 할리파 빈 자예드 알 나하얀 전 UAE 대통령의 빈소를 조문하기도 했다. 이 회장과 무함마드 대통령의 친분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도 친분을 나눠왔다. 빈 살만 왕세자가 2019년 6월 방한했을 당시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AI, 5G, IoT 같은 미래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해 9월 이 회장이 사우디를 찾자, 빈 살만 왕세자와 스마트시티, 에너지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지난달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이 회장이 국내 재계와의 가교 역할을 했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다.
이 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중동에서의 신사업 기회를 탐색하고, 협력 관계를 강화할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정·관계 인사들과 만나 삼성 계열사 핵심사업 중 현지에서 시너지를 낼만한 후보군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그룹의 총수로서 집중적으로 공략할 분야, 차기 성장동력이 무엇인지 보여뒀다”며 ”중동 프로젝트는 계약 상대방과의 신뢰가 중요한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이재용 회장의 인맥이 수주전에서 일종의 기름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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