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로봇으로 국제대회를 휩쓴 엔젤로보틱스 공경철 교수가 이번에 내놓은 건 '모두를 위한 웨어러블 슈트'다

웨어러블 로봇으로 국제대회를 휩쓴 엔젤로보틱스 공경철 교수가 이번에 내놓은 건 '모두를 위한 웨어러블 슈트'다

에스콰이어 2022-11-28 20:00:00 신고

3줄요약

재활 치료를 돕는 웨어러블 로봇인 엔젤렉스를 착용하고 있는 엔젤로보틱스 공경철 대표.

재활 치료를 돕는 웨어러블 로봇인 엔젤렉스를 착용하고 있는 엔젤로보틱스 공경철 대표.

이것부터 묻고 싶다. 당신은 ‘로봇 키드’였나?
물론이다. 모든 게 만화영화 〈메칸더 V〉에서 시작됐다. 어릴 때 그걸 보면서 ‘와, 나도 로봇 만들어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고, 다행히 그 생각이 지금껏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보통 아이들은 그런 만화를 보면서 라이더를 꿈꾸지 않나? 박사 캐릭터는 보통 대머리에 뚱뚱하고 맨날 악당에게 납치나 당하고, 멋있지가 않으니까.
내가 어릴 때부터 워낙 뭘 만드는 걸 좋아해서 그랬던 것 같다. 손재주가 좋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고. 좀 다른 얘기긴 한데, 실제로 요즘 일하다 보면 악당에게는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잡혀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웃음)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 마냥 그런 태도로 임할 수 없게 됐으니까. 우리 기술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지기도 했고, 정부 지원을 받을 때는 공무원들이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2020년 사이배슬론(국제 사이보그 올림픽)에 나갔을 때 정말 큰 압박감을 느꼈다. ‘여기서 실수하면 나는 끝장이다’ 하는 생각이 계속 드니까, 꼭 모두가 지켜보는 경기장 한가운데서 철창 안에 갇힌 것 같더라.
결국 2020 사이배슬론의 전동형 외골격 로봇 종목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동시에 수상했다. 앤젤로보틱스의 핵심은 기술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기는 한데…또 그렇게 단순히 정리하기는 힘들다. 사실 내가 처음 창업한 건 2014년이었다. 지금과 동일한 분야의 SG로보틱스라는 회사였는데, 아주 보란 듯이 망했다.(웃음) 그냥 기술이 있으니까 잘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고, 경영자로서 공부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2016년에 재창업을 할 때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건 ‘스토리’였다. 브랜드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야 하는데, 우리한테는 브랜드 스토리라는 게 너무 없었던 거다. 그래서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이라고 분야를 못 박은 후에 LG전자에 찾아가 투자 유치를 하고, 세브란스 재활병원에서 같이 일했던 나동욱 교수와 같이 창업을 하게 된 거다. ‘로봇공학을 전공하고 의공학을 부전공한 로봇학자랑 재활의학을 전공하고 로봇공학을 부전공한 의사가 만나서 만든 브랜드’ 그러면 멋있는 스토리가 되지 않나.
그렇게 멋을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인지는 몰랐다.(웃음)
멋 중요하지. 뭐든 멋이 있어야지.(웃음) 좋은 기초 기술을 갖고 있다는 부분은 회사를 창업하는 데에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다. 물론 그걸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 내가 회사 대표를 하면서 교수까지 힘들게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공경철 박사는 엔젤로보틱스의 대표이자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다.)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계속 기술력의 근간을 만들어내야 하니까. 실제로 엔젤로보틱스에서 아직 제품화로 연결하지 않은 기술들이 많고, 그 총알들로 웨어러블 로봇 분야에서 계속 선두 자리를 내놓지 않는 게 목표이자 사명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멋, 우리의 비전과 미션을 들었을 때 누군가의 가슴을 움직일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나는 그게 엔젤로보틱스의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엔젤로보틱스는 웨어러블 로봇, 혹은 엑소 스켈레톤(외골격형 로봇)이라고 불리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 분야가 생소한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말 그대로 착용 가능한, 입고 벗을 수 있는 로봇을 통칭하는 분야다. 재미있는 사실은 시초를 따지면 웨어러블 로봇이 휴머노이드(인간 형태 로봇)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는 거다. 처음 휴머노이드가 세상의 빛을 본 건 1980년대 중반 일본에서였는데, 최초의 웨어러블 로봇은 1965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에서 ‘하디맨’이라는 로봇을 내놓으면서 나왔다. 어떻게 보면 가장 먼저 수요가 발굴됐고 상용화라는 관점에서 개발까지 된 로봇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엔젤로보틱스에서는 현재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워크온슈트’처럼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비장애인처럼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슈트, ‘엔젤렉스’처럼 착용자의 재활을 돕는 슈트, 그리고 최근 공개된 ‘엔젤X’처럼 근력 노동을 보조적으로 돕는 슈트까지. 수익성과 공공사업의 성격이 어떤 식으로 섞인 업태인지 궁금했다.
시작점은 아까 말한 것처럼 재활 로봇이었다.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로봇이 필요 없도록 만드는 로봇이었던 거다. 나동욱 부대표와 함께 이 기술을 상용화해보자고 했을 때만 해도 세상에 이런 기술이 없었다. 사명감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지. 다만 그보다는 도전의 의미가 컸다. 아무도 안 하는 분야니까. 많은 의사가 이 아이디어를 부정적으로 파악했고 다들 안 될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원체 목표를 세우면 제일 어려운 걸 목표로 삼는 편이다. 사실 나는 사업자이기 전에 기술자고 연구자이지 않나. 제일 어려운 걸 목표로 하고, 그걸 풀고 나면 나머지가 좀 쉬워질 거라는 식의 접근법이 있다. 그래서 어려워서 재미있을 것 같았던 부분이 컸다. 수익성과 공익성을 어떤 식으로 추구한 건지 물었는데, 사실 그런 게 아예 없었다고 보면 된다.(웃음) 아예 시장 자체가 없었고, 우리가 다 개척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니까.
엔젤로보틱스의 워크온슈트. 하지 마비 장애인이 걸을 수 있도록 하는 파워 슈트로, 오른쪽 모델은 평창 패럴림픽 성화 봉송에 쓰였던 모델이다.

엔젤로보틱스의 워크온슈트. 하지 마비 장애인이 걸을 수 있도록 하는 파워 슈트로, 오른쪽 모델은 평창 패럴림픽 성화 봉송에 쓰였던 모델이다.

워크온슈트는 하지 마비 장애인도 걸을 수 있도록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살펴보니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들어가 있어서 놀랐다.
일단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부분이 인공지능 기술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걸음이 다 다르기 때문에 엔젤로보틱스는 그 사람에게 잘 맞는 걸음을 알아서 학습해 맞추도록 한다. 기존 웨어러블 로봇처럼 하나의 동작으로 고정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인간이 따르게 하는 대신 로봇이 사람을 공부하도록, 자동으로 개별화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잘못된 기능을 선택하지 않도록 자율주행 비슷한 역할도 하게끔 하고, 엔젤렉스 같은 경우에는 데이터와 네트워크 기술이 중요하다. 사용자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네트워크에 올려서 동작을 분석하고, 더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의사들에게 더 나은 진단 데이터도 전달한다. 하드웨어 관점에서도 모터 코어와 반도체 같은 부분을 빼놓고는 모두 엔젤로보틱스에서 직접 만든다. 굉장한 기술력이 축적되어 있다.
워크온슈트의 보행 속도가 빠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금 속도가 3.2km/h까지 나온다. 성인 남성 비장애인의 보행 평균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그것도 사실은 개별화를 접목했기 때문에 빨라질 수 있었던 거다. 사람의 몸에 안 맞는 보행을 하면 빨라질 수가 없으니까. 웨어러블 로봇은 ‘로봇’ 분야이기 이전에 인간과 로봇의 융합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서로 잘 어울려야 한다. 사람도 로봇에 적응하고, 로봇도 사람에 적응하고.
최근에는 근력 보조 슈트인 엔젤X를 출시하고 체험 센터를 열었다. 좀 이질적인 행보로 보이는 면이 있었다. 제품의 범주 측면에서나 타깃층 측면에서나.
날카로운 질문이다. 일단 엔젤X는 로봇이 아니다. 설명을 봐도 ‘로봇’이라는 표현이 모두 빠져 있다. 모터나 배터리가 없는 무동력 장치로, 탄성체가 근육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슈트다. 그래서 사실 나는 저 분야를 안 하려고 했다. 일단 의료 기기에 비해 기술이 안 들어가니까. 람보르기니 만들다가 갑자기 유모차를 만드는 느낌이랄까. 우리 회사 사람들이 그런 면에서 약간 자존심이 있어서….(웃음) 그리고 사실 무동력 근력 보조 슈트를 우리가 처음 한 게 아니다. 외국산 제품도 있고, 국내에도 있었다. 나스닥에도 상장된 미국 엑소 바이오닉스에서도 무동력 타입을 만들어 발표했는데, 잘 안 됐다. 시장에서 먹히질 않았던 거다. 우리야 의료 기기 만드느라 바빴지만 그런 사례를 보면서 막연하게 ‘아 이거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어쩌다 하게 된 걸까?
CJ 대한통운에서 택배 상하차 직원들을 위한 슈트를 개발하고 싶다고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아 이게 결국 운명이구나’ 하고 시작했는데, 우리도 해보면서 놀랐다. 엔젤 X는 아직 공식 론칭도 안 했는데 하루에도 몇 팀씩 찾아와서 체험을 해보고 있고, 벌써 발주도 50건 정도 들어왔다. 희한하게 시장 반응이 좋다. 우리가 기사를 낸 것도 아닌데 기사가 많이 나오기도 하고.
역시 축적된 기술력의 차이일까?
그보다는 전략적인 부분이 있었다. 엔젤X는 사실 하나의 슈트를 부르는 이름이 아니다. 근골격계를 보호하기 위한 토털 솔루션이다. 예를 들어, 아까 기자님이 직접 입어본 건 척추 쪽을 보호해주는 슈트다. 무거운 걸 바닥에서 들어서 올려놓는 동작에 딱 맞는 거다. 그런데 만약 그걸 입고 높은 곳에 있는 걸 아래로 내려놓는다면 큰 효과가 없다. 거기에 맞는 조합을 따로 해줘야 하는 거다. 상지(팔)를 보호하는 모듈이 있고, 무릎·발목을 보호해주는 모듈도 있고, 앞으로 또 여러 모듈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말하자면 ‘약국’ 같은 서비스를 구축하는 거다. 약국에 오는 사람들 보면 본인도 본인 상태를 잘 모르지 않나. 약사는 그걸 듣고 전문성을 발휘해 그 사람에게 맞는 약을 조합해서 언제 어떻게 복용하라고 처방해주고. 종전의 근력 보조 슈트는 모든 증상에 대한 약이 한 종류뿐이었던 거다. 반면 엔젤X는 누가 와서 “요즘 애를 보고 있는데 허리가 어떻다” 얘기를 하면 우리가 카메라로 체형을 측정하고, 동작도 기록하고, 거기에 맞는 근골격계 보호 슈트를 조합해서 제안하는 그런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마지막 예시가 확 와닿는다. 실제로 아이 키울 때 근골격계 부하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고 들었으니까. 그럼 엔젤X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도 서비스가 전개되는 건가?
맞다. 엔젤X의 궁극적 지향점은 B2C(물품 및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비즈니스 형태)다. 우리는 진짜 일상에서 누구나 다 로봇을 입을 날이 언젠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그냥 오래 살고 싶어 하는 게 아니지 않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하지. 그런 건강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큰 솔루션 중 하나가 웨어러블 로봇이고, 스포츠 애호가들에게도 좋은 안전장치가 될 거라 생각한다. 딱히 어디가 불편하지 않아도 그냥 멋있어서 입을 수도 있고.
(웃음) 인터뷰 마지막까지 멋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인생사 다 멋이지.(웃음) 아까 엔젤X 착용해볼 때 기자님도 멋있다고 하지 않았나. 택배 상하차 업무를 하는 근로자들이라고 해서 왜 아무거나 입고 싶겠나. 멋있는 거 입고 싶지. 안경이 애초에 시력을 보조하는 도구였지만 나중에는 알 없는 안경까지 나오면서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된 것처럼, 웨어러블 로봇도 언젠가 그렇게 일상의 영역에 들어올 거라는 신념이 있다.
엔젤 X는 무동력 근력 보조 웨어러블 슈트로, 개별 사용자의 체형과 움직임에 특화한 제품을 만드는 토털 솔루션 서비스를 표방한다.

엔젤 X는 무동력 근력 보조 웨어러블 슈트로, 개별 사용자의 체형과 움직임에 특화한 제품을 만드는 토털 솔루션 서비스를 표방한다.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김성룡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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