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인 줄 알았던 세탁소·문구점 단골은 의경 출신 '맞춤형 사기꾼'

경찰 간부인 줄 알았던 세탁소·문구점 단골은 의경 출신 '맞춤형 사기꾼'

로톡뉴스 2022-11-25 09:52: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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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턴가 가게를 들락날락하던 손님. 이내 단골이 됐고, 누가 봐도 그의 행색은 경찰 간부였다. 그리고 얼마 뒤, 경찰에 좋은 조건으로 납품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내가 〇〇경찰청 고위 간부다. 매월 2000만원 지급 조건으로 경찰서 직원들 근무복 세탁을 맡기고 싶다."

지난해 4월, 경북 영주시의 한 세탁소. 자신을 경찰 고위 간부로 소개한 A씨의 제안이었다. 언뜻 보면 믿기 어려운 제안이었지만, A씨는 그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는 약 한 달 전부터 간부 계급장이 부착된 경찰 근무복을 해당 세탁소에 맡겼다. 그렇게 수시로 세탁소를 들리며 단골이 됐고, 누가 봐도 경찰관인 것처럼 행동했다.

A씨는 위의 조건을 제시하며 "우선 보증금 500만원을 나에게 보내라"고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돈을 노린 사기였다. 실제 A씨는 경찰관이 아닌 의무경찰(전환복무 중 하나로 군 복무 대신 경찰 업무를 도움) 출신 민간인이었다.

경찰 간부 사칭하며 소상공인 상대로 돈 뜯어

A씨는 과거 의무경찰 복무 중 입던 근무복에 간부 계급장을 부착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를 속이려고 했다. 다행히 A씨의 해당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세탁소 사장의 배우자가 'A씨가 경찰관이 아닌 것 같다'고 의심하면서 송금을 말린 덕분이다.

그러나 A씨는 '타깃'은 세탁소 사장만이 아니었다. 그는 문구점, 사무용품점 주인 등 다양한 소상공인을 상대로 비슷한 수법의 범행을 반복했다. 특히 그는 범행 대상별로 각각 다른 거짓말을 준비했다.

문구점 주인에겐 다음과 같이 말하며, 이후 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다.

A씨 : "4개 경찰청에 납품할 마스크 계약을 진행하는데, 시중가보다 더 후하게 책정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

A씨 : "〇〇경찰청이 복사용지를 납품할 업체를 의뢰했다. 사장님이 납품해보지 않겠나."

사무용품점 주인에겐 다음과 같은 거짓말을 했다.

A씨 : "직원들에게 복지차원에서 나눠 줄 문화상품권이 필요하니 납품해달라."

뿐만 아니라 A씨는 수시로 피해 가게 사장들에게 "상납금(윗사람에게 바치는 돈) 명목으로 돈을 보내줘야 한다", "경찰청에서 계약 관련으로 회식비를 요구해서 보내줘야 한다"며 수 백만원씩을 뜯어내기도 했다. 사기 자체도 문제였지만, 경찰에 대한 신뢰까지 깎아내리는 행동이었다.

이렇게 지난 2020년 11월부터 약 1년간 범행을 이어갔던 A씨. 하지만, 피해자들의 신고로 A씨는 수사기관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그동안 무려 131회의 범행으로 1억 6000만원이 넘는 돈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교도소에서 나온 지 6개월도 안 돼 또 범행

결국 A씨는 형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졌다. 사기죄(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欺罔⋅남을 속여 넘김)해 재산상 이익을 취했을 때 성립한다. 재판 결과, A씨가 자신을 경찰관으로 믿은 피해자들을 기망해 돈을 편취하고, 불법 스포츠 도박 등에 사용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1심을 맡은 대구지법 상주지원 최동환 판사는 지난 5월, A씨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했다.

알고 보니, A씨는 이미 같은 수법의 범행으로 실형을 포함해 수차례 처벌받은 전과가 있었다. 그럼에도 출소 6개월도 안 된 누범(실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아 또다시 범죄를 저지름) 기간에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모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그럼에도 A씨는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피해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A씨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경찰을 사칭하는 방법으로 1억 6000만원이 넘는 거액을 편취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실형을 선고한 배경을 밝혔다.

현재 이 판결은 확정됐다. 1심 판결에 대해 A씨와 검사 측 모두 항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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