㉔ 부처님께 올리는 절

㉔ 부처님께 올리는 절

마음건강 길 2022-11-25 04:30:00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매미가 자지러지게 울고 송진 타는 여름날, 길 위에서 선교 활동을 펼치는 기독교인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길을 걷고 있는 제게 다가와 막무가내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스님은 참 불쌍한 사람이고, 절에 다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얼토당토않을 뿐만 아니라 무례한 말이기도 해서 듣기에 거북했습니다. 하지만 직선을 이기는 게 곡선이라는 생각에 저는 그녀가 건네는 유인물을 받으면서 웃음으로 답했습니다. 

“불쌍한 저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그녀가 던진 말이 다시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두 신도 분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서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싸우는 신도 가운데 한 명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기도하는 이였다는 사실입니다. 

점잖게만 보였던 그 신도가 앞뒤 없이 욕설을 퍼부어대며 악다구니를 부리는 통에 일순간 사찰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저는 맹목적으로 불상에 대고 절을 올리는 이는 실로 불쌍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불교인들은 불상 앞에 몸을 최대한 낮춰 절합니다. 아마도 길에서 만난 기독교인에게는 절하는 불교인들의 모습이 불쌍하게 보였을테지요. 어쩌면 우상숭배로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제게 불쌍하다고 말한 기독교인은 불교인들이 절을 올리면서 겸손함을 배운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곱씹어 생각해 보면 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많은 불교인들이 불상에만 극진한 마음으로 절을 하고 공양물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임제 스님은 “어느 상황에서나 주인이 되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부처를 최고의 목표로 삼지마라. 내가 보기에 부처는 한낱 오물 단지와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제 스님이 부처님을 오물 단지에 비교한 이유는 자신을 옥죄는 모든 것에서 단호히 벗어나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불교인의 궁극 목적은 부처님을 믿는데 있지 않고 스스로 부처님이 되는 데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완성되지 않은 부처님입니다. 따라서 부처님 앞에 있는 것처럼 극 진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해야 합니다. 

『조당집』에 실린 일화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단하 스님이 혜림사에 묵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날씨가 매우 추워지자 단하 스님은 불전에 목불(나무로 조각한 부처님상)이 있는 것을 보고는 가져다 쪼개서 불을 피웠습니다. 이를 본 주지가 깜짝 놀라며 꾸짖었습니다.

“어째서 부처님을 태우는 것이오?” 

그러자 단하 스님이 주장자로 재를 헤치면서 말했습니다. 

“사리를 얻으려고 태운다네.” 

주지가 물었습니다. 

“목불에 무슨 사리가 있다는 것이오?” 

단하 스님이 말했습니다. 

“이 목불에서 사리가 안 나오면 양쪽에 있는 부처를 마저 가져 다 태워야겠네.” 

엄밀히 말하면 단하 스님이 태운 것은 부처님이 아니라 부처님 형상을 한 나무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은 불상에 있는 게 아닙니다. 

불상 앞에서 절을 올리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가르침을 주신 부처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아울러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미련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만을 기원합니다. 부처님께 이것저것 달라고 떼만 씁니다.

◇ 경기 파주 약천사(본문과 관련없음)  *출처=셔터스톡
◇ 경기 파주 약천사(본문과 관련없음)  *출처=셔터스톡

사찰에 놓인 돈 넣는 함을 일컬어 복전(福田)함이라고 합니다. 왜 시주함이나 보시함이라고 부르지 않고 복전함이라고 하는 것 일까요? 말 그대로 복을 짓는 함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우리는 새 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말을 건넵니다. 하지만 복은 그냥 받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공덕을 쌓았을 때 비로소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해 인사는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라고 바뀌어야 합니다. 

또한 우리의 기도도 바뀌어야 합니다. “부처님, 제게 복을 많이 주십시오.”가 아니라 “부처님, 제가 복을 많이 받기 위해서 지금부터 ◯◯◯을 실천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복은 받는 게 아니라 나누어 주는 것입니다.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기에 복을 바라는 것조차도 온전히 개인의 몫일 수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실컷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서도 다른 신도와 말다툼을 벌이는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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