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군대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나

우크라이나 전쟁: 군대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나

BBC News 코리아 2022-11-20 10:03:08 신고

3줄요약
우크라이나 여군
Getty Images

지난 5년 동안 우크라이나군 내 여성 군인은 두 배 정도 많아졌다. 이제 우크라이나군에서 여성 저격수나 포병, 전차병을 찾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의 세계에 뿌리내리기 위해 여전히 싸우고 있다.

마리나 몰로슈나는 "남성 전투원은 자연히 존경을 얻는 반면 여성은 더 신중하게 평가받는다"라고 말했다.

"여군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강요 받습니다. 남성을 실망시키지 않을, 신뢰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요."

몰로슈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우크라이나군에 소속돼 하르키우 지역에서 전투를 치렀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역할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하면서도, 우크라이나군에서 여군으로 활동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몰로슈나는 최전방에 자원했다. 그는 조국을 수호하고 싶었고 전쟁 전까지 기자로 일했던 마리우폴 지역을 떠나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위치한 해안 도시 마리우폴은 러시아에 점령되기 전까지 몇 달 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마리나 몰로슈나
Maryna Moloshna
마리나 몰로슈나는 여성이 우크라이나 군대에서 자리잡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여군 숫자는 약 2배 늘어 4만 명을 기록 중이다. 이 중 5000여 명은 최전방에 배치됐다.

지금까지도 여성은 군대에서 많은 문제를 겪는다. 남성에 맞춰 제작된 군 장비부터 일상적인 성차별까지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여군의 역할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으며,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육군 사령관의 젠더 문제 고문인 옥사나 그리고르예바는 "한때 우리 군은 구소련 시대 직후처럼 경직되고 남성적이었지만, 이제는 더 적절하고 평등해지고 있다"며 "이제 그들은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장교와 전차병, 그리고 포병

전차 위에 앉아 있는 여군
Kostyantyn and Vlada Liberov
우크라이나 군대에서 여성은 전차병을 포함한 다양한 보직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비정부 싱크탱크인 라줌코우 센터 소속 올렉시 멜니크는 지난 15년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여군의 역할은 양적일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크게 변화했다고 말했다.

과거 군대에서 여성은 전화 교환원, 타이피스트(문서 작업자), 요리사, 위생병 등 비전투 보직을 주로 맡았다.

하지만 2014년 돈바스 전투를 기점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당시 처음으로 수많은 우크라이나 여성이 자원해서 싸웠다. 관료적 절차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멜니크는 "본부 위생병이나 타이피스트로 입대한 여성이 저격수로 싸우는 경우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2018년에야 여성에 대한 법적 제한이 폐지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여성은 법적으로 전투직을 맡을 수 있었고 남성과 동등한 조건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우크라이나 연합군 사령관인 세르히 네우 중장은 현재 여성이 소대와 포병대대, 무인 항공부대 지휘관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돈바스로 파견된 스베틀라나
Getty Images
우크라이나 군당국은 스베틀라나를 포함해 약 8000명의 여성이 장교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우 중장에 따르면 여성 8000여 명이 장교 직위를 갖고 있다. 의료군 사령관인 테티야나 오스타슈첸코 준장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첫 여성 장군이 됐다.

그리고르예바는 "강인한 여성이 많다"며 "포병 사령관과 소대장이 있고, 저격수도 많다. 심지어 심해 잠수 교관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차병 중에 여성이 많다"며 "남성보다 작고 날렵해서 전차 안에 있는 것을 상대적으로 편하게 느낀다"라고 했다.

또 그리고르예바는 전투직을 맡는 여군이 남군에 비해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경우가 많으며, 팀원 간 관계 형성이나 동료 병사를 돕는 일에 있어 더 민감하고 높은 공감능력을 발휘한다고 덧붙였다.

대중의 인식

우크라이나 여군
Reuters

사회적으로도 군 입대하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키이우-모힐라 아카데미의 사회학자 겸 젠더 연구원인 타마라 마르체뉴크는 이와 관련한 두 가지 사회학적 조사 결과를 비교했다.

2018년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KMIS) 조사에 따르면 군대 내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권리와 기회 보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53%에 달했다.

4년 후, 연구 기관 인포사피엔스는 해당 여론이 80%까지 높아졌다고 밝혔다.

마르체뉴크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지난 8년 간 동안 여러 분쟁을 겪으면서 군 복무 여성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해지면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봤다.

'모두를 위한' 군대는 아니야

우크라이나 여군
Getty Images
우크라이나에서 여군 강제 징집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침공 이전에도 많은 여성들의 군 입대가 이뤄졌다. 지난해 말 국방부는 일부 직업군을 대상으로 여군을 징집했다.

해당 리스트가 발표 후 비판 여론이 일었다. IT 전문가와 기자, 음악가, 접객업 종사자, 홍보 전문가 등 일반 직군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해외에 있던 일부 우크라이나 여성은 징집될 것을 우려해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키이우 출신 심리학자로 어린 딸과 함께 오스트리아에 머물고 있는 아나는 러시아 침공 후 갑작스럽게 징집될 것을 우려해 귀국을 미뤘다고 인정했다.

아나는 "군입대하는 것이 두렵지는 않지만, 명확하고 확실한 절차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아이들로부터 엄마를 빼앗는다면 다음 세대가 정상적으로 자라나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장기전을 치르고 있고, 이 나라에는 아이에게 문화를 물려줄 여성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비판이 일자 국방부는 2022년 10월 1일로 여군 등록일을 미루고 대상 직군을 대폭 축소했다.

올가을 징집 일정은 다시 내년으로 미뤄졌으며, 의사를 제외하면 강제 징집이 아닌 자원입대로 바뀌었다.

일부 정치인들은 여성이 남성과 다른 취급을 받는다는 것에 반대했다. 국가안보・국방・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마리야나 베주글라도 그중 한 명이다.

"성평등은 동등한 권리와 기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며 "시민을 다르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만약 자원입대를 추진할 거라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그렇게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규칙에 예외 두기

우크라이나 여군
Arm women now
아직도 여군은 남성에 맞춰 제작된 군복(왼쪽)을 입어야 하지만, 군 당국은 여성용 군복 제작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제 우크라이나에서는 여군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아니다.

마리나 몰로슈나는 부대가 여성을 지휘하는 방식에 놀라움과 불쾌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기준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군대에서) 종종 성차별에 직면합니다. 어떤 지휘관들은 여성을 모욕하기까지 합니다."

몰로슈나는 군대에서의 일상이 여전히 남성 중심이라고 지적한다. 여성은 남성과 같은 군복을 입고, 특히 작은 사이즈 군화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여군에게는 여성용 속옷이나 방한용 내의가 지급되지 않는다. 생리대 등 여성 위생용품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여군 지원 공익단체 젬랴치키 공동창업자인 크세니아 드라가뉴크는 수천 명의 여군들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이러한 문제를 토로한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를 통해 여군에 맞게 제작된 속옷, 방한용 내의, 군복, 경량 보호구, 헬멧, 위생용품, 비상약품 상자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운동하러 갈 때는 뛰고 움직이기 편한 옷을 입잖아요. 최전방에서 전투하려면 안전을 위한 것들이 필요하죠."

젬랴치키는 여군뿐만 아니라 성차별을 겪는 여성을 위해서도 심리 상담을 지원한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격 중인 마리나 몰로슈나
Maryna Moloshna

지난 7월 BBC는 당국이 여성용 군복을 제공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지만, 실제 도입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

옥사나 그리고르예바는 우크라이나군이 여군 복무 환경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며 "모든 나토 회원국이 여성 군복을 갖추고 있는 건 아니다. 미국도 2009년에야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차별에 맞서 싸우고 있으며 군인들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군이 괴롭힘이나 차별 같은 문제를 겪었을 경우 직속 상사나 젠더 고문, 국방부 핫라인을 통해 신고하라고 덧붙였다.

그리고르예바는 지난 2월 부임한 이후 오직 2건의 고충 사례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각각 차별과 괴롭힘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두 가지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낸다면 우리는 도울 것"이라며 "지휘관들이 질책이나 강등 등의 처벌을 당할 것을 안다면 (후임병을) 괴롭히거나 차별하기 두려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에 더 많은 여성이 입대하면 군대가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군대가) 더 평등해지고 차별은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전투 직무 등에 여군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년 전에 비해서는 많아졌다지만, 여전히 군대 내 여성은 '규칙 외'로 여겨지고는 합니다."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