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신구·오영수 등 연극계 티켓 파워 이끌어
'두 교황' '러브레터' '아트' 등으로 꾸준히 활약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그 반열에 끼었다는 게 고맙죠. 각자 자기 생활하면서 살아온 결과가 그렇게 나타난 것 같습니다” -신구 인터뷰 中
최근 연극 무대에 서기만 하면 무섭게 매진을 이끄는 배우들이 있다. 매진 사례의 주인공은 아흔을 바라보는, 연기경력 50~60년을 웃도는 원로 배우들이다. 예전 명성에 기대 단순히 얼굴을 내비치는 정도가 아니라, 극의 주축이 되어 소위 말하는 ‘티켓파워’까지 이끌어낸다. 가요계 최고 인기 그룹인 방탄소년단에 빗대 ‘방탄노년단’이란 비유까지 나온다.
(왼쪽부터) 이순재, 신구, 오영수 ⓒ뉴시스
연극계 원로 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띄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주목을 받은 배우 오영수는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신구와 함께 더블캐스팅으로 출연했다. 연극 개막 직후 오영수가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TV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으면서 티켓은 전회차 매진 됐고, 공연을 2주 연장하기도 했다. 이순재 역시 지난해 셰익스피어 원작 ‘리어왕’에서 주연으로 한 달이 넘게 무대에 올랐고, 이 공연은 전석 매진되면서 8회 앙코르 공연을 추가했다.
이순재, 신구, 오영수를 중심으로 생긴 ‘연극계 방탄노년단’의 티켓파워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신구는 ‘라스트 세션’에 이어 최근 개막한 연극 ‘두 교황’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연기하고 있다. 이 작품에는 신구 외에도 서인석, 정동환 등 교황 역을 맡은 5명의 배우들 평균 나이는 71세다.
오영수도 내달 6일 개막하는 ‘러브레터’를 통해 다시 관객을 만난다. 오영수는 박정자와 짝을 이뤄 ‘시니어 버전’으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이순재는 백일섭, 노주현과 함께 지난 17일 개막한 연극 ‘아트’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젊은 배우들의 조합과 별도로 ‘시니어 특별 버전’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 작품은 개막 전부터 티켓은 매진 행렬로 원로 배우들의 인기를 증명했다. 이순재와 백일섭은 오는 17~18일 연극 '장수상회'에도 출연한다. 추석을 맞아 이틀간 하는 특별공연이다.
이밖에도 신시컴퍼니가 선보였던 연극 ‘햄릿’은 전무송, 권성덕,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등 원로 배우들이 조·단역으로 물러나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흥행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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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공연장에 40~50대 중장년층 비율 높아져
방탄노년단의 활약은 연극계에도 적잖은 변화를 이끌었다. 평소 공연 관람이 높지 않은 50대 이상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이끈 주역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최근 연령대별 연극 예매 현황을 보면 40~50대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23일 인터파크티켓 기준, ‘두 교황’은 43.9%, ‘러브레터’는 62.3%의 비율이다. 자녀들이 예매해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경우도 많아 실제 객석에는 중장년층이 더욱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도 원로 배우들의 활약은 있었지만, 최근 들어 이들이 새삼 주목을 받는 건 오영수를 비롯한 TV에서 활동하던 원로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흐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연극 관계자는 “꾸준히 원로 배우들의 활약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더 활발해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특히 ‘오징어게임’으로 오영수 배우가 주목을 받은 이후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관객들까지 원로 배우들의 작품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질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로 배우들은 완벽한 캐릭터 분석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내공을 가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원로 배우들이 무대에서 빚어내는 존재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더불어 연극 역시 중대형 규모 극장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역량이 커졌기 때문에 관객들의 만족도도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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