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피그마' 필드와 '메타' 저커버그

[특파원 시선] '피그마' 필드와 '메타' 저커버그

연합뉴스 2022-09-25 07:07: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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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마 공동 창업자 딜런 필드(오른쪽) 피그마 공동 창업자 딜런 필드(오른쪽)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최근 회사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화제의 중심으로 오른 인물이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피그마(Figma) 공동창업자인 딜런 필드다.

올해 서른 살인 필드는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에 200억 달러(28조원)라는 거액에 회사를 팔기로 하면서 창업 10년 만에 억만장자 대열에 오르게 됐다.

정확한 보유 지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필드는 벤처캐피털 등 투자회사와 함께 회사 지분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10년 만에 28조원이라는 회사 가치를 만들어낸 탓에 스타트업으로는 역대 가장 큰 딜 중 하나를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필드의 성공은 이미 억만장자가 된 된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38)를 연상시킨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오른쪽)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오른쪽)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8살 차이가 나지만 둘은 30대의 젊은 최고경영자(CEO)다.

저커버그가 스무 살 때인 2004년 페이스북을 창업했는데, 필드도 같은 나이 때인 2012년 친구와 함께 피그마를 만들었다.

저커버그가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인 하버드대를, 필드도 학교는 다르지만 역시 아이비리그인 브라운대를 각각 중퇴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지역 출신인 필드는 일찌감치 이곳에서 자리를 잡았고, 저커버그도 실리콘 밸리에서 본격적인 비즈니스의 꿈을 키웠다.

둘 다 유대인이라는 점에서도 같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총명함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둘은 비슷하다.

무엇보다 창업을 꿈꾸고 있는 전 세계 수많은 청년 사업가들에게 이들은 '성공 모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가정환경은 달랐다.

저커버그는 의사 부모님과 함께 뉴욕에서 유복하게 자랐고, 필드는 와인 산지에서 평범하게 성장했다. 아버지는 치료사, 어머니는 학습이 어려운 학생을 도와주는 교사였다.

메타플랫폼 로고 메타플랫폼 로고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필드는 수줍음이 많아 종종 혼자 술을 마시는가 하면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을 자퇴할 때까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반면, 저커버그는 대학 시절 친구들을 서로 연결해주기 위해 페이스북을 만들 만큼 외향적이었다.

소셜미디어(SNS)라는 페이스북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커버그는 창업 초기부터 페이스북 성장과 함께 줄곧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필드는 이번 인수 발표 전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피그마가 인정받은 기업 가치 200억 달러는 엄청난 규모이지만, 그래도 메타에 견줄 정도는 아니다. 2012년 페이스북이 상장할 당시만 해도 가치는 1천억 달러가 넘었다. 피그마의 5배 수준이다.

메타는 지난해에는 시가총액이 1조 달러까지 넘으며 뉴욕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한때 '빅5'에 들기도 했다. 당시 피그마는 100억 달러로 평가되던 때였다.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 저커버그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2016년 미 대선 때 영국의 한 정치컨설팅 업체가 페이스북 이용자의 데이터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논란, 페이스북 제품이 어린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논란 등으로 최근 수년간 기업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지난해에는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플랫폼으로 바꾸고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사업에 중점을 뒀지만, 기업가치는 오히려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

1조 달러를 넘던 기업 가치는 현재 4천억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저커버그 재산은 올해 702억 달러, 약 100조원이 증발했다.

작년 4분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이용자가 사상 처음 줄었고, 애플이 도입한 프라이버시 강화 조치로 광고 매출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메타가 올인하고 있는 메타버스에는 현재 큰 사업 모델이 없다며 성장 가능성까지 의심하고 있다.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저커버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저커버그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10년 전 페이스북 상장 당시 저커버그가 모바일이 회사 성장에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을 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당시엔 모바일은 의미 있는 매출을 창출하는 수익원이 아니었던 탓에 상장 첫날 1천억 달러를 넘겼던 페이스북 시가총액은 3개월 만에 반 토막이 났다.

그러나 이후 모바일 광고가 대세가 됐고 광고 매출의 90% 이상을 스마트폰에서 얻은 페이스북은 해를 거듭할수록 급성장했다.

저커버그가 사명까지 바꿔가며 메타버스에 올인하고 있는 지금, 냉소적인 시장 반응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가도 1년 전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 우려 탓도 있지만, 빅테크 기업 중 하락 폭은 가장 크고 나스닥 지수 하락 폭의 배가 넘는다.

10년 전에는 결과가 성공적이었지만, 현재는 미지수다. 메타로서는 결과까지 10년 전과 같다면 다시 도약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쇠락의 길로 빠져드는 기로에 서 있다.

어도비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필드의 피그마 '창업 스토리'는 10년으로 끝난다. 저커버그도 필드처럼 창업 초기 여러 기업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하고 19년째 자신이 구상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창업의 성공 신화를 계속 써 내려갈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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