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시아의 목표

배우 신시아의 목표

에스콰이어 2022-09-23 23:00:00

3줄요약

블랙 바서티 재킷 리리.

블랙 바서티 재킷 리리.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막상 찍기 시작하면 괜찮은데 그전엔 좀 떨려요. 영화 촬영에 비해 화보 촬영 경험이 적어서 더 그랬나 봐요.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는 거라 어제 잠도 설쳤어요.
배우는 직업 특성상 일정한 루틴을 유지하기 쉽지 않잖아요. 촬영이 없을 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요.
끊임없이 다잡지 않으면 나태해지기 쉬운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운동에 재미를 붙이고 있어요. 필라테스랑 크로스핏이요. 영화 촬영을 하면서 배우에게도 체력이 아주 중요하다는 걸 배웠거든요. 주변에 물어보니 크로스핏이 체력을 끌어올리기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일주일에 필라테스 두 번, 크로스핏 두 번 꾸준히 가고 있어요. 운동하는 것 외에는 평범해요. 집에서 음악을 듣거나 강아지랑 산책해요.
음악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피아노 연주랑 작곡이 취미라고요.
취미라고 하기엔 민망해요. 그냥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 정도로만 말할래요.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그렇지만 저는 뭐 하나에 빠지면 계속 그것만 파거든요. 요즘 꽂힌 건 톰 웨이츠의 ‘앨리스’라는 곡이에요. 허스키하면서도 낮은 보이스의 보컬과 쓸쓸한 분위기의 멜로디가 가을이랑 되게 잘 어울리더라고요. 비가 올 때 들어도 좋아요. 몇 시간 내내 반복 재생한 적도 있어요.
배우의 길을 꿈꾸게 된 것도 뮤지컬을 보고 나서죠?
크게 보면 맞는 말이긴 한데 디테일이 조금 달라요. 뮤지컬 〈카르멘〉을 보고 뮤지컬에 빠지게 됐고 뮤지컬을 즐겨 보니 연극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연극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에요.
〈카르멘〉의 어떤 면이 인상 깊었던 걸까요? 스토리만 놓고 보면 남녀 간의 치정을 다루고 있잖아요.
자극적이긴 하죠. 남녀 주인공이 불같이 타오르는 사랑을 했다가 차갑게 돌아서기도 하고 상대방을 죽이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화려한 군무나 마술 같은 것들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작품이에요. 모든 게 눈앞에서 생생하게 벌어지는 공연이라는 게 신기했던 것 같아요. 얼마나 좋았는지 일주일에 다섯 번 보러 갔어요.
학교를 빼먹고 간 건 아니죠?
야간자율학습을 뺐죠.(웃음) 그렇게 뮤지컬을 자주 보니 자연스레 연극에도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집에는 독서실 간다고 말하고 몰래 매주 연극을 보러 다녔죠. 그렇게 1년 정도 지났을 때쯤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다면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다짜고짜 배우가 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죠.
부모님이 걱정하셨을 것 같은데요.
의아해하시긴 했지만, 반대는 없었어요. 오히려 “열심히 끝까지 하면 돼. 버텨서 남는 사람이 되는 거야”라고 응원해주셨죠.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 힘든 줄도 모르고 매진했어요. 그 후로 다른 길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만으로는 배우가 될 수 없잖아요.
단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이루어내면서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고등학생 땐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는 게 목표였고 그다음엔 연극에 참여해보는 거였어요.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과 독립영화를 찍어보는 것도 저만의 목표였고 결국 이루었죠. 유명세를 얻진 못했지만 스스로는 끊임없이 목표한 바를 하나씩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불안하거나 초조하진 않았어요.
지금 그 목표 리스트에 적혀 있는 건 뭔가요?
어제까진 ‘〈에스콰이어〉 화보 멋지게 잘 찍고 인터뷰 진솔하게 응하기’였어요. 진짜예요.(웃음) 목표가 생기면 적어놓고 꺼내 보는 스타일이거든요. 근데 촬영 초반에 낯을 가린 것 같아서 솔직히 좀 아쉬워요. ‘빨리 차기작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도 적혀 있어요. 〈마녀2〉가 6월에 개봉하긴 했지만 촬영은 작년 4월에 끝났거든요. 어느새 1년반이 훌쩍 지났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갈망이 점점 쌓이고 있어요.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이 한 몸 바칠 자신 있습니다.
어떤 장르나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멜로?
멜로 너무 좋죠.(웃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특정 장르나 캐릭터를 국한하고 싶진 않아요. 요샌 미스터리한 멜로나 코믹한 액션 같은 것도 많잖아요.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이 많아요.

오렌지 니트 톱 로에. 이어커프 허라디 x 아몬즈.

오렌지 니트 톱 로에. 이어커프 허라디 x 아몬즈.


〈마녀2〉에서 맡은 소녀 역할은 대사가 거의 없었어요. 영화 시작하고 25분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뗄 정도로요.
맞아요. 기계적으로 자동차 번호를 외우는 장면이죠. 그 장면 다음엔 또 약 1시간 정도 지나야 말을 해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많이 놀랐어요. 전편에 등장한 마녀는 대사가 훨씬 많았으니까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고 시나리오를 자세히 읽으면서 납득이 됐어요. 소녀는 태어나자마자 사회와 격리되어 비밀 연구소에서만 자란 설정이라 말이 많을 수가 없거든요. 이름도 없어요. 엔딩 크레디트에서 소녀라고만 나와요.
대사가 없는 연기가 더 어렵지 않아요?
눈빛과 행동으로만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처음 해보는 도전이었죠. 촬영 전은 물론이고 중간에도 소녀의 입장에서 글을 적었어요. 일기처럼요. 소녀라는 캐릭터와 저를 맞추어가는 과정이었죠. 연기적으로는 셀프 카메라를 자주 활용했어요. 휴대폰 카메라를 세워놓고 시선이나 손짓 같은 것들을 조금씩 다르게 시도하면서 최선의 결과를 찾았죠. 소녀가 영화에 등장하는 첫 장면도 눈을 타이트하게 잡는 것에서 시작하거든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박은빈 씨가 시아 씨를 두고 스펀지 같은 배우라고 말했던데 어떤 의미일까요?
그 인터뷰 저도 봤어요. 언급해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죠. 〈마녀2〉와 같은 큰 규모의 영화 촬영은 처음이라 촬영하는 내내 배우는 자세로 임했어요. 틈날 때마다 쫓아다니면서 물어보고 관찰하고 따라 하고 그랬죠. 특히 (박은빈) 언니랑 같이 등장하는 신도 많아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챙김을 많이 받았죠.
구체적으로 어떤 걸 배웠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맡은 역할에 상관없이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잘해야만 훌륭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사실이요. 이래서 영화를 종합 예술이라고 하는 거구나 싶었어요. 그걸 알고 나선 책임감이 더 생겼어요. 수많은 사람의 수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잘해야겠다 곱씹었죠.
겸손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아 씨는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2021년 영상 콘텐츠 업계 전문가 55인이 뽑은 주목할 신인 여배우’ 1위에 꼽혔어요.
제주도에서 촬영 중일 때 그 소식을 들었어요. ‘저를 왜?’라는 생각과 함께 정신이 퍼뜩 들었죠. 캐스팅 소식만 듣고 저를 뽑아주신 거잖아요.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죠. 큰 동기부여가 됐어요.
1408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주연을 차지했으니 그럴 만도 하죠.
경쟁이 치열하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정말 붙을 줄 몰랐어요. 오디션이 총 4차까지 있었는데 짧은 대본을 받아 연기를 선보이는 식이었어요. 따로 준비한 자유 연기를 하기도 했고요. 4차 오디션 땐 다른 배우와 짝을 이루어 즉석 연기를 주고받아야 했어요. 대본은 〈마녀2〉와 아예 별개의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오디션을 본 후 궁금해서 해당 대본을 인터넷에 검색해보기도 했는데 전혀 나오질 않더라고요.
캐스팅되기 전부터 전작인 〈마녀〉를 좋아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초인이 등장하는 액션물을 좋아해요.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전에 보지 못했던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도 매력적이었어요. 〈마녀〉를 보고 영화관을 나설 때만 해도 제가 〈마녀2〉의 주인공이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죠.(웃음)
소녀를 연기하기 위해 참고한 영화는 뭐가 있나요?
〈점퍼〉나 〈엄브렐라 아카데미〉 같은 영화를 주로 참고했어요. 마블 영화도 초인이 등장하긴 하지만 결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특히 〈한나〉라는 작품을 여러 번 봤어요. 〈한나〉의 주인공도 전투 기술을 지닌 의문의 소녀거든요. 〈마녀2〉의 소녀처럼 초인은 아니지만 영문도 모른 채 적들과 싸우며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블랙 니트 톱 돌체앤가바나. 아이보리 플레어스커트 리리. 에나멜 앵클부츠 찰스앤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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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2〉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궁금해요.
영화를 보지 않은 분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데, 저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단체 전투 신이 제일 인상 깊어요. 내용상 하이라이트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고 주요 인물이 총출동해 숨겨왔던 힘을 한껏 펼쳐 보이니까요.
소녀가 그중 제일 강하니까 재미있게 느껴진 것 아닐까요? 소녀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해요.
(웃음) 그럴 수도 있어요. 현재까진 소녀가 제일 강력하게 묘사됐죠.
개인적으론 소녀가 처음 드라이브를 즐기며 바깥세상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처음 마주하는 신기한 광경에 기뻐 어쩔 줄 모르지만 그걸 표현할 방법을 배우지 못한 소녀의 상태가 잘 드러났어요. 소녀가 존재한다면 딱 저랬을 것 같았죠.
와, 지금 조금 감동했어요. 의도했던 바가 제대로 전달된 것 같아서요. 제가 영화 촬영 후 가장 듣고 싶은 칭찬이 “진짜 소녀 같았어”나 “소녀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더라”라는 말이거든요. 신시아라는 배우가 아닌 소녀가 더 잘 보였으면 했어요.
박훈정 감독이 GV에서 후속작에 대해 이야기하며 소녀와 구자윤(김다미)의 대립을 살짝 예고했어요.
개인적으론 자윤 언니와 싸우고 싶지 않은데 저도 다음 작품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어 잘 모르겠네요.
메이킹 영상을 보니 감독과 대화를 많이 하더라고요. 애드리브로 들어간 장면도 있나요?
애드리브를 많이 시도하는 편은 아니에요. 하더라도 미리 여쭈어보고 하죠. 대부분 대본대로 진행했어요. 굳이 꼽자면 소녀가 과자랑 귤을 복스럽게 계속 먹는 장면이요. 태어나 처음 과자를 먹는 소녀라면 왠지 그랬을 것 같았어요.
좋은 연기란 뭘까요?
최선을 다해 후회가 남지 않는 연기요. 설사 관객이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스스로는 알거든요. 장면 하나하나 허투루 보이고 싶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마녀2〉는 후회가 없나요?
그럴 리가요. 볼 때마다 아쉬운 부분을 발견해요. 저기서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거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까 흘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미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영화 속 초인들은 자신보다 강한 자를 두려워해요. 세계관 최강자인 소녀가 두려워하는 건 뭘까요?
쌍둥이 언니인 구자윤과 달리 소녀는 감정을 느껴요.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웃고 떠들던 경희와 대길이 죽을 위기에 처할 때 힘을 각성하기도 하죠. 특정 인물을 두려워한다기보단 좋아하는 사람을 잃는 걸 두려워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럼 신시아가 두려워하는 건요?
전쟁이요.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랑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봤는데 너무 무서워서 트라우마처럼 뇌리에 남았나 봐요. 지금은 아닌데 어릴 땐 전쟁터에 떨어지는 악몽도 많이 꿨어요.
의외의 답변이네요.
앗, 이상한가요?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야 했나 봐요. 다시 할까요?
아니에요. 신선했어요. 사람들이 시아 씨를 두고 다채로운 매력이 있다고 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아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둘 다 가지고 있는 마스크라는 말도 종종 들었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 기분이 나쁘지 않아요. 배우로서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건 오히려 장점에 속하죠. 근데 〈에스콰이어〉 10월호는 언제 나와요?
9월 20일 발행이니 22일쯤 받아볼 수 있을 거예요.
정말요? 9월 22일이 제가 데뷔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에요! 그날 책을 받아볼 수 있다면 큰 기념이 될 것 같아요. 의미도 깊고요. 빨리 보고 싶어요.


EDITOR 박호준 PHOTOGRAPHER 김형상 STYLIST 박선용 HAIR & MAKEUP 이담은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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