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3는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스포츠 세단이다. 기존 세단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주행 성능과 화려한 디자인을 무기로 삼아 36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BMW를 대표하는 차량으로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그렇게 높은 인기와 우수한 성능으로 인해 가격대는 만만치 않은 편이다. 최신 모델인 6세대 BMW M3가 1억 2천만 원 이상을 호가하니 말이다.
아무나 넘보지 못하는 가격대 때문에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은 눈물을 머금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이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하여 BMW는 M3에서 파생시킨 모델인 M340i를 출시한 바 있다. 주행 성능이 M3보다는 다소 부족하지만 3 시리즈 차량은 확연하게 앞서고 M3의 감성적인 요소가 잘 반영되었으며, 가격대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한편 BMW처럼 인기 높은 고급형 제품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일부 요소를 변화시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제품을 선보이는 경우는 다른 업종에서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일이다.
고급형 PC 케이스 제조사로 유명한 프렉탈 디자인(Fractal Design) 역시 그런 취지의 케이스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기사에서는 그 중 하나인 ‘FOCUS 2 RGB Clear 강화유리 Black’(이하 포커스 2 RGB 클리어)을 살펴보겠다.
‘팝’ 시리즈를 닮은 ‘포커스 G’ 후속 모델
포커스 2 시리즈는 2022년 6월 국내에 출시된 ‘팝’(Pop) 시리즈를 닮았다. 전면에 장착된 ARGB 쿨링 팬 2개와 전반적인 섀시 모양, 강화유리 재질 측면 패널 등 여러 곳에서 비슷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포커스 2 시리즈의 바탕이 된 제품은 프렉탈디자인이 약 5년 전 선보였던 케이스인 ‘포커스 G’(Focus G)이다. 프렉탈디자인의 고급형 케이스와 달리 내부 구조를 단순화시키고 PC를 조립하거나 운용할 때 필요하지 않은 부가적인 요소는 되도록 배제시킨 것이 특징이다.
프렉탈디자인 케이스의 기본적인 감성은 유지하면서 실용적으로 설계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가격대 역시 프렉탈 디자인의 고급형 케이스들보다 저렴하게 책정되었다.
포커스 2 RGB 클리어는 포커스 G에서 5.25인치 및 3.5인치 드라이브 베이를 제거하여 내부 공간을 더 확보하였다. 그렇게 늘어난 공간을 활용하면 전면부에 360mm 규격 라디에이터도 장착 가능하여 다양한 수랭 CPU 쿨러를 이용할 수 있다.
전면 쿨링 팬은 포커스 G와 마찬가지로 개수는 2개지만 규격이 120mm에서 140mm로 더 커졌다. 그 만큼 풍량이 더 많으므로 케이스 내부 열기를 빠르게 식힐 수 있다.
쿨링 팬은 ‘Fractal Aspect 14’(이하 프렉탈 아스펙트 14)이며 ARGB(Addressable RGB, 주소지정식 RGB) LED가 내장되어서 화이트 색상으로만 빛나던 포커스 G의 쿨링 팬보다 아름답고 화려하다. 쿨링 팬 중심축 내부에는 내구성이 높고 소음이 적은 라이플 베어링이 적용되었다.
측면 패널은 아크릴에서 강화유리 재질로 바뀌었다. 무게는 조금 더 무겁지만 내구성이 높아서 쉽게 흠집 나지 않고 웬만한 충격에도 잘 버틸 수 있어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깔끔한 디자인
포커스 2 RGB 클리어는 전면에 메쉬(mesh) 형태로 촘촘한 통풍구가 있고 바로 뒤에는 140mm 쿨링 팬 2개가 있다. 따라서 외부의 차가운 공기를 빠르게 케이스 내부로 유입시켜서 PC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케이스 후면에도 통풍구가 마련되어 있는데 따로 쿨링 팬은 제공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전면 쿨링 팬을 통해 배기도 함께 이뤄지므로 큰 문제는 없지만 발열이 극심한 고급형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후면에 120mm 규격 쿨링 팬을 추가하는 것이 좋다.
제품 상단에도 넓은 면적으로 통풍구가 있다. 자석식 먼지 필터가 제공되므로 부착하면 이물질이 케이스 내부에 쌓이는 것을 막으면서 PC 내부 열기를 배출할 수 있다.
상단 통풍구 옆에는 외부 기기를 연결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와 전원 버튼, RGB 컨트롤러 버튼이 배치되어 있다. 타입C(Type-C) 포트는 막혀있는데 별매품인 ‘USB-C 10Gbps Cable MODEL-D’를 구매해야 사용 가능하다.
확장성과 편의성 고려한 내부 구조
포커스 2 RGB 클리어에는 그래픽카드를 길이 최대 405mm인 제품까지 장착할 수 있다. 지포스 RTX 3090 Ti나 라데온 RX 6950 XT 같은 최고 사양 그래픽카드도 충분히 장착 가능한 수준이다.
공랭 CPU 쿨러는 높이 최대 170mm인 제품까지 장착할 수 있다. 부피가 큰 타워형 공랭 CPU 쿨러도 대다수 제품들이 높이 160mm 내외이므로 무난한 호환성이 보장된다.
파워 서플라이는 표준 ATX 규격에 길이 최대 250mm인 제품까지 장착할 수 있다. 파워 서플라이 장착부 위에는 공간을 따로 구분하는 덮개가 제공되지 않는다. 그래서 파워 서플라이의 각종 전원 케이블이 강화유리 부분을 통해 그대로 노출되어서 미관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을 텐데 측면 패널에 딱 그 위치를 가려주는 ‘슈라우드 커버’(Shroud Cover)가 있으므로 문제없다.
강화유리 측면 패널 반대편에는 3.5인치 HDD와 2.5인치 SSD를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두 가지 모두 2개씩 장착할 수 있는데 2.5인치 SSD는 나사 대신 ‘SSD 퀵 클립’으로 고정하는 방식이어서 간단하게 탈착 가능하다.
수랭 CPU 쿨러 라디에이터는 360mm 규격까지 호환
포커스 2 RGB 클리어는 제품 상단과 전면, 후면에 수랭 CPU 쿨러 라디에이터를 장착 가능하다. 상단에는 최대 240mm, 전면은 최대 360mm, 후면은 최대 120mm 규격까지 호환된다.
상단에 라디에이터를 장착할 때는 포커스 2 RGB 클리어의 기본 구성품인 고정 장치를 사용해야 한다. 나사 홀이 4개 있는 금속판 4개와 나사 8개로 구성된다. 사용 설명서 그림을 참조해서 나사로 고정하면 된다.
금속판은 포커스 2 RGB 클리어 내부에서 라디에이터와 다른 하드웨어의 간격을 떨어뜨려주기 위해 필요하다. 그냥 케이스 상단에 있는 나사 구멍에 맞춰서 라디에이터를 장착하려고 하면 메인보드 방열판이나 메모리와 닿기 때문에 별도로 고정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참고로 메모리는 최대 높이 45mm인 제품까지 함께 사용 가능하다. 방열판이 부착된 메모리는 높이 때문에 라디에이터를 장착하지 못할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케이스 전면에 라디에이터를 장착할 때는 고정 장치가 필요 없지만 기본 장착된 쿨링 팬 2개를 분리해서 장착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분리한 쿨링 팬 2개는 상단에 장착 가능하므로 수랭 CPU 쿨러와 함께 활용하면 된다.
포커스 2 RGB 클리어의 기본적인 쿨링 성능은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PC를 조립하여 온도 측정 테스트를 해보았다. 테스트 시스템 제원은 아래와 같다.
CPU: AMD 라이젠 9 5900X
CPU 쿨러: 리안리 GALAHAD AIO 240 ARGB
RAM: 게일 DDR4-2666 CL19 PRISTINE 8GB x2
메인보드: 에이수스 TUF Gaming B550M-PLUS (Wi-Fi)
그래픽카드: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70 파운더스 에디션
SSD: 씨게이트 파이어쿠다 510 M.2 NVMe 1TB
PSU: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750W 80PLUS GOLD 230V EU 풀모듈러 화이트
CPU와 그래픽카드 발열량이 가장 많은 상태에서 쿨링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Prime95 테스트로 CPU 사용률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렸고, 동시에 3DMark 'Time Spy Extreme'(타임 스파이 익스트림) 벤치마크를 실행하여 그래픽카드의 GPU 사용률도 최대한 끌어올렸다. 이 상태를 30분 이상 유지한 상태에서 라이젠 마스터와 GPU-Z로 CPU 및 GPU 온도를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CPU 온도는 72℃ 내외, GPU 온도는 76℃ 내외로 측정되었다. CPU와 GPU 모두 90℃ 이하에서 정상 작동이 보장되므로 충분히 안정적인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케이스 후면에도 120mm 규격 쿨링 팬을 장착한다면 CPU와 GPU 온도를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ARGB LED 쿨링 팬
포커스 2 RGB 클리어의 프렉탈 아스펙트 4 쿨링 팬은 메인보드에 있는 5V ARGB 커넥터에 연결하면 내장된 ARGB LED가 활성화되며, 메인보드 제조사가 제공하는 LED 소프트웨어로 제어할 수 있다.
그리고 전원 공급을 위하여 SATA 전원 커넥터에 파워 서플라이의 SATA 전원 케이블을 연결시켜야 한다.
에이수스(ASUS)의 아우라 싱크(AURA Sync)를 사용해서 쿨링 팬의 ARGB LED 조명을 제어해보았다. 조명 색상과 점등 모드를 다양하게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며 RGB 색상표를 알고 있으면 직접 입력해서 변경할 수 있다.
혹시 메인보드에 5V ARGB 커넥터가 없거나 다른 장치를 연결해서 더 꽂을 곳이 없다면 포커스 2 RGB 클리어에 기본 제공되는 LED 모드를 이용하면 된다. 위 사진에 보이는 붉은색 덮개를 분리하면 5V ARGB 커넥터가 나타나는데 여기에 쿨링 팬 케이블을 꽂으면 활성화시킬 수 있다.
기본 LED 모드는 앞서 케이스 상단에서 살펴본 RGB 컨트롤러 버튼으로 제어한다. 버튼을 2초 이상 누르고 있으면 점등 모드가 바뀐다. 한 가지 색상이 유지되는 고정 컬러(Static color) 모드, RGB LED가 서서히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하는 슬로 브레싱(Slow breathing) 모드, RGB LED 색상이 계속 변화하는 슬로 체이스(Slow chase) 모드, 북극광을 흉내낸 노던 라이트(Northern lights) 모드, RGB LED를 완전히 끄는 오프(Off) 모드 등이다.
간결하고 실용적인 PC 케이스
지금까지 포커스 2 RGB 클리어를 살펴보았다. 프렉탈디자인의 상위 라인업 케이스들과 비교하면 외형이 간소해 보이고 부가 기능도 많지 않지만 기본기가 충실한 제품이어서 충분히 실용적인 제품이다.
가격대 역시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하므로 큰 비용 부담 없이 프렉탈디자인의 감성이 담긴 케이스를 사용해보고 싶은 소비자라면 포커스 2 RGB 클리어에 관심을 가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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