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가 원동력’ 이재용, 반도체 산실서 ‘기술경영’ 선언

‘초격차가 원동력’ 이재용, 반도체 산실서 ‘기술경영’ 선언

데일리임팩트 2022-08-19 19:28:07 신고

3줄요약
이재용(사진 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사진 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시장에 여러 혼돈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 걸 느꼈다. (삼성이 갈 길은) 아무리 생각해도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기술 같다.”

최근 ‘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장경영 첫 행선지로 기흥캠퍼스 R&D단지 기공식을 택했다. 기흥캠퍼스는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기까지 역사가 담긴 상징적 장소.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복귀 후 첫 행보로 기흥캠퍼스를 택한 것을 두고 ‘초격차 기술 선점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이 부회장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 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을 비롯해 정은승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이 함께 했다. 

삼성전자가 미래 기술 연구개발(R&D) 기지를 세운 것은 2014년 경기도 화성캠퍼스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DSR)를 세운 지 8년 만이다. 때문에 당초 임직원 위주의 행사로 기획됐다가 이 부회장의 경영 제약이 풀리면서 총수가 참석하는 행사로 격상됐다는 후문이다.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새로운 10년을 위한 삼성의 기술경영 의지를 부각하는 데 초점이 맞췄다. 현장에 설치된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은 기흥캠퍼스 모형도와 고(故) 이병철 창업주가 반도체 사업의 시작할 당시 결심을 담은 4개의 문장으로 채워졌다. 

이 부회장 또한 ‘초격차 기술만이 삼성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기흥 반도체 R&D 단지를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설계(팹리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아우르는 핵심 연구기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입해 약 10만9000㎡ 규모의 최첨단 복합시설을 구축한다. 또 국내외 소재·장비·부품 분야 협력회사들과의 R&D 협력을 강화해 인재 양성이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19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과 주요 경영진들. (왼쪽부터) 정은승 DS부문 CTO, 이재용 부회장,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사진. 삼성전자.
19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과 주요 경영진들. (왼쪽부터) 정은승 DS부문 CTO, 이재용 부회장,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사진. 삼성전자.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기공식을 시작으로 현장경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총수의 현장경영은 사업 방향성과 중장기 전략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더욱이 이 부회장의 총수 복귀 신호탄이 되는 자리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군들이 빨간불이 켜진 만큼,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어디로 향할지 다양한 관측을 내놨었다. 이러한 관측을 뒤로 하고 이 부회장은 기흥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사업부터 챙겼다. 이를 놓고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흥캠퍼스는 반도체 사업의 발원지이자 초격차의 산실이다. 이병철 창업주가 1983년 이곳에서 처음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뒤 고(故) 이건희 회장이 사재까지 출연해가며 반도체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이건희 회장은 1984년 기흥 삼성반도체통신 VLSI공장 준공식부터 2011년 화성 반도체 16라인의 준공까지 무려 8번의 행사를 챙길 정도로 각별히 공을 들였다.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1992년 D램 시장 1위 달성, 1993년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달성 등 기흥캠퍼스는 초격차 역사를 써내려가는 데 일조했다. 그 사이 삼성전자는 변방의 기업에서 세계 굴지의 반도체기업으로 탈바꿈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후발주자들에게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마이크론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먼저 2020년부터 176단 낸드를 10나노급 4세대(1a) D램을 먼저 선보였다. 올해에도 마이크론은 232단 낸드 양산을 가장 먼저 시작했고, 연내 10나노(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5세대(1b) D램 양산도 계획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고성능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이 달라졌다. 2020년 7월 업계 최초로 3세대 고성능 D램인 HBM2E를 내놓더니, 올해 업계 최초로 HBM3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14나노급 D램을 양산하면서 삼성전자와 거리를 좁힌 데에서 기술력을 한 단계 진화시킨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서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한 만큼 ‘기술력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착시’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모태가 메모리인 만큼, ‘기술 신화에 균열이 갔다’고 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삼성전자 주가가 계속 부진한 이유는 결국 반도체사업이 ‘초일류’인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의미”라며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하려면 투자가 보다 공격적으로 이뤄줘야 하고, 결국 메모리 전략이 수정될 수밖에 없다. 기술 격차가 좁혀진 것도 메모리 사업이 보수적으로 변한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삼스레 40년 만에 이병철 창업주의 발언을 꺼내든 것도 삼성전자의 ‘현재’와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는 이병철 창업주가 1983년 2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반도체 사업 진출 계획을 발표했던 ‘도쿄 선언’ 직후에 한 발언 중 일부를 공개했다. 

당시 이병철 창업주는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자연조건에 맞으면서도 해외에서 필요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며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이 중에서도 반도체와 컴퓨터 산업에 힘써야 한다고 판단했다. 세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크고 다른 사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뿐더러, 환경친화적이라 미래세대로 갈수록 더 중요도가 커질 것이라는 게 이병철 창업주의 생각이었다. ‘3년도 못 가 실패할 것’이라는 재계의 부정적 반응에도 이병철 창업주는 “삼성이 아니면 하기 힘들다”고 밀어붙였다. 

이날 이 부회장은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선대회장들의 사업보국에 대한 소신, 한국식 기술발전 모델을 정립하겠다는 신념을 계승하겠다는 선언이다. 동시에 기술선도기업으로서 ‘초심’을 되살려 과감히 차세대 기술 개발에 도전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데일리임팩트에 “이병철 선대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취지와 의미를 설명한 내용인데, 옛날식 한자 표현을 한글화하면서 최근 재정리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해 반도체 사업에서 또 한번의 큰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사진. 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부쩍 기술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왔다. 지난 5월 취업제한으로 공식활동을 자제하는 와중에 삼성호암상 시상식을 챙겼다. 삼성호암상은 이 부회장의 제안으로 물리·수학과 화학·생명과학으로 세분화 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호암상을 통해 기술 생태계를 보다 견고하게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삼성호암상 시상식을 찾은 것은 이 같은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6월 유럽출장 귀국길에서는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돌파하려면 ‘초격차 기술’로 돌파해야 한다는 뜻을 드러낸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부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부터 ‘기술’ 선점의 중요성을 지적해왔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 “자칫하면 도태된다. 흔들리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자. 우리가 먼저 미래에 도착하자” 등 미래 기술에 대한 도전을 일깨우는 발언들이었다. 동시에 삼성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위기의식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발언들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기술경영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냄에 따라 ‘특단의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구애와 중국의 반발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흔들림 없이 사업을 해나가는 한편, 경기 둔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대응책을 마련 중아다. 기술경영으로 동력을 만든다 해도, 조직문화가 달라지지 않으면 속도감 있는 변화를 기대키 어렵다.

이 부회장이 “우리가 할 일은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던 점을 고려할 때, 외부 수혈을 늘리고 발탁인사를 확대해 조직의 초격차 DNA 강화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이 부회장은 기공식을 마친 뒤 화성캠퍼스로 이동, 임직원 간담회와 DS부문 사장단 회의를 가졌다. 임직원 간담회에서는 조직문화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이 오갔고, 사장단 회의에서는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주요 현안과 변수,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 진척 상황, 초격차 달성을 위한 기술력 확보 방안 등이 논의됐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그동안 삼성은 세컨무버로 가다가 1위를 점하는 전략을 취해왔다”며 “기존 기술을 활용하는 데에서 나아가 다른 기업들은 하지 않은 영역을 탐색·도전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고, 이에 따라 조직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데일리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