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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을 들어보니 전통적인 운용법이다. 야구 은어로는 ‘쎄오리’를 바탕에 둔 운용이다. 쎄오리는 이론을 뜻하는 단어 시어리(theory·이론)의 일본식 발음이다. 일본야구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은 아직도 몇몇 용어는 일본식 은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쎄오리’는 이론, 정석 등으로 순화할 수 있지만, 변화무쌍한 경기 흐름처럼 딱 한 단어로 정의하긴 어렵다.
삼성 박진만 감독대행은 “쎄오리를 염두에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즐겨쓰지 않는 단어이지만 ‘쎄오리’는 바둑돌을 놓든 한 수 한 수 계산을 담아 경기를 풀어가는 일종의 정공법이다. 한 점이 꼭 필요한 상황에 희생번트를 대거나, 왼손 투수에 약한 좌타자가 대타로 나서면 왼손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것 등도 ‘쎄오리’에 포함된다. 흐름에 따라 가장 확률 높은 선택을 하는 것도 ‘쎄오리’로 부를 수 있다. 정답이 없는 야구 종목 특성상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할 때 ‘쎄오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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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6회말에 선취점을 빼앗겼는데, 이어진 공격에서 선두타자가 볼넷으로 나갔다. 팽팽한 흐름을 유지하려면 동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경기 종반으로 가는 길목이어서, 어떻게든 흐름을 빼앗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대주자를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동점이면 기세 싸움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깔린 선택이다.
5회초 무사 2루에서 이원석에게 번트 사인을 낸 것도 같은 맥락. 박 대행은 “황동재는 경험이 많지 않는 투수다. 기복이 있는 편인데, 선취점을 뽑으면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흐름상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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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감독’이라는 찬사가 나오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삼성의 변화에 시선이 쏠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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