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지에 가져가고 싶은 한 권의 책 <야생 숲의 노트>

여름 휴가지에 가져가고 싶은 한 권의 책 <야생 숲의 노트>

엘르 2022-07-22 16:28:03 신고


책을 받아 들자마자 솔직히 조금 놀랐어요. 고급스러운 양장본에 책 제목과 그림이 스탬핑으로 찍혀 있는 게 심상치 않았거든요. 부드러운 촉감은 물론이고 연한 베이지 빛 심플한 북 커버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야생 숲의 노트〉는 1800년대 처음 출간된 책으로 지휘자이자 음악학자였던 시미언 피즈 체니가 썼습니다. 그는 매 여름을 숲에서 보내며 새를 관찰해서 기록하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음표로 옮겨 적었는데요. 책 속 악보에 그려진 새의 노랫소리를 더듬더듬 허밍으로 따라 부르다 보면 푸른 숲을 산책하는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작은 새들은 대부분 아주 빠르게 노래한다. 너무 빨라서 들리는 것이 고마울 정도다. 그러나 이 작은 새는 웬일인지 맑은 2분음표 하나가 스타카토가 붙은 32분음표로 꽉 찬 곡만큼이나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 검은머리박새는 종종 노래로 유쾌하게 화답한다” _ 〈야생 숲의 노트〉

한국어판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아름다운 새 그림 삽화와 흥미로운 새에 대한 설명이 더해졌기 때문인데요. 빈티지한 무드의 그림은 ‘레드닷 어워드’의 Best of Best 수상한 디자이너 정재연의 손길이 닿았어요. 낯설지만 익숙한 흰목참새, 황금솔새, 여름풍금새 등 약 42여 종의 새들의 이야기를 보고, 노래하고, 읽으며 만끽할 수 있습니다.

〈야생 숲의 노트〉는 수많은 창작자에게 영감을 준 책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거장 파스칼 키냐르는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에서 작가 시미언 피즈 체니와 동명의 주인공을 내세웁니다. 소설은 아내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나는 자연의 소리를 기보하는 한 남자의 삶에 주목합니다. 파스칼 키냐르는 책의 서문에 〈야생 숲 노트〉를 보고 난 감상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있어요.

“생명이 없는 사물에게도 나름의 음악이 있다. 수도꼭지에서 반쯤 찬 양동이 속으로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라.” 나는 이 구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양동이 바닥에 떨어지는 묘한 멜로디를 나는 끊임없이 연주했다. _〈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야생 숲 노트〉는 음악가들에게도 새로운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자연의 소리가 적힌 악보를 통해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 거죠. 덕분에 음악가 안토닌 드보르자크와 올리비에 메시앙의 명곡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이 책은 단순하고 명확하게 ‘일상을 환기하게 하는 소중한 매개체’로 느껴졌어요. 에어팟으로 양쪽 귀를 꽉 막고, 공원을 걸을 때도 듣지 않던 새 소리를 선명하게 떠올리게 하니깐요. 빽빽한 여행 스케줄과 묵직한 캐리어에 끼워 넣을 책을 찾고 있다면 〈야생 숲의 노트〉만 한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얇은 책이 놀라울 정도로 휴가의 활기를 불어 넣어줄 거예요.




사진 프란츠 에디터 김초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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