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핫한 국내 휴가지 울릉도

지금 가장 핫한 국내 휴가지 울릉도

바자 2022-07-06 00:10:02 신고

 
일주도로를 돌며 만나는 울릉도의 풍경.
일주도로를 돌며 만나는 울릉도의 풍경.
일주도로
항해가 날씨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기에 일기예보에서 해가 가장 쨍쨍한 날을 골랐다. 어디든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시대에 지방의 항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수고를 들여야 하는 섬에 간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일렁였다. 거기다 ‘초행길’ 앞에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이름 모를 감각. 배가 출발하는 순간 나의 마음은 선창을 내리치는 너울에 혼미하게 흔들렸다. 3시간이라던 게 4시간이 지나서야 힘겹게 울릉도 땅을 밟았다. 차를 몰고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약간의 원망도 어지러운 머리도 금세 제자리를 잡았다. 프랑스 시인 장 콕토가 〈Plain-Chant〉에서 “내가 사용하는 잉크는 어느 백조의 푸른 피라네”라는 구절을 썼다. “내 귀는 소라 껍질/ 바다 소리를 그리워하오.”라는 그가 쓴 또 다른 시구를 떠올릴 때면 그 잉크가 어떤 색인지 눈앞에 어른거렸다. 울릉도의 하늘과 바다는 항상 그려왔던 푸름이었다. 해안을 따라 울릉도 전역을 크게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는 울릉도의 시작이자 끝으로 어딜 가더라도 이 도로 위를 달리게 된다. 그 사이사이 삼선암, 통구미, 거북바위 등 온갖 명소를 지나는데 차에서 멀리 관망하는 것이 마치 사파리를 닮았다.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몇 번이고 멈춰 섰다. 아 울릉도는 변칙이 필요하구나. 촘촘한 짜임새보다는 성긴 태도가 마땅함을, 그러데이션처럼 하늘과 바다의 색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길 위에 몸을 맡기고 예감했다.
 
대풍감 바다 위의 배 한 척.
대풍감 바다 위의 배 한 척.
대풍감
어디 하나 명소가 아닌 곳이 없는 울릉도에서 꼭 둘러볼 곳을 정하는 데 꽤나 고민했다. 사람은 순위에 약하지 않던가. 우리나라 10대 비경 중 하나라는 수식에 설득당했다. 이름만 들으면 선뜻 짐작도 가지 않는다. 배를 만들기 좋은 나무가 많아 헌 배로 들어와 새 배를 만들고 닻을 달아 바람이 불기 기다렸다고 해서 대풍감(待风坎)이라고 불렀다 한다. 모노레일을 타고 절벽 위로 올라가 향나무 군락지 사이를 걸으면 향목전망대가 나오고 거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대풍감이 펼쳐진다. 투박한 괴암 절벽과 정연한 바다가 겹친 풍경은 열 손가락 안에 당연히 들어갈 만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하얀 포말이 덮인 에메랄드빛 바다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어디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관음도의 현수교.
관음도의 현수교.
관음도
독도와 죽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부속섬이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입도할 수 있다는 독도와 역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죽도 대신 도보로 다리를 건너 갈 수 있는 관음도로 포부를 줄였다. 노래 ‘독도는 우리땅’에서 “새들의 고향” 중 하나가 슴새를 가리킨다. 관음도에도 슴새가 서식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괭이갈매기가 압도적이다. 관중석처럼 바위 틈에 자리 잡은 새들이 수백 마리. 수많은 관광객이 오고 가도 새들은 초연하게 하던 일을 한다. 물 위에서 구슬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바다는 멈추지 않고 반짝거리고 현수교와 계단을 지날수록 아름다운 풍경이 갱신된다. 탐방로 굽이굽이 세 개의 전망대가 있는데 삼선암과 죽도, 관음쌍굴을 가장 좋은 위치에서 보인다. 직접 땅을 밟지 않아도 유람선을 타고 가까이 가지 않아도 보고 싶은 만큼 조용히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나리분지의 명이밭.
나리분지의 명이밭.
나리분지
조각품 같은 주상절리와 타포니가 눈에 익을 무렵 나리분지를 찾았다. 산맥의 병풍 안에 고요하게 펼쳐진 거대한 평지는 또 다른 세계에 닿은 것 같았다. 녹색의 주단을 밟으며 자연이 행한 콘트라스트를 만끽하니 빼죽빼죽한 암석만 좇던 눈이 온화해지고 있었다. 나리분지는 재미있는 곳이다. 꽃밭처럼 어여쁜 야생 명이밭이 덜렁, 아이보다 큰 명이 조각이 우뚝. 누가 명이의 고장 아니랄까봐 웃음이 나온다. 뜬금없이 놀이터가 있는데 태어나서 타본 미끄럼틀 중에서 가장 스릴 있었다. 워터 슬라이드처럼 몸이 누워 내려간다. 놀이터를 지나면 산책로가 나오는데 제주의 사려니숲처럼 원시림의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다. 풍경에 매료되어 저항 없이 걷다가도 문득 뒤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자꾸만 돌아보았다.
 
해 질무렵의 학포 마을.
해 질무렵의 학포 마을.
학포
울릉도 안에서도 오지에 속했던 어촌마을 학포. 비탈진 숲길을 내려가면 포장지를 벗겨낸 듯 선물처럼 마을이 드러난다. 언덕 사이 몇 가구만 있고 한계 없는 천연 수영장이 펼쳐진 작은 마을. 울릉도에 와서 젊은 사람들을 가장 많이 만난 곳이다. 학포 해변은 동글동글한 돌이 깔린 몽돌 해수욕장으로 바다는 수돗물을 틀어놓은 듯 투명해 바닥이 훤히 보인다. 사람들은 해수욕이나 스킨스쿠버를 즐기거나 타프를 치고 캠핑 의자를 펼쳐 오래도록 자리를 지킨다. 힘겹게 다다른 이 섬 안에서 관광지를 바삐 돌지 않고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골든 아워에 접어들자 금빛 해가 마을의 모든 것을 뒤덮는다. 순간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보인다. 학포에만 다른 시간이 흐르는 듯이.
 
관광객과 주민들의 삶이 공존하는 저동항.
관광객과 주민들의 삶이 공존하는 저동항.
저동항
울릉도 입도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서울에서는 강릉이나 묵호항에서 배를 타고, 포항이 가깝다면 거기서 배를 탄다. 강릉항에서 배를 타면 저동항을 통하게 된다. 저동항에 배가 자주 드나들다 보니 가장 번화한 항구 마을이 되었다.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고기잡이배, 행남 해안 산책로를 둘러보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막 도착해 속을 채우는 사람들과 기념품을 고르는 인파가 뒤섞인다. 돌아가는 배표를 끊어놓고 마지막으로 해안 산책로를 걸으며 기암절벽과 천연동굴의 곁을 훑는다. 육지로 가는 배 안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절경이 아닌 모시개 마을이었다. 처음 울릉도 땅을 밟았을 때 경사의 높낮이에 놀랐다. 그런 차이가 생경하고 이국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울릉도는 화산섬이다. 척박한 땅에서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여전히 삶을 꾸려가고 있는지. 작은 숙소와 백반집, 도청과 학교 사이사이 주민들이 사는 집은 핑크색이 많았고 투박하지만 정성스럽게 화초와 식물을 키우고 있었다. 생필품이나 식재료를 파는 시장도 없고 택배는 빠르면 3일, 일주일은 족히 걸리지만 주민들은 항상 밝고 친절하며 어디를 가도 쓰레기 없이 멀끔했다. 하나밖에 없는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를 보며 어떻게 사나 따위를 걱정해보는 내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해면이 잠잠하다. 처음 배에서 내릴 때와 다르게 이 정도라면 몇 번이고 또 올 수 있겠다는 희망이 부푼다.
 


에디터/ 박의령 사진/ 김연제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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