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인간, 공간의 이상적 조합을 제시하는 '기린그림'

자연, 인간, 공간의 이상적 조합을 제시하는 '기린그림'

엘르 2022-07-05 00:00:02


건축 다큐멘터리의 미덕이란 무엇일까
김종신부동산의 경제적 논리가 아닌, 우리가 만나는 공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는 점.
정다운삶에서 아주 중요한 공간적 요소가 다양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공간성을 확장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각각 건축과 공간이 지닌 울림을 처음 인지한 경험이 궁금하다
김종신역시 제주의 수풍석 뮤지엄을 방문했을 때다. 당시 느낌을 무엇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명상적인 공간을 처음으로 체험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정다운 어린 시절, 선생님이던 부모님을 따라 우리나라 북서쪽 끝에 있는 교동도에서 자연과 함께 지냈다. 계절에 따른 빛과 색의 변화와 바람의 변화 등을 느끼며 자연을 가까이했던 경험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강남 한복판으로 이사 오며 극적인 변화를 맞았다. 타워팰리스가 들어서기 전, 빈 부지일 때 그 땅을 마주보는 아파트 단지에 살았고, 마치 다른 나라에 도착한 듯한 충격이었다. 이런 순간들이 공간성에 눈뜨고 건축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한옥에서 자란 경험,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등 행복한 기억을 전해줬던 많은 건축물에 대한 기억과 함께 제주 수풍석 뮤지엄을 남편인 김 감독과 가족들과 방문했을 때의 감동이 잊히지 않는다.

기린그림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 중 한 장면.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제주 수풍석 뮤지엄.


기린그림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 중 한 장면.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제주 수풍석 뮤지엄.


처음 ‘기린그림’이란 이름으로 발표한 작품 〈이타미 준의 바다〉(2019)는 건축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이례적으로 2만 이상 관객이 들었다. 이 영화가 관객을 매료시킨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정다운이미지와 스타일적인 목표가 분명했던 영화다. 건축을 통해 건축가의 인생과 철학을 만나게 한다는 것이었다. 한 건축가의 건축물은 세상을 향한 이야기다. 건축가의 이야기와 건축이 갖는 공간성, 시각적 아름다움을 잘 전달하면 결국 그의 철학과 인생에 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이타미 준의 바다〉는 이런 의도가 관객에게 꽤 성공적으로 전달된 것 같다.
김종신정재은 감독이 이미 좋은 건축영화를 만들었고, 김용관처럼 훌륭한 건축 사진가들의 작업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영향을 받아 우리가 건축영화나 영상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타미 준의 바다〉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됐을 때 우리 목표 중 하나는 관람객이 마치 이타미 준의 건축물 안에 있는 듯한 시청각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극장이란 공간에서도 그런 면이 관객에게 전해지지 않았나 싶다.

기린그림의 입장에서 〈이타미 준의 바다〉가 갖는 내밀한 의미는
정다운공간을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려는 기린그림의 방향성이 결정된 중요한 작품이다. 건축 다큐멘터리를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스타일이 나름 전달력과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 감사하고 행복했던 기억이다. 8년의 제작 기간 동안 수없이 겪은 어려운 순간을 통해 다큐멘터리 작업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그 시간들은 영화 속에 오롯이 담겨 〈이타미 준의 바다〉라는 영화가 이야기 그리고 이미지적 측면에서 확장성을 가지고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건축과 다큐멘터리가 지니는 시간성의 중요성과 힘을 모두 느꼈다.
김종신영화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끊임없이 생명력을 가지고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르 데코〉와 인터뷰하고 있는 오늘도 프라하건축영화제에서 초청 메일이 와 다소 놀랐고, 제주도에 설립될 ‘이타미 준 기념관’에서도 조금 다른 버전으로 공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8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도시건축 다큐멘터리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이하 〈위대한 계약〉)가 개봉됐다. ‘더 나은 도시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문득 “집에 산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도시에 사는 것이다. (중략) 내 집이 도시 속에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그것이 나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가능하게 하는가와 같이 큰 틀을 생각해야 한다”던 건축가 황두진의 말(기린그림의 다큐멘터리 〈한국 현대건축의 오늘_집〉 중)과 〈위대한 계약〉이 이어지는 것 같았다. 이번 작품의 시발점이 된 생각과 그에 관해 고민한 점은
김종신 좋은 질문이다. 건축에 애정이 있는 사람으로서 모두 건축주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어떻게 하면 좋은 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건축가 황두진의 말처럼 도시가 좋아질수록 개인적인 주거를 넘어 더 많은 사람이 좋은 공간을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주거 문제에 박탈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를 위한 공공건축의 개선이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정다운 〈위대한 계약〉의 배경이 되는 공동체적 가치는 ‘더 좋은 공간에서 더 좋은 책을 함께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는 ‘더 나은 도시를 다음 세대를 위해 남겨주자’는 비전으로 귀결된다. 가치 실현을 위한 많은 이의 열정과 노력에 감동받았고, 그 의미를 잘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이 다큐멘터리의 시발점이었다. 수많은 사람과 관계성이 어우러지는 도시의 의미와 가치는 다양한 측면에서 확장성을 갖고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면에서 파주출판도시의 성공과 실패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미래의 도시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위대한 계약〉을 제작하던 중 얻은 예상 밖의 발견은
김종신 파주출판도시의 과거 파트를 편집하다가 결국 우리가 한국 현대사의 일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느꼈다.
정다운파주출판도시가 갖고 있는 생태도시로서의 아름다움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그 노력들은 결국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도시를 물려주기 위한 순수한 가치를 품고 있었는지 등 생각보다 치열했던 과정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김찬중 건축가가 울릉도에 설계한 ‘코스모스 리조트’를 담아낸 장면들.


김찬중 건축가가 울릉도에 설계한 ‘코스모스 리조트’를 담아낸 장면들.


기린그림은 이제 건축가들의 무한 신뢰를 얻는 것으로 안다. 영화 제작 전에 건축가가 미리 설계 의도를 밝히기보다 기린그림의 작업을 기다린다고. 건축가의 의도를 먼저 읽어내고 그 땅과 건축, 사람 간의 관계를 담아내는 기린그림의 노하우가 궁금하다
김종신 가능하면 현장에서 시간을 충분히 갖고 관찰하며 계절과 날씨, 시간 변화에 따른 고정되지 않은 건축의 다양한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다운그 건축공간이 어떤 의도와 의미로 완성됐는지를 그 땅과 건축가, 건축주, 사용자 측면에서 다양하게 생각해 보고 영상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마음이 크다. 마치 그 공간에 직접 가서 체험하는 듯한 영상을 만들고, 우리만이 찾아낼 수 있는 공간의 아름다움을 미학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늘 진지하게 고민하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린그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접근법은
정다운 공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우리의 스타일이 좋은 이야기와 함께 시각적 · 미학적으로 잘 전달되도록 늘 신경 쓴다. 우리만의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 〈이타미 준의 바다〉에서는 공간의 사계절 이미지와 시간성을 드러낼 수 있는 ‘타임라인’ 스타일, 아이와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같은 장치가 우리만의 접근법이었다고 본다. 〈위대한 계약〉에서는 파주출판도시의 건축물 이미지가 문자의 음절로 변환되며 영화 제목 ‘위대한 계약’으로 완성되는 건축 타이틀 시퀀스가 있는데, 이 역시 ‘공동성의 실천’이라는 파주출판도시의 가치를 이미지적으로 함축해서 표현하고자 했던 우리의 스타일이다.

김찬중 건축가가 울릉도에 설계한 ‘코스모스 리조트’를 담아낸 장면들.


김찬중 건축가가 울릉도에 설계한 ‘코스모스 리조트’를 담아낸 장면들.


한 영상 작업을 통해 확장된 생각이나 관심이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기도 하는가
김종신파주출판도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정영선 조경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1세대 조경가인 그의 이야기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정영선 조경가에 관한 다큐멘터리 작업 중이다.
정다운〈이타미 준의 바다〉에서 자연 요소가 중요했던 한 건축가의 작품과 철학, 인생 이야기를 했고, 이후 생태 요소가 중요하게 작동하면서 개인의 삶이 만나고 부딪치는 도시의 이야기로 확장됐다. 그리고 또다시 자연경관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집중하게 된 정영선 · 조경가의 이야기로 확장됐다. 우리에게 중요한 ‘자연과 인간과 공간의 관계와 이야기’란 소재가 그렇게 다음 단계로 이어지며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영선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여주거나 발견하고 싶은 것은
김종신현장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80세 넘은 1세대 조경가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정다운자연경관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늘 인지하고 있다. 이타미 준의 건축, 파주출판도시라는 생태도시 프로젝트에 이어 자연경관을 건축공간과 연결하는 조경가 이야기를 펼치게 됐는데, 가장 큰 동기는 역시 정영선 조경가가 선사한 선물과도 같은 공간 ‘선유도 공원’이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해서 많은 시간을 보낸 그 장소의 아름다움과 힘을 언젠가 이야기로 전달하고 싶었고, 매력적인 할머니 조경가 정영선 선생님을 실제로 뵈어 다큐멘터리 작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한국적 경관을 이 시대의 공간에 잘 접목해 다음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고자 하는 선생님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잘 담아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의 부족함도 많이 느끼고 있다.

파주출판도시에 뜻을 모은 건축가와 출판사 대표들의 모습.


파주출판도시에 뜻을 모은 건축가와 출판사 대표들의 모습.


이타미 준, 파주출판도시, 정영선…. 기린그림에게 울림을 주거나 ‘반드시 잘 만들고 싶다’라는 마음을 먹게 되는 이야기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
김종신운 좋게 건축가, 예술가, 미술관 등 다양한 클라이언트의 의뢰로 작업할 기회가 많이 주어졌는데, 그때마다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모든 경험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가 싹을 틔우는 것 같다.
정다운 우리는 ‘사람들을 위한 더 좋은 건축, 공간은 무엇일까’라는 이야기와 그 가치에 관심이 많다. 더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이야기가 지닌 감동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데, 결국 우리가 감동을 받는 공간과 이야기를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다음 작업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 같다.

기린그림이 만드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결국 전하고 싶은 것
김종신 좋은 공간은 인간에게 분명 좋은 역할을 미친다는 사실.
정다운 건축과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 크고 다양한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특히 다음 세대를 위한 좋은 공간이 더 많이 생기고 이것의 가치가 잘 전달되기를 소망한다.

‘더 나은 도시를 다음 세대에 남기리라’는 파주출판도시의 뜻을 전하는 다큐멘터리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더 나은 도시를 다음 세대에 남기리라’는 파주출판도시의 뜻을 전하는 다큐멘터리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기린그림의 버킷 리스트는
정다운우리가 엮는 이야기에는 한국만이 지닌 정서가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타미 준의 건축에서 보이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 파주출판도시에 살아 숨 쉬는 공동체 의식이라는 가치 그리고 정영선 조경가가 전하고자 노력하는 ‘한국적 경관’에 대한 이야기 등이 그렇다. 이러한 한국적 정서와 가치를 세계적으로 널리 전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에디터 이경진 courtesy of jin jin pictures/ giraffe pictures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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