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도전?…인천시장 선거출마 '재산 0원' 28세 청년

무모한 도전?…인천시장 선거출마 '재산 0원' 28세 청년

연합뉴스 2022-05-21 08:00:04 신고

3줄요약

기본소득당 김한별 후보 "시민의 삶 지켜주는 정치 원해"

출근길 시민에 지지 호소하는 김한별 후보 출근길 시민에 지지 호소하는 김한별 후보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6·1 지방선거 인천시장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김한별 후보가 19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유세하고 있다. 2022.5.19 tomatoyoon@yna.co.kr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전체 후보 7천616명 가운데 재산신고액이 '0원'인 후보가 있다. 주인공은 기본소득당 김한별(28) 인천시장 후보다.

광역단체장 후보 55명의 평균 재산 19억8천만원과의 격차는 그렇다 쳐도, 결혼이나 주택 마련을 위해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또래들에게도 한참 못 미칠 정도의 자산 수준이다.

하지만 김 후보는 '무일푼'이 시장 후보로 결격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조금 벌긴 했지만, 노조 활동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주로 쓰다 보니 돈을 모으지 못했어요. 하지만 시민의 마음을 아는 데 억대 자산이 필요할까요. 오히려 이런 상황이 제가 기본소득 정책을 담대하게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후보는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천형 기본소득' 정책을 1호 공약으로 제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선되면 0세부터 29세까지 아동·청소년·청년과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10만원씩 지급할 계획입니다. 약 1조500억원 소요 예산은 인천시 한해 예산 13조원의 세출 조정과 순세계잉여금·재정안정화기금 일부를 활용해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재산이 없어 기탁금과 선거비용 마련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청년 후보자여서 기탁금 절반을 감면받았어도 2천500만원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납부해야 했고, 현수막 설치와 유세차 대여 등 선거비용만도 수천만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도 당원과 지인들의 후원으로 기탁금을 냈고, 소액으로 들어오는 후원금도 최대한 아껴 쓰면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선거에서 떨어지더라도 10% 이상 득표율일 땐 선거비용의 절반을, 15% 이상일 땐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군소정당 후보의 득표력 한계를 고려하면 사실상 비용 반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인터뷰하는 기본소득당 김한별 인천시장 후보 인터뷰하는 기본소득당 김한별 인천시장 후보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6·1 지방선거 인천시장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김한별 후보가 지난 19일 인천시 부평구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5.21 tomatoyoon.yna.co.kr (끝)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한 것은 개인의 정치적 야망보다는 당의 방침에 따른 결정이었다.

"선거 과정에서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 당에서는 서울·경기·인천·대구·광주에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기로 했습니다. 인천시장 후보로 출마하라는 권유가 처음에는 부담됐지만, 기본소득에 관한 국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김 후보가 '모두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유년 시절 아버지의 정리해고 영향도 작용했다.

대우자동차(한국GM 전신) 부평공장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2001년 정리해고 사태 때 해고되고,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하다가 지명수배된 이후 평범한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검거를 피해 성당으로 피신하신 후 며칠간 나오지 못했고, 어머니는 가족 시위에 참석하는데 저를 맡길 데가 없어 데리고 다니셨죠. 나중에 생각해보니 월급 받는 일을 하지 않아도 최소한 삶을 꾸릴 수 있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그때부터 느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이후 대학 재학 시절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최저임금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노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6년 9월 알바노조 인천지부를 만들고, 이후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인천지부장을 지냈다. 이어 2020년 창당한 기본소득당에 합류해 현재 인천시당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재선 국회의원 경력을 지닌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현 인천시장, 2개 부처 장관과 3선 국회의원 경력의 국민의힘 유정복 전 인천시장, 당 대표를 지내고 최초의 여성 인천시장을 노리는 정의당 이정미 후보 등 쟁쟁한 관록의 후보 3명과 맞붙는다.

당선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는 질문에 "번갯불에 콩을 구울 확률 정도"라면서도 청년 후보로서의 패기와 결기는 잃지 않았다.

"시민의 삶을 제대로 지켜주고 싶은 저의 정치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청년이 떠나지 않는 인천, 안정적인 삶을 꿈꿀 수 있는 인천을 위해 저 김한별이 별 볼 일 있는 변화를 인천에서 만들겠습니다."

초등학생 때 집회 참석한 김한별 후보 초등학생 때 집회 참석한 김한별 후보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김한별(오른쪽 머리띠 매는 어린이) 기본소득당 인천시장 후보의 초등학생 때 모습. 2001년 2월 17일 대우차 정리해고 반대집회에서 어머니가 머리띠를 매주고 있다. 김 후보는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 대우차 정리해고 사태 관련 사진을 보다가 사진 속 어린이가 본인이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2022.5.20 (끝)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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