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하니... 회식 갑질

거리두기 해제하니... 회식 갑질

금강일보 2022-05-16 18:46:01 신고

3줄요약

#. 올해 충청지역 한 대학병원에 간호사로 입사한 A(26·여) 씨는 최근 회식 중 과음으로 정신을 잃는 이른바 ‘블랙아웃’ 현상을 경험했다. 선배와 동료들이 권하는 술을 여러 차례 마시는 과정에서 기억을 잃은 것이다. 휴일인데도 강제로 호출돼 간 회식 자리에서 마신 술맛은 쓰고 역하기만 했다. 다행히 가족의 도움으로 귀가할 수 있었으나 만약 길거리에서 그대로 잤다면 무슨 일을 당했을까 아찔하기만 하다. 이후 2시간만 잔 채 출근했는데 그의 심신은 만신창이가 됐다. 다신 회식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직후 부쩍 잦아진 직장 내 술자리는 A 씨의 고민 중 하나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직후 직장 내 회식이 부쩍 늘면서 젊은 직장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집 안에 갇혀 답답한 시간을 보내던 코로나19 대유행의 기억도 싫지만 회식에 참여해 상사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고 갑질까지 당해야 한다는 부담은 더욱 부담이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회식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른바 ‘회식 갑질’은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직장갑질119가 최근 코로나19가 정체를 보이면서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직장 내 늘어난 회식 사례를 수집했는데 한 사례에 따르면 회식에 참여하지 않으면 퇴사를 협박받거나 임금협상 때 불이익을 받았다. 사실상 회식 참석을 강요받은 것이다. 다른 사례에서는 특정인을 회식에 참여하지 못 하게 하거나 특정인 몰래 회식하는 등 회식에 배제하는 방식으로 직원을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경우도 있었다. 회식 자리나 회식 후 귀가할 때 성희롱이 일어나는 일도 적잖았다. 이 때문에 비교적 젊은 세대인 2030의 경우 회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경우 회식을 직원 간 단합의 시간, 혹은 선배가 업무 노하우를 전달하는 장소 등으로 인식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기성세대와 2030 간 회식을 바라보는 시각은 통계로도 알 수 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6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갑질 감수성 지표’를 조사한 결과 ‘팀워크 향상을 위한 회식이나 노래방 등은 조직문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문항에 20대는 ‘그렇지 않다’에 79.5점이나 줬는데 50대는 63.7점을 주는 데 그쳤다.

직급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같은 문항에 일반 사원은 ‘그렇지 않다’라는 응답에 74.2점을 줘 상위 관리자(60.5점)보다 13.7점이나 높았다. 회식문화에 대한 시각차가 있어 충분히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회식 갑질이 직장 내 갑질이라는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근절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세대 간, 관리자와 근로자 간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해 올바른 회식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형민 세종노사연구원 노무사는 “근로자가 관리자에게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직장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 같은 문화가 조성된다면 회식 문화 역시 자연스럽게 정착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사소한 것터 갑질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신성재 기자 ssjreturn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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