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 원룸의 행복

(180) 원룸의 행복

마음건강 길 2022-05-15 04:30:00

*사진= 유튜브 채널 '단순한 진심' 캡쳐
*사진= 유튜브 채널 '단순한 진심' 캡쳐

미니멀리스트를 추구하는 젊은 부부의 수필 속에서 여덟평 원룸에 사는 광경을 보았다. 여덟평 원룸으로 옮긴 젊은 부부는 당신에게 필요한 집은 몇 평이냐고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들은 원룸을 계약하고 걱정을 한다. 보통 원룸에서는 혼자 사는데 부부 둘이서 살면 답답하지 않을까. 물건은 얼마나 줄여야 할까. 그 부부는 가전제품을 없애고 책과 다 쓴 노트를 버리고 그릇과 수저 역시 둘이서 사용할 만큼만 남겼다고 했다.

가구는 싱글침대 크기의 책상 하나와 의자 두 개라고 했다. 그 책상에서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일을 한다고 한다. 그들은 작은 집에서는 꾸미지 않는 것이 최고의 인테리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탄했다는 것이다.

그걸 보면서 나의 영혼은 세월의 저쪽으로 건너가 신혼 시절 우리부부가 살던 달동네 쪽방을 보고 있었다. 빨간색 테두리에 가운데가 노란 스폰지요가 찬 방바닥에 깔려있다. 벽쪽으로 손바닥 하나쯤의 공간이 남았다.

요의 옆으로 좁은 벽에는 사각의 작은 탁자가 붙어 있다. 베니다로 만든 방문 밖이 간이부엌이었고 전에 세 살던 사람이 두고 간 낡은 나무찬장과 석유풍로와 등산용 코펠이 보였다. 수저통에는 숟가락 두 개 젓가락 두 개가 꽂혀있었다.

그때 나는 아파트를 얻어 주겠다는 장모의 제의를 단호히 거부했었다. 행복의 계단은 스스로 만들어 하나하나 올라가는 것이라고 생각 했었다. 나의 두 다리로 맨땅을 밟고 일어서고 싶었다.

대학원생이던 아내는 한 공간에서 영어원서를 읽었고 나는 소설을 읽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일요일 점심은 둘이서 코펠에 인스턴트 우동을 끓여먹고 지붕에서 똑똑 떨어지는 맑은 빗방울을 함께 보았다. 그 작은 방은 나의 천국이었다.

젊은 부부는 글에서 물건을 얼마나 줄여야 할까 고민하지만 나는 그때 줄이고 싶어도 줄일 게 없었다. 그 반대였다. 월급을 아껴서 처음으로 칠인치짜리 작은 흑백 테레비를 샀다. 귀중한 재산 일호였다. 그걸로 ‘소설극장’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행복했다.

나는 뒤틀어진 창틀 틈새에 먼지가 가득끼었지만 그 앞에 철사줄을 치고 나일론 커튼이라도 치고 싶었다. 나의 유치한 인테리어의 꿈이었다고 할까.

최전방 철책선부대로 인사명령이 났다. 나는 거기서 꿈의 궁전을 얻었다. 나같은 초급장교에게도 관사가 배정됐다. 바라크로 지은 엉성한 단층 건물이지만 방이 두 개였다. 그리고 수세식 변기와 욕조가 있는 화장실이 있었다.

갑자기 나는 엄청나게 상승한 느낌이었다. 그때까지는 재래식 화장실을 쓰고 동네목욕탕에 가서 이따금씩 몸을 닦았었다. 따뜻한 물이 찰랑거리는 욕조 속에서 국가가 내게 궁전을 준 것에 대해 감사했다.

육군 대위시절 나는 점심값 대신 장교에게 나오는 수당을 아껴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었다. 사병 식당은 항상 넉넉하게 여분의 밥을 만들었다. 남는 밥은 돼지먹이로 넘기기도 했다. 나는 그 남은 밥을 점심으로 대신 먹기도 했다.

아내가 아이를 포대기에 둘러업고 아파트 청약현장을 부지런히 다녔다. 수없이 떨어지다가 처음으로 우리의 아파트를 마련했다. 왕궁같은 우리집이었다. 우리 부부만 좋은 집을 가지고 사는양 으스대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집에 불이났다. 우리가족은 친척이 하는 병원의 한 작은 입원실을 빌려 얼마간 살았다. 그동안 망각했던 원룸의 편안함을 다시 깨달았다.

아침에 손만 뻗으면 딸과 아들을 만질 수 있었다. 어떤 필요한 물건도 내 팔의 범위 안에 있었다. 가족끼리 오골 오골 모여있는 자체가 행복이었다. 까치 가족을 보면 그 많은 나무들이 있어도 한 나뭇가지에 부부가 원룸을 짓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끼들과 함께 행복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아파트의 평수가 점점 넓어졌다. 방마다 물건들과 책이 가득 찼다. 우리 부부는 다시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귀하게 모았던 물건들을 하나씩 주위의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선물하고 있다.

이제 소유의 개념을 벗어나고 싶다. 집도 땅도 다 팔아버릴 예정이다. 소유하는게 아니라 거기에 얽매이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실버타운의 한 칸을 빌려 살아보고 있다.

낮에는 파도치는 해변을 산책한다. 해수면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친다. 밤에는 하늘 높이 반짝이는 별을 본다. 그리고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좁은 산자락의 길을 따라 따뜻함이 차 있는 우리 부부의 방으로 돌아온다. 행복하다. 우리 부부는 그 젊은 부부 수필의 보이지 않는 후반부쯤 되는 걸까.

Copyright ⓒ 마음건강 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여성

0 / 300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모욕적인 표현 등은 표기 불가로 텍스트로 지정되어 노출이 제한됩니다.
인기뉴스 더보기
댓글 작성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