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오영수가 선택한 그 연극, '라스트 세션'의 힘

[리뷰]오영수가 선택한 그 연극, '라스트 세션'의 힘

뉴스컬처 2022-01-15 09:00:00 신고

연극 '라스트 세션' 커튼콜 사진. 사진=윤현지 기자
연극 '라스트 세션' 커튼콜 사진. 사진=윤현지 기자
연극 '라스트 세션' 커튼콜 사진. 사진=윤현지 기자
연극 '라스트 세션' 커튼콜 사진. 사진=윤현지 기자

13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TOM 1관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연극 ‘라스트 세션’에 입장하는 관객들로 로비가 가득 찼다. 약 330석 규모의 작은 극장이지만, 입장하는 행렬이 끝이 없어 이렇게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나 싶을 정도로 새삼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여파로 군데군데 비어있는 객석이 익숙했던 기자에겐 빈 좌석 없이 꽉 채운 객석이 낯설 정도였다. 줄을 선 인원에게도 시선이 갔다. 주로 2030 여성 관람객이 많은 대학로 소극장 공연에 비해 다양한 연령층의 남녀 관객이 줄을 이었다.

단연 이 열풍의 주인공은 배우 오영수였다.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덤에 오른 오영수의 ‘라스트 세션’ 합류는 많은 화제를 모았다. 광고, 예능 등을 대부분 거절한 오영수의 다음 행보가 소극장 연극이었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 공개가 벌써 4개월이 지나고,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후속작도 연이어 나오면서 그 불씨가 사그러드는 싶다가도 지난 11일 골든글로브 TV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오징어 게임’과 오영수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했다. 이를 증명하듯 ‘라스트 세션’의 오영수 회차는 매진을 이루고 있다.

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장면. 사진=파크컴퍼니
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장면. 사진=파크컴퍼니

작품은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기독교 변증가 ‘C. S. 루이스’가 만나 벌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됐다. 30년간 무신론자로 지내온 루이스가 왜 유신론자가 됐는지 듣고 싶었던 프로이트는 자신의 서재로 루이스를 초대한다. 그들은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주제로 무신론 대 유신론의 토론에서 시작해 도덕률, 행복과 쾌락, 사랑과 기쁨, 삶과 죽음까지 이르며 끝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단어만 보아도 머리가 아픈 느낌이지만 두 인물의 대화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라는 저서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행위를 통해 정서적 억압이 풀린다고 한 프로이트와 ‘기쁨’을 모든 글쓰기의 중심 테마로 삼은 루이스가 만난 만큼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극 중에는 잘못 울린 공습 공보 때문에 몸을 지키려 방독면을 쓰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전쟁을 통해 수천의 죽음을 목도한 루이스와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몸소 깨달은 프로이트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그 뒤에 루이스는 구강암의 고통으로 인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자 하는 프로이트가 살고자 방독면을 쓰는 모습을 비판하고, 죽음 앞에서 무엇을 믿었느냐는 프로이트의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하는 루이스의 모습을 보면서 이들은 왜 이런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지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장면. 사진=파크컴퍼니
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장면. 사진=파크컴퍼니

철학이 그렇듯 작품에서는 수십 수백 가지의 질문이 오가지만 당연히 ‘무엇이다’하는 결론은 나지 않는다. 논쟁, 토론인 만큼 누군가가 이기는 내용도 아니다. 두 인물이 자신의 주장만 내내 고집하는 쇠고집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두 인물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있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프로이트가 루이스의 퇴장 이후 라디오 속 음악 소리를 키우는 것처럼.

논쟁을 마무리할 때쯤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투기 소리가 다시 한번 들리고, 그 소리에 다시 눈을 뜬 루이스는 “시대를 초월한 인류 최대의 미스터리를 하루아침에 풀어보려고 했으니, 미친 짓이죠”라고 말한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그렇다고 생각을 접는 것은 더 미친 짓이다”라고 답한다. 이들의 대화처럼 이 작품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하는 사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장면. 사진=파크컴퍼니
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장면. 사진=파크컴퍼니

오영수의 프로이트는 부드럽게 좌중을 사로잡는 힘을 가졌다. 여느 노인의 일상어처럼 툭툭 대사를 내뱉다가도 중간중간 강세를 넣으며 상황을 환기하고 집중하게 만든다. 그를 뒷받침하는 전박찬의 루이스는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자신의 2배가 넘는 인생을 살아온 프로이트 앞에서 가지는 긴장감과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당돌함이 함께 느껴진다.

두 배우 연기의 힘도 강렬하지만 그 뒤에는 그들을 뒷받침하는 작품의 촘촘함이 느껴진다.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가상의 작품을 만들어낸 만큼 두 인물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공부한 티가 역력하다. 무대 위 소품 하나도 허투루 둔 것이 없고, 실제로 프로이트가 진료 때 사용했다는 소파를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는 등 미장센에도 엄청난 노력을 더했다.

작품은 신구, 오영수, 이상윤, 전박찬이 출연하며 오는 3월 6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1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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