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월든 호수의 봄

(57) 월든 호수의 봄

마음건강 길 2022-01-15 04:35:00

소로가 자신만의 고독한 숲으로 들어가겠다고 하자 친구들이 대체 거기서 뭘 할 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소로는 그날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그곳에서 나는 갈대 사이에서 속삭이는 바람소리만 들을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버리고 떠날 수만 있다면 그곳에서 아주 성공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친구들은 도대체 무엇을 할 속셈으로 거기 가려 하느냐고 묻는다. 계절이 변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할 일은 충분하지 않겠는가?” 

소로는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 살면서 실제로 그랬다. 《월든》의 열일곱번째 장인 〈봄〉에서 소로는 계절이 변해가는 과정을 이렇게 묘사했다. 

 

숲에 들어와 사는 삶의 한 가지 매력은 봄이 오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호수의 얼음은 마침내 벌집 모양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그 위를 걸으면 구두 자국이 남았다. 

안개와 비와 따뜻해져가는 태양이 서서히 눈을 녹였고, 낮이 눈에 띌 정도로 매일 같이 길어져 갔다. 이제 난방을 세게 하지는 않아도 되니 나무를 해오지 않더라도 겨울을 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봄이 오는 첫 신호를 주의 깊게 기다린다. 다시 돌아온 어느 새의 노랫소리라도 들려오지 않을까, 혹은 지금쯤 겨울식량이 다 떨어졌을 줄무늬다람쥐의 찍찍거리는 소리가 들려 오지 않을까 해서 귀를 기울여보기도 하고, 우드척 녀석이 겨울 보금자리에서 나오지나 않았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동양사상, 특히 《노자》에서는 자연의 생성 변화가 곧 도(道)다. 그러니까 자연이 최고의 질서라는 말인데,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서 계절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어느 정도 도를 깨우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이런 기회를 갖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자유로운 삶이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의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소로는 봄을 알리는 참새의 첫 울음소리와 기쁨의 찬가를 부르며 흘러가는 봄 시냇물 소리에 비하면 역사와 연대기, 전통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

 

얼어있던 월든 호수가 다시 소생하는 과정을 소로는 이렇게 적는다. 

눈보라 치는 겨울날이 화창한 봄날로 바뀌고 어둡고 무기력했던 시간이 밝고 탄력 있는 시간들로 바뀌는 과정은 만물이 그 변화를 선언하는 중대한 전기다.

변화는 그야말로 일순간에 일어난다. 초저녁에 가까운 시간, 하늘에는 아직도 겨울 구름이 끼어 있고 처마에서는 진눈깨비가 섞인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들어온 빛이 집 안을 꽉 채운다.

나는 창문 밖을 내다본다. 세상에! 어제까지만 해도 차가운 회색 얼음이 있던 곳에 투명한 호수가 여름날 저녁처럼 평온하고 희망에 가득 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침내 봄이 온 것이다.

 

소로는 숲 속의 나뭇가지 하나를 보거나 오두막 옆에 쌓아둔 장작더미만 봐도 겨울이 지났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다.

차가운 회색으로 얼어붙어 있던 월든 호수가 녹아 투명한 빛깔로 바뀐 바로 그날 저녁 무렵 먼 남쪽 호수에서 날아온 기러기들이 숲 위를 날며 우는 소리가 들려 온다. 

문 앞에 서있던 소로는 기러기들의 날갯짓 소리까지 듣는다. 기러기들은 오두막 가까이로 날아오다가 방향을 바꿔 호수에 내려 앉는다.

소로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나도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그리고는 숲 속에서 올해의 첫 봄 날 밤을 보냈다.”

여유롭고 한가한 듯하지만 그렇다고 소로가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즐기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소로가 말하는 자연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떠올리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아니라 이 세상을 지배하는 원시적인 생명력이다. 

소로는 단풍 구경하듯 겉으로 드러난 자연 풍광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생명력과 야성을 실감하고 자연의 넉넉함과 균형을 체험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름아닌 자연의 무궁무진한 변화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오감을 통해 생생하게 느껴보려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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