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원 사원이 퇴사 전에 본전 찾는 법은?

대기원 사원이 퇴사 전에 본전 찾는 법은?

코스모폴리탄 2022-01-15 00:00:00


2020년 기준 전체 고용 시장의 40%가 프리랜서다. 완전고용의 시대는 저물고 프리랜서가 시장에서 대안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나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코 꿰인 K직장인들에게 ‘회사에 얽매이지 않은’ 프리랜서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프리워커’로도 불리는 프리랜서는 정말 ‘프리’하게 일할 수 있을까?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영위하면서도 주체적으로 일을 이끌기 위해서는 결국 모두에게 통하는 ‘일의 노하우’를 익혀야 한다. 그리고 그 노하우를 집약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회사다. 프리랜서를 꿈꾸든 그렇지 않든 퇴사 전에 이것만큼은 익히고 나오자.

짜증 나는 동료는 내일의 클라이언트다


온갖 MBTI를 지닌 인간 군상을 발견하게 되는 곳. 바로 회사다. 회사의 규모가 클수록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을 마주하게 될 확률도 높다. 회사 내 프로젝트의 성공이란, 나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 같은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얼마나 내 편으로 끌어오느냐에 달려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면 내 일에 훈수를 두는 사람이 무수히 많다. 내 상사, 우리 팀원, 유관 부서 팀원까지, 내게 “그게 최선이냐”라고 묻는 사람들 말이다. 그 사람들과 회사 생활을 지속하며 배우는 것은 ‘설득의 언어’다. 예를 들어 콘텐츠를 만드는 나와 상품 판매량에 목숨 거는 상품 기획자는 배경지식이 다르다. 그를 설득할 땐 때깔 좋은 문장보다 정직한 수치, 시선을 사로잡는 비주얼보다 적절한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레퍼런스’가 중요하다.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디자이너 A는 누구보다 이 룰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디자이너는 ‘비주얼’로 말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A가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하는 자리에는 항상 본인 작업물뿐만 아니라 수많은 레퍼런스가 놓여 있었다. 현 시장 트렌드, 유사 선례의 시장 반응 등 자신의 작업물에 명분이 돼줄 충분한 자료는 ‘디자인알못’도 설득시키기 충분했다. 일을 잘하는 것에는 그 일을 잘 설명하고, 상대를 납득시키는 것까지 포함된다. 콘텐츠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내가 한 일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무능력한 사람이 된다. 결국 그들을 얼마나 잘 설득하느냐에 따라 프리랜서의 수명은 결정된다. 당신이 회사원이라면 상대의 배경지식과 생각에 맞춰 이야기하는 연습을 해보자. 이러한 설득의 언어를 체득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뚱한 표정으로 당신의 업무를 까내리는 그 동료가 훗날 당신이 프리랜서가 됐을 때 마주할 ‘클라이언트’일지도 모르니.


모든 업무에는 큰 그림이 있다


프리랜서로 일할 때 가장 답답한 것이 일의 전체 프로세스를 보기가 어렵다는 거다. 물론 기획의 첫 삽을 뜨는 순간부터 합류해 일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확률적으로 현저히 적다. 대기업의 프로젝트는 단계별로 쪼개지고 또 쪼개지며, 1인 프리랜서의 경우 보통은 관계자 연락통의 가장 말단에서 일을 맡게 된다. 이 프로젝트가 왜 기획됐는지, 목적과 또 바라는 결과적 수치는 무엇인지, 관련된 기본 배경이 무엇인지 외부인에게 직접 일일이 설명해주는 클라이언트는 드물다. 그러니까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일에 착수해야 하는 것이 프리랜서다. 반대로 생각하면 회사의 구성원일 땐 당신이 조금만 노력하면 프로젝트의 전후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는 거다. 일 하나가 어떤 흐름과 보고 체계를 거쳐 결과를 내는지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회사의 구성원은 그 과정에서 궁금한 점에 대해 마음껏 질문하는 것이 가능하다(아무도 물어보는 사람 없어도 꿋꿋이 질문하자. 잘하고 싶어 그런다는데 누가 말려?). 여기서 말하는 ‘일의 프로세스’란 외부인이 봤을 땐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의사결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조직 구조를 포함한다. 프리랜서, 특히나 회사 생활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일의 맥락’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고, 따라서 광고주의 잦은 수정 요청에 명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니 머리 뚜껑이 열리기 마련이다. 업무 요청이 들어오면 그 일 하나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에 한해 요청한 회사의 전후 프로젝트를 살펴 대강의 맥락을 이해해보자. 그래야 쓸데없는 질문이 안 생긴다. 수정 요청이 잦을 땐 앞서 근무했던 회사의 복잡한 보고 체계를 떠올리며 화를 삭이고 말이다.


내가 구르는 대신 일을 굴리는 법


1인 프리랜서(라 쓰고 작은 기업이라 읽는다)로서 실무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 업무 의뢰를 받는 것부터 일을 수행하는 것, 무수히 많은 참조를 포함해 업무 메일을 쓰는 것, 견적서를 작성하는 것, 구체적 업무를 수행하는 것, 그러니까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다 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프리랜서가 견적서는 어떻게 쓰는 건지, 유관 업체에는 어떤 방식으로 연락하는 건지, 메일을 쓸 때의 매너는 무엇인지 등 프로세스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최근 SNS 계정 운영 대행 업무를 하게 된 프리랜서 B도 같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견적서에는 따로 양식이 있는 건지, 비딩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등 회사를 다니면 기본적으로 알게 될 것들이 의외로 프리랜서의 발목을 잡는다고 말이다. 그러니 당신이 퇴사 전에 기억해둘 것은 일을 기획하고, 외주 업체에 연락하고, 비딩을 위한 RFP를 작성하고, 그들에게 비교 견적서를 요청하는 등 아주 구체적인 업무 컨트롤 과정이다. 프리랜서가 돼 이 일을 전부 떠맡게 된다면 어떨지 상상하며 말이다. 회사 내 업무 분장이 분명해 당신은 아주 부분적인 일만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전체 프로세스에 필요한 구체적인 항목을 귀동냥으로 익혀보자. 프리랜서는 결국 일을 ‘굴리는’ 쇠똥구리 같은 사람이다. 기본적인 방법과 요령을 알아야 잘 굴릴 수 있다.


회사를 테스트 베드 삼자


회사는 성과를 내야 하고, 그 때문에 끊임없이 나를 평가한다. 목표치를 세우게 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인센티브 등 보상을 줄이는 것으로 채찍질한다. 물론 성과란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회사의 결정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으니 기업의 평가 체계에는 큰 함정이 있다. 그래도 여전히 회사는 훗날 내 일을 하기에 앞서 좋은 테스트 베드가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오랜 시간 경력을 쌓았다면 나중에 프리랜서가 됐어도 비슷한 영역에서 일할 확률이 높으니 말이다. 평소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용기 내어 밀어붙여보자. 내 프로젝트가 임원의 의사결정을 통과해 시장에 나가도록 해보자. 조직에선 하나의 일에도 많은 사람이 함께 움직이며 의견이 공유되고 그 성과가 촘촘히 분석된다. 대기업이 좋은 이유는 이거다. 내 프로젝트에 대해 주먹구구식 ‘감상’이 아닌 구체적인 수치로 정리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당신의 능력에 대한 실증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곳이 회사다. 국내 굴지의 IT 기업을 다니던 C는 퇴사한 뒤 스타트업 회사를 차렸다. 그에게 회사 생활이 도움이 됐냐 묻자 ‘당연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업을 운영할 땐 자본을 유치하고 또 사업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사업 계획서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사업 계획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데 기존 회사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유효해요.” 회사를 키우겠다는 마음이 아닌 나를 성장시키겠다는 마음으로 이 과정에 임하자. 무수한 피드백과 데이터를 습득하다 보면 결국 회사 밖에서도 ‘일 잘하는 사람’이 된다.


일에서 도망가지 않는 법


회사는 팽팽한 긴장감과 압박감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보고서의 오타 하나가 내 능력과 직결되고, 성과를 내지 못한 프로젝트는 실패한 것으로 간주된다. 일 말고도 신경 쓸 게 많다. 회사는 개인의 퍼포먼스보다 여럿이 협력해 시너지를 내는 것을 더 중요시한다. 그러려면 사내 문화나 조직원들의 캐릭터에도 적응해야 한다. 이 모든 무게는 직장인의 만국 공통 질병인 ‘월요병’을 낳는다. 대기업에 다녀본 회사원이라면, 반복되는 월요병에 대한 면역처럼 ‘살아남기 위해’ 정신 승리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일의 압박감을 견디기 위한 각자의 노하우가 생기는 셈. 필요한 경우엔 대충이라도 일을 빨리 ‘해치워’버린다거나 취미 생활을 하며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를 찾고, 중요한 일 전엔 명상을 하는 등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 회사 생활이 결국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알려주는 건 ‘압박감을 견디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타의에 의한 압박감 말이다. 프리랜서가 견뎌야 할 압박감의 무게도 결코 이보다 적진 않다. 힘들어서 프리랜서로 도피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회사를 다니는 지금, 운동하는 마음으로 일에서 도망가지 않기 위한 마음의 근육을 미리 키워두자. 그래야만 어떤 상황에서든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freelancer columnist 이혜인 editor 김예린 photo by Getty Images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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