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찾아서, BMW iX

우주를 찾아서, BMW iX

모터트렌드 2022-01-15 00:00:00 신고

 
BMW가 마침내 7년의 공백을 깼다. 2013년 i3 출시 이후 긴 공백을 거치며 온갖 소문을 애써 외면하더니 그간의 설움을 되갚을 작정으로 ‘작품’을 내놓았다.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수입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전기차를 내세울 때 BMW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을 것이다. 묵묵히 내공을 쌓아온 BMW가 iX를 앞세워 귀환을 알렸다.
 
그릴이 세로로 길어지면서 생긴 별명인 ‘돼지코 그릴’은 어느새 친숙했다. 어쩌면 이렇게나 큰 그릴을 넣은 게 전기차 디자인을 위한 큰 그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진의 열을 식혀줄 필요가 없어 막아놓은 그릴은 BMW의 ‘눈치’를 담당한다. 그릴 표면에 감쪽같이 숨겨놓은 카메라와 레이더, 기타 센서들은 도로 상황에 따라 알맞은 기능을 제공한다.
 
 
아, 혹시나 눈이 내려도 문제없다. 그릴 내부에 열선을 추가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폴리우레탄 코팅을 적용한 덕분에 스크래치가 발생하더라도 일정 시간 높은 열을 가하면 자동으로 회복한다. 
 
앞뒤 카메라 세척도 신비한 기능 중 하나다. 주행 중 이물질이 끼었을 때 ‘카메라 클리닝’ 기능을 누르면 분사구가 살짝 튀어나오면서 물을 뿜는다. 보닛 위 엠블럼을 누르면 워셔액 주입구도 짠! 하고 나타난다. 안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손잡이는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캐치 도어보다 예쁘고 사용하기 더 편리했다. 덩치만 큰 줄 알았더니 곳곳에 숨겨놓은 배려가 꽤 섬세하다. 
 
버튼을 없앤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실내는 BMW가 고수하던 색깔을 완전히 바꿨다. 비상등을 제외한 모든 물리버튼을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에 넣어버린 것. 차에 타자마자 버튼으로 히터를 켜는 습관이 몸에 밴 탓에 터치 방식으로 공조 기능을 조작하는 게 어색했다. 곧바로 자세를 맞추기 위해 손이 향한 곳은 시트 아래가 아닌 도어 위쪽이다. 메모리 시트와 시트포지션 컨트롤러의 위치가 도어 트림으로 올라갔다.
 
화려한 소재도 눈에 띈다. 시트 조작부를 포함해 i 드라이브 컨트롤 다이얼, 볼륨 조절 다이얼, 변속 다이얼 등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소재를 사용했다. 앰비언트 라이트는 창문 라인에 맞췄다. 유리를 타고 올라오는 불빛이 iX의 미래적인 이미지를 더욱 강조한다. 
 
 
2열 공간은 전기차의 장점을 마음껏 활용했다. 내연기관 모델과 달리 센터터널이 평평하고, 시트 간 경계도 거의 없어 성인 3명이 앉기에 충분하다. 무릎 공간은 주먹으로 4개 정도. 어찌나 넓은지 1열 시트와 2열 시트 사이에 몸을 넣어도 여유롭다. 거대한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는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다. 계절이 주는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투명 창을, 눈부심을 방지하고 싶다면 불투명 창을 선택하면 된다. 
 
시승차는 iX xDrive50 모델이다. 2개의 전기모터로 합산 최고출력 523마력을 낸다. 부드럽게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iX는 본색을 드러냈다. 가속페달을 눌러 밟는 즉시 78.0kg·m의 토크를 뿜어내며 넘치는 힘을 자랑했다. 한번 붙은 속도는 쉽사리 내려가지 않았고 페달을 살짝 건드리면 다시 숫자가 솟구쳤다.
 
빠른 속도로 인해 머리가 뒤로 밀릴 때,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는 예상했다는 듯 자세를 단단히 받쳐줬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6초. 기록된 수치보다 실제 속도감은 훨씬 빨랐다. 
 
 
우주의 기운을 받은 사운드도 빼놓을 수 없다. 시동을 누를 때부터 들리는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은 차량의 속도와 주행 모드에 따라 다른 소리를 제공한다. BMW 전기차 소리 세계관은 작곡가 한스 짐머와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 속 우주선에 사용했던 사운드와 비슷하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휘-잉 하는 소리가 여러 겹 쌓여 웅장하게 변한다. 귓가를 맴도는 소리와 속도에 집중하다 보면 iX가 마치 블랙홀을 뚫고 지구에 도달한 우주선처럼 느껴진다. 물론 오른발을 거침없이 사용한다는 건 믿을 만한 구석이 있어서다. 적당히 부드러운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의 요철과 자잘한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냈다. 굽이진 길에서는 큰 몸집과 높은 차체를 잊을 만큼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그릴에 숨은 레이더는 안전을 책임진다
 
적응형 회생제동 시스템 덕분에 승차감도 편안했다. 회생제동 단계를 설정할 필요 없이 도로의 정보를 꼼꼼히 파악해 스스로 브레이크 양을 설정하는 기능이다. 옆 차가 끼어들거나 앞차가 제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감속하고, 앞차가 멀리 있을 때는 속도를 탄력적으로 붙인다. 회생제동 특유의 꿀렁거림이 없어 멀미 걱정을 덜었다. 
 
다만 급격한 코너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했는데, 회생제동 개입 후 브레이크를 수동 조작하면 약간의 밀림이 동반됐다. 반자율주행 시스템은 기대에 부응했다(사실 이미 잘하는 분야라 기대랄 것도 없었다). 차선 유지 기능은 제 역할에 충실했고 안정적인 차간 간격과 이질감 없는 제동 실력을 보여줬다.
 
 
BMW iX xDrive50 가격은 1억4630만 원이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인 60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447km.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아우디 e-트론 291km와 테슬라 모델 Y 511km 사이에 자리 잡았다.
 
‘너무 비싼 거 아냐? 국산 준중형 전기 SUV랑 주행거리도 비슷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엄연히 급이 다르다. 다양한 첨단 기능과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 곳곳에 적용한 카본 마감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가격이다. 오랜 시간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기다렸을 iX가 이제 베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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