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 정조준

삼성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 정조준

데일리임팩트 2021-12-08 00:05:25 신고

이재용 부회장이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이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핵심인 삼성전자는 물론, 전자계열사 수장들을 모두 50대로 교체했다. 업계의 예상을 뒤엎는 ‘세대교체’다. 이어질 임원급 인사에서도 파격 인사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재계 상위 그룹들이 안정 속 혁신을 꾀한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이 이 같은 변화를 택한 데에는 성장동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삼성은 오너 공백으로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로 버티는 동안, 미래 준비에서 경쟁사들의 추격을 허용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인력 배치와 조직 개편을 통해 다시 초격차 DNA를 되살리는 데 역점을 뒀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달성하겠다는 각오가 읽힌다. 

7일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가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총 9명이 승진 또는 보직을 이동했고, 삼성SDI와 삼성전기는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삼성전자의 인사를 보면, 주력 사업을 이끌던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대표는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세 사람은 2017년 10월부터 약 4년 간 각각 반도체(DS),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을 각각 이끌어 왔다. 지난해 차세대 주자들을 반도체 사업부장으로 전면 배치하는 변화를 꾀할 때에도 세 사람은 유임에 성공했다. 세 사람의 잔여 임기는 28개월, ‘성과가 없다면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원칙을 천명한 셈이다. 

후임자로는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이 DS를,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CE와 IM을 통합한 세트부문을 맡는다. 

삼성SDI는 최윤호 삼성전자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이 키를 잡게 됐다. 삼성전기는 장덕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센서사업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수장으로 세웠다. 

곳간 채웠지만 리더십은 ‘흔들’

외형적으로만 본다면 세 사람의 교체는 일견 의아해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236조8100억원, 영업이익 35조99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78%, 영업이익은 29.62% 증가한 성적이다. 2013년과 2017년, 2018년 이후 네 번째로 연간 영업이익이 35조원을 넘어선 것은 물론, 매출 역시 2018년 반도체 초호황기에 버금가는 실적을 내며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3분기까지의 성적을 보면, 매출 203조393원, 영업이익 37조7671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40.2% 늘어난 호실적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리더십 교체를 택한 데에는 ‘위기의식’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영국 브랜드 컨설팅업체 ‘퓨처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브랜드 톱 100에서 올해 처음으로 톱10에서 밀렸다. 3000명의 전문가들이 브랜드 지수를 평가해 매기는 해당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2014년 5위에 오른 뒤 2016년 3위, 2018년 9위, 2020년 3위 등 수년째 10위권을 유지했었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에 대해 우려 섞인 전망이 늘었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나아갈 것(Moving Ahead)’이라는 전망은 70%에서 69%로 줄어든 데 반해, 성장 가능성이 ‘제자리 수준(Standing Still)일 것’이라는 관측이 24%에서 27%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위험신호’라고 해석했다. 

삼성은 2018년 시스템반도체와 AI(인공지능)·5G·전장·바이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AI(인공지능)·5G·전장·바이오에만 25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시스템반도체 역시 이듬해 투자액을 133조원으로 늘린 데 이어 올해 다시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메모리반도체 중심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삼성전자의 체질 개선은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졌다. 3분기 삼성전자는 매출 73조9800억원, 영업이익 15조8200억원을 올렸는데, 반도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조4100억원, 10조600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매출의 3분의 1 이상, 영업이익의 3분의 2이상이 반도체에서 나온 셈이다. 

이처럼 반도체 의존도가 높지만, 시장에서의 기술 격차는 흔들렸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경우, 미국 마이크론이 지난해 11월 176단 이상 3D 7세대 낸드 출시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월 4세대 10나노(1a) D램 양산에 성공하며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갔다. EUV(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해 4세대 10나노(1a) D램 양산도 SK하이닉스가 선수를 쳤다. 

시스템반도체를 견인차가 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TSMC가 삼성전자보다 먼저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양산 계획을 확정했고, 인텔은 아예 4년 내 1㎚대 초미세공정 양산을 선언했다. 특히 TSMC와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3배 차이가 난다.

또다른 효자사업인 스마트폰에서도 삼성전자는 불안한 처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5000만대에서 2억9000만대 가량, 연간 3억대라는 기록이 깨졌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 20%를 수성하지 못했다. 모바일 칩셋 수급이 막힌 화웨이를 제외한 상위 제조업체들이 점유율을 늘릴 때 삼성전자는 중저가 강화 전략에도 불구하고 고전했다. 이로 인해 IM부문 매출은 최근 5년 간 처음으로 100조원을 밑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폴더블폰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갤럭시 스마트폰 전체를 놓고 본다면 브랜드 충성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프리미엄과 중저가 시장 양쪽에서 포지셔닝이 애매해졌다”고 지적했다. 

TV사업에서는 차세대 기술로 손꼽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의 진입이 늦었다. 현재 TV 시장의 흐름은 OLED TV로 넘어갔다. 3분기 동향을 봐도 변화는 뚜렷하다. OLED TV 출하량은 153만9000여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93만1000여대 늘었다. 같은 기간 LCD(액정표시장치) TV는 6197만8000여대에서 4885만9000여대로 줄었다. 시장에서는 2026년 QD(퀀텀닷)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OLED TV 출하량이 1650만대에 달할 것으로 본다.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271억달러 규모다. 전체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도 3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OLED TV는 평균판매단가(ASP)가 1950.9달러로 LCD TV(512.3달러)의 약 4배다. OLED TV의 수익성이 더 낫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올해까지 LCD TV에 집중했다. 13조1000억원을 투자, QD( OLED 기술력 확보에 매진했던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속도다. 

경쟁사들이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5G 통신장비, 전장, 배터리에서도 삼성은 만족스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5G 사업에서도 지난해 미국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 계약을 맺은 이후 올해 미국 T모바일과 AT&T, 버라이즌 등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AI에서는 네이버·LG전자가 초대규모 AI 기술 현황을 공개한 것과 달리 뚜렷한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전장은 디지털 콕핏, 텔레매틱스 컨트롤 유닛(TCU)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하만 인수 효과를 보지 못하는 모양새다. LG전자가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기술 고도화를 진행, 외연을 확장하는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SK온에 추월당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10월 세계 각국에 차량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216.2GWh로 전년 동기 대비 116.1% 증가했다. 이 기간 삼성SDI는 63.6% 성장하며 점유율 4.6%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SK온이 120.2% 성장률을 달성, 점유율 5.8%로 5위에 오른 것과 대비된다. 투자 속도가 느렸던 영향이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늦게 미국 현지에 합작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이로 인해 수주전에서 밀린 형국이다. 스텔란티스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과 각각 합작공장을 세울 예정인데, 삼성SDI가 확보한 물량(23GWh)은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40GWh)보다 적다. 

대내외 변수에 ‘미래’로 해법 모색

이에 삼성은 인사를 통해 묘수를 찾는 모습이다. 일단 사업을 총괄하는 인물들은 모두 50대로 바꿨고 예상 밖의 인사를 통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경계현 사장은 삼성전기에서 삼성전자의 DS 부문장으로 복귀했는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종희 사장 역시 TV 한 우물만 판 전문가로 CE나 IM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 경험 면에서는 부족한 편이다. 강인엽 사장은 시스템LSI사업부장에서 미주총괄로 이동했다.

이 같은 조치는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기 위한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전문성은 갖추되 타성에 젖지 않은 관점을 지닌 인물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경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 한 사장은 TV 부문 전문가다. 강 사장은 모뎀 개발 최고 전문가다. 이들은 성공의 방법을 아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경 사장은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역대급 실적을 만들었다. 한 사장은 익히 알려진 대로 15년째 전 세계 TV 1위 신화에 기여했다. 강 사장은 시스템LSI 사업을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특히 세트 부문의 통합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1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CE와 IM부문을 분리했다. 10년 만에 두 부문을 합친 것은 IoT(사물인터넷), 5G, AI 등 혁신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모바일과 가전의 경계선이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비스포크’ 콘셉트를 세트 부분에 확대 적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실제 갤럭시Z플립3의 성공에는 취향대로 폰을 꾸밀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강화할 경우, 에코 시스템이 더욱 공고해져 가전과 모바일 모두에서 매출 동반 상승을 노릴 수 있다. 

아울러 전문경영인에 힘을 실어줬다. 김기남 부회장은 권오현 상임고문 이후 4년 만에 삼성전자에서 배출한 회장이자, 총수 일가를 제외한 전문경영인 출신으로는 8번째 회장 직함을 달았다. 한종희 사장과 사업지원TF를 이끄는 정현호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 역시 부회장으로 영전했다. 최경식 부사장은 북미총괄에서 세트부문 북미총괄(사장)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을 지낸 최윤호 사장은 삼성SDI를 이끌게 됐다. 이 과정에서 대내외 변수를 고려해 인력 배치를 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영향 지속, 전 세계적인 공급망 문제, 주력 사업에서의 경쟁 격화 등으로 삼성의 경영 시계로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전사 차원에서 SCM 관리와 원가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기술 전문가들이 전진 배치시켰지만 올해는 경영 효율화에 좀더 신경을 썼다. 정현호 사장은 삼성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삼성비서실 재무팀과 삼성전자 IR팀, 삼성비서실 후속조직인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 삼성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인사지원팀장 등을 두루 거친 전략통이다. 최경식 사장은 구주 총괄 무선 담당, 무선사업부 북미 PM그룹장과 전략마케팅실장을 역임한 영업 전문가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의 중장기 전략이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삼성은 일정 규모로 시장이 성장한 뒤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지는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전략은 안정된 수익을 내는 데 유효했지만, 미래 시장 선점에서는 약점이 됐다. 이에 이번 인사에서 삼성은 현재의 성과보다 미래 성장동력에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조직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강화해 변화를 견인하겠다는 구상이 드러난다”며 “이를 위해 고용 인력들이 최고의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최근 3주 사이 북미·중동 출장에 나선 것도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북미 출장에서 AI연구조직을 점검했고, 모더나·버라이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과 만나 전방위적인 협력을 모색했다. 중동 출장에서도 유사한 행보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그룹 차원의 투자 계획을 내놓은 만큼, 인수합병(M&A)을 통해 추가 동력을 만들 가능성도 높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유망기업을 인수해 경쟁력을 단번에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말 기준 120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한 상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반도체기업의 M&A 규모가 사상 최대액을 경신했다는 것은 M&A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삼성전자도 자체 기술력 외에 목표 달성을 위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으로 M&A를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Copyright ⓒ 데일리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