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史들추기]공장 굴뚝에서 '필수 가전'된 공기청정기

[가전史들추기]공장 굴뚝에서 '필수 가전'된 공기청정기

이데일리 2021-12-04 12:50:00 신고

‘백(白)색 가전’이 이젠 ‘100(百)색’ 가전이 됐습니다. 색깔만 다양해진 게 아닙니다. 신발관리기, 식물재배기 등 온갖 신(新)가전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가전제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불과 십여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미세먼지는 굉장히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창 밖에 누런 황사가 보여야만 공기가 좋지 않구나 했었죠. 심각성을 인지하더라도 별 대응 방법은 없었습니다. 최대한 외출을 피하고 창문을 열지 않거나 외출을 하더라도 마스크를 안 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고성능 필터를 장착한 마스크 사용이 습관화됐습니다. 이와 함께 실내 공간에서도 큰 변화가 생겼는데요, 바로 ‘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이번엔 공기청정기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초의 공기청정기 개발자 프레드릭 코트렐
19세기 굴뚝 연기 걸러냈던 최초의 공기청정기

세계 최초의 공기청정기는 지금처럼 가정이나 사무실의 실내에 쓰이는 용도가 아니었습니다. 19세기 말 산업화로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이에 도움을 주고자 만든 것으로, 화력발전소의 굴뚝에 설치해 연기 입자를 걸러내는 장치였죠.

발명가는 미국의 화학자인 프레드릭 코트렐. 그가 만든 세계 최초의 공기청정기는 정전기를 이용해 먼지나 연기, 안개 등에 있는 물질을 모을 수 있는 ‘전기 집진기’였습니다. 요즘 공기청정기에 적용되는 필터식, 음이온식 등과는 다른 방식이었던 것이죠. 어쨌거나 프레드릭의 공기청정기는 당시 산업 폐기물 속 오염물질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됐고 최초의 특허 등록에도 성공합니다.

이후 20세기에는 미국의 항공우주기술 개발과 함께 먼지 집진 기술도 함께 발전하게 됩니다. 고성능 필터가 장착되면서 공기청정기는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는데요, 특히 미세한 입자를 대부분 걸러낼 수 있는 고성능 필터인 ‘헤파필터’가 상용화되며 현재와 비슷한 원리의 공기청정기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후 1955년 미국에서 대기오염 통제법이 제정되면서 사람들은 공기 질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1963년엔 독일의 함메스 형제가 공기 필터링 시스템을 소형화하는 데 성공해 공기청정기가 가정용으로 쓰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이어 1990년대를 전후로 공기청정기는 가정용으로도 개발되기 시작합니다.

국내선 1980년대 첫 개발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국내에선 1980년대부터 공기청정기 개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삼우전자(현 청풍)가 1983년 음이온 공기청정기를 개발한 것이 시초였습니다. 이후 1987년 금성사(현 LG)는 에어 클리닉(Air Clinic)이란 별칭으로 필터식 공기청정기 사업을 시작합니다. 청풍도 1991년 음이온 공기청정기 시판에 나섰고, 1990년대 들어선 웅진코웨이, 청호나이스 등이 공기청정기 사업에 뛰어듭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반적인 삶의 질이 높아지고 봄이면 찾아오는 ‘황사’가 국민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다양한 공기청정기가 개발됩니다. 여러 필터와 갖가지 살균 기능 등이 추가되고 관련 특허출원도 쏟아지기 시작했죠.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2000년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03년 3000억원을 넘어서며 크게 성장합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삼성, LG가 공기청정기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기 시작합니다. 공기청정기의 크기는 이전보다 더 작아져 이동성이 좋아졌고, 가습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며 성장을 이어갑니다. 2010년대부터는 ‘미세먼지’가 큰 관심거리가 되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2016년 처음으로 100만 대를 돌파한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017년 140만 대, 2018년 250만 대로 치솟았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기청정기 보급률은 2019년 60% 수준에서 최근 70%까지 확대됐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집콕’ 문화와 위생에 대한 관심으로 판매량이 더욱 늘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큐브에어’(왼쪽)와 LG전자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플러스(오른쪽). (사진=삼성·LG전자)
◇가습·반려동물용…공기청정기의 다기능화


공기청정기의 변신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내놓은 ‘비스포크 큐브 에어’는 공기 정화 기능뿐만 아니라 삼성 냉장고 등에 적용돼 큰 인기를 끈 비스포크 스타일을 적용해 디자인부터 기능까지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기 살균 시스템 △산화아연 항균 섬유로 만들어진 항균 집진필터 △팬 가장자리까지 살균해주는 자외선(UV) 발광다이오드(LED)살균 등 살균 기능을 대폭 강화했죠. 반려동물의 털을 직중 제거하는 극세필터와 대소변 냄새를 제거하는 탈취필터를 장착한 ‘펫케어’ 버전 제품도 출시했습니다.

LG전자(066570)의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플러스는 바이러스·항균 효과가 있는 트루 토탈케어 필터가 처음 적용됐으며 0.01㎛(마이크로미터) 크기까지의 극초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강력한 성능을 갖췄습니다. LG 또한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버전의 공기청정기를 출시했습니다.

이 밖에 공기청정기 렌탈 업계 1, 2위를 다투는 코웨이와 SK매직도 각각 ‘듀얼클린 가습공기청정기’와 SK매직의 ‘올클린 공기청정기’ 등을 내놓으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중입니다. 외산 업체로는 발뮤다, 다이슨, 일렉트로룩스, 샤오미 등이 공기청정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츠에 따르면 세계 공기청정기 시장은 지난해 594억2000만달러에서 올해 말까지 617억3000만달러로 약 3.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평균 9.1%씩 성장해 2025년에는 876억달러(약 97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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