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도입 효과 기대...금투업계 반색

디폴트옵션 도입 효과 기대...금투업계 반색

데일리임팩트 2021-12-04 12:41:18 신고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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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조아영 기자]  지난 2일 국회에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법안이 통과되며 금융투자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내년 중 개정안 시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디폴트옵션을 통해 그동안 연 1~2%에 머물던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퇴직연금에 가입 후 직접 운용을 하지 않은 채 퇴직연금을 계속 방치할 시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방법으로 사업자가 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미국, 영국, 호주 등 퇴직연금 선진국의 대부분이 현재 디폴트옵션을 활용해 연 7~8%의 수익률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는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차례로 열어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통과를 의결했다. 이달 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개정안은 준비를 거쳐 내년에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공표 후 6개월 뒤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에 7월 전후로 시기가 예상된다.

이번 개정안에 반영된 디폴트옵션 도입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만 적용될 예정이다. 확정급여(DB)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디폴트옵션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상품 종류로는 생애주기형 펀드로 불리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 인프라펀드, 혼합형펀드, 원리금보장 상품 등이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원리금보장형 상품 안에서 잠자고 있던 퇴직연금 자금의 움직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간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이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적립금 255.5조원 중 원리금보장형은 228.1조원(89.3%)에 달했다. 이 가운데 DC형 퇴직연금 중 원리금보장 상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56조원으로 전체 적립금 67조2000억원 중 83.3%의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DC형 퇴직연금 중 원리금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1.69%였다. 같은 기간 전체 DC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 3.47%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 기간 DC형 퇴직연금 중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13.2%를 기록했으나 차지하는 적립금 비중 차이로 평균 수익률에는 영향이 미미했다.

국내 DC형 퇴직연금 중 원리금보장 상품의 5년간(2016~2020년) 연평균 수익률은 1.85%, 10년간(2011~2020년) 연평균 수익률은 2.56%였다. 10년 동안(2009~2018년) 한국 DC형 퇴직연금과 유사한 미국 401K와 호주의 마이슈퍼 디폴트옵션의 연평균 수익률이 각각 8.3%, 7.9%에 이른 것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선 디폴트 옵션 도입으로 은행·보험업권으로부터 금투업계로 퇴직연금 자금 유입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내 자금 유치를 위한 디폴트 옵션 상품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투업계는 은행·보험업계보다 운용경쟁력이 높다. 실적배당형 퇴직연금에 활용할 수 있는 상품군 자체도 보다 다양하며, 투자 운용 경험도 오랜 기간 쌓아왔다. 실제로 5년간(2016~2020년) 업권별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도 금융투자(2.24%)·생명보험(1.94%)·손해보험(1.91%)·은행(1.68%)순이었다.

각 업권별로 보유 중인 상품 라인업도 다르다. 은행·보험사는 주로 정기예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을 많이 추천하나 증권사는 주식형·채권형·혼합형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증권사는 아울러 ETF(상장지수펀드), TDF(타깃데이터펀드), 글로벌 펀드, 상장리츠 등의 투자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1~2년간 증권사는 DC형 퇴직연금의 운용 수익률에서 은행 및 보험사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해왔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증권사가 매매가능한 투자 상품군 다변화를 통해 실적배당 상품 중심으로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한 것이 주효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2021년 3분기 기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증권사의 최근 1년간 DC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6.54%였다. 보험사와 은행사의 수익률은 각각 2.8%, 2.1%로 증권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실적배당 상품 편입 비중 차이가 수익률 차이로도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은행의 IRP를 제외한 은행 및 보험사 퇴직연금의 실적배당 상품 편입 비중은 20% 미만으로 낮다. 반면에 증권사 DC형 퇴직연금의 실적배당 상품 편입 비중은 올해 2분기 말 55%를 기록했다.

각 기업별로 살펴보니 최근 1년 동안 DC형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 역시 증권사들이 높았다. 43개의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신영증권(10.9%), 삼성증권(8.23%), 미래에셋증권(8.12%)을 포함해 상위 10위권이 모두 금투업계 사업자였다. 보험사 중에서는 교보생명보험(4.89%), 미래에셋생명보험(4.58%), 삼성생명보험(3.68%)이 높은 편이었다.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 낸 사업자는 20위인 신한은행(2.93%)였으며, 1%대의 수익률을 낸 하위권의 여섯 사업자는 모두 은행이었다.

퇴직연금은 은퇴 시점까지 장기간 운용되기 때문에 연간 수익률 2~3%퍼센트 차이가 연금지급 시점에서는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될 시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은 금투업계 사업자에 퇴직연금을 맡기는 가입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데일리임팩트에 “장기적으로 투자 상품을 활용해 자산을 운용하는 DC형 퇴직연금의 수익성은 높을 것”이라며 “그동안 원리금보장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해오던 가입자들이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옮길까하는 고민을 하더라도, 투자 경험이나 역량,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내버려둔 경우가 많았을 텐데 디폴트옵션 법안이 통과되어 시행된다면 가입자들의 고민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이어 “디폴트옵션이 DC형에 적용되기 때문에 회사의 퇴적연금 사업자 선택 문제가 있어 업권 간 이동보다는 상품 간 이동이 많을 것”이라며 “원리금보장형에서 실적배당형 쪽으로 서서히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특히 그동안 많이 선택되면서 올해에 10% 이상 수익을 냈던 TDF(타깃데이트펀드)가 각광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귀띔했다.

그는 “다만 원리금보장 상품도 디폴트 선택지로 같이 들어와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기존 현상 유지가 되지 않기 위해 시행령에서 포트폴리오 형태로 섞어서 제시하게끔 하는 등 보완 장치가 있어야 지금의 수익률 문제가 해결될 것이므로 시행령 단위에서 어떻게 제도가 마련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원금 손실을 우려하는 가입자도 있을 수 있다. 이에 개정안에는 퇴직연금 가입자는 자신이 사전에 운용상품을 선택했더라도 언제든 디폴트 운용을 중단시키고 스스로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안은 퇴직연금 사업자에 대해 합리적인 수수료 산정 의무를 지키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받거나 수수료 부과기준 등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강민호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부장은 데일리임팩트에 “지금으로서는 제도 틀이 만들어진 단계로, 세부적으로 알고자 하는 것은 고용노동부가 시행령 작업에 들어가야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지금은 뼈대만 구축된 상태이며 금융투자협회는 이 뼈대 위에서 상품이 차질 없이 완벽하게 만들어져 가입자들의 수익률 제고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 부장은 이어 “작년에 퇴직연금의 기본 수수료가 1조원을 넘었다”며 “가입자들이 원리금보장형으로 퇴직연금을 넣기만 해도 수수료가 나가는데, 은행의 적립금 수수료만 6000억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을 인식하는 중”이라며 “이번 법안에 사회적 공감대가 반영돼 이제는 앉아서 돈 버는 식으로는 살아남지 못하는 생태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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