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 지소연과 손흥민에게 냉혹한 고양종합운동장 골대

여자축구대표팀 지소연. [사진 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남·여 축구대표팀 ‘월드클래스’에게 고양종합운동장 골대는 불운만 남겼다.
 
콜린 벨(영국)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2차 평가전서 0-2로 졌다. 전반 내내 전방 압박을 통해 경기 주도권을 잡았던 한국은 후반전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며 연속골을 허용했다. 1·2차 평가전서 1승 1패를 기록하며 내년 1월 인도에서 열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 모의고사를 마쳤다.
 
팀 전체적으로 볼 때 ‘골 결정력 부재’라는 숙제를 남겼지만, 선수 개별적으로는 지소연(30·첼시 위민)의 경기력을 확인한 평가전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지소연은 후방에서 상대 공격을 끊거나 빌드업, 침투 패스, 프리킥 등에서 완결성 있는 활약을 하며 한국의 중심을 잡아줬다.
 
지소연이 ‘월드클래스’임을 입증한 평가전이었다. 그는 최근 2021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여자축구선수 최종 후보 13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후보 선정이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은 것이다. 지난달 27일 1차 평가전을 마치고 지트카 클림코바 뉴질랜드 감독도 “그라운드 내 영향력이 대단하다. 가장 인상적인 선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양종합운동장 골대는 지소연의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소연은 한국 대표팀 소속으로 A매치 남·여 최다인 59골을 기록 중이었다. 한 골만 더 넣으면 A매치서 최초 60골을 터뜨린 선수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몇 번의 득점 찬스가 있었다. 1차 평가전 후반 22분 프리킥 슛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강타했다. 골대 불운이었다.
 
골대 불운은 2차 평가전서도 이어졌다. 전반 29분 지소연이 페널티박스 왼쪽 바깥 위치에서 오른발 중거리 슛을 했으나 뉴질랜드 골대를 때렸다. 다시 한번 슛을 시도했지만, 골대 위로 벗어났다. 지소연의 골이 경기 전반에 터졌다면 한국은 수비 위주의 전술을 지향하면서 뉴질랜드 공격을 막아냈을 것이다.
 

남자축구대표팀 손흥민. [사진 대한축구협회]

똑같은 상황이 이전 남자 축구대표팀 경기에도 있었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황희찬(25·울버햄튼)의 페널티킥 득점이 결승골이었다.
 
이날 ‘손세이셔널’ 손흥민(29·토트넘)은 골 빼고 전부 보여줬다. 골대 불운을 겪은 탓에 득점을 터뜨리지는 못했다. 전반 45분 하프라인부터 상대 선수 3명을 달고 단독 드리블 돌파를 했다. 약 30m를 돌파해 왼발 슛을 쐈으나 왼쪽 골대를 맞췄다. 후반 28분에도 김진수(전북 현대)가 올린 크로스를 손흥민이 달려들며 헤딩 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맞고 나왔다.
 
A매치 경기는 주로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다. 그러나 현재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잔디 보수로 인해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 다른 경기장들에 비해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개최했는데, 지독한 골대 불운이 ‘월드클래스’의 탄식만 자아냈다.
 
김영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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