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연기’ 선수 마음 살핀 류지현 감독, 서건창과의 ‘짧은 통화 긴 여운’

‘FA 연기’ 선수 마음 살핀 류지현 감독, 서건창과의 ‘짧은 통화 긴 여운’

스포츠경향 2021-11-26 07:32:00

지난 25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 류지현 LG 감독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서건창. 길지 않은 통화였지만, 여운은 길었다. 류 감독은 서건창의 인사에 “어려운 결정을 해줘서 고맙다”며 선수 마음부터 헤아리려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 안에 신뢰의 메시지도 엿보였다.

이날 오전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는 ‘2022년 FA 승인선수’ 14명을 공시한 가운데 LG에서 FA 자격을 얻은 서건창은 권리 행사를 내년으로 미뤘다.

그 즈음 관련 소식을 구단으로부터 확인한 류 감독이 서건창에게 먼저 문자 메시지를 보내 선수 마음을 위로하자 서건창의 답신이 전화로 걸려온 것이었다.

불과 몇해 전의 서건창이라면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다. 서건창은 올해 키움에서 LG로 트레이드되며 팀내 연봉 순위에 따라 FA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상향 조정되며 보상 조건이 달라져 이적에 제약이 생긴 상태였다. 여기에 올 한 시즌을 데뷔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첫 풀타임 1군 시즌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통산 타율 0.310에 OPS 0.811을 기록하며 내야수로는 특급 타격 실력을 유지하던 서건창은 FA ‘수능시험’ 같은 올시즌 타율 0.253에 OPS 0.693으로 이름값과는 동떨어진 성적을 남겼다.

류 감독은 통화 이후 관련 얘기를 묻자 “FA 권리 행사를 미루면서 마음 고생을 굉장히 많이 했을 것이다. 어려운 결정을 해줬고, 감독으로서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또 “선수 스스로 내년 시즌에 대한 자신이 있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건창은 류 감독과 통화에서 “내년에 다시 심기일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서건창으로선 FA 신청을 미루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여러 곳에서 조언도 들어가며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류 감독은 그 과정을 짐작하며 선수 마음을 헤아리려 했다.

잠실구장 LG 감독실에 걸려있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실천이기도 하다. 이청득심은 누군가에 귀 기울여 경청하고 마음을 읽어 또 그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지혜를 일컫는 말이다.

때로는 새 시즌의 변화는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 류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살피는 일로 새 시즌을 향한 첫 발을 떼고 있다.

<이천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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