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은 9년 만에, 왜 지금 '차별금지법'을 꺼냈나 [고수정의 참견]

문대통령은 9년 만에, 왜 지금 '차별금지법'을 꺼냈나 [고수정의 참견]

데일리안 2021-11-26 07:00:00 신고

2012년 대선서 공약 후 2017년 돌연 유보

'제정 반대하나' 질문에 "나중에" 즉답 피해

취임 후에도 별다른 언급 없다 갑자기 공론화

정가서 '존재감 부각' '소신 표명' 해석 분분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 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라는 기구법안에 인권규범을 담아 한계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9년 만에 차별금지법을 꺼내 들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연령, 인종, 장애, 종교,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인권위가 2006년 제정을 권고한 이후 15년째 추진되고 있지만, 각계각층의 반대로 발의와 폐기가 반복되는 답보 상태에 있다.


사실 문 대통령이 올해 차별금지법을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27일 비공개 참모회의에서 '차별금지법을 검토해볼 단계'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차별금지법 띄우기' 주목되는 건, 대통령선거를 6개월도 채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문 대통령의 2012년 대선 공약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약속을 돌연 유보했다. 실제 기독교계 등에서 차별금지법의 '성적 지향'이라는 항목이 동성결혼을 용인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2017년 2월 한 여성 성소수자로의 '차별금지법에 반대하시느냐'는 질문에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선 직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 목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다. 당 입장이 확실하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괜찮다"고 말한 적도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TV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로부터 "군 동성애는 국방 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동의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 현장에 있던 한 참석자로부터 "성소수자에게 사과하라. 차별금지법을 즉각 추진하라"는 항의도 들었다.


취임 이후에도 차별금지법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은 문 대통령이 임기를 6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이 시점에 새삼 이를 공론화했기에 의문이 제기될 법도 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민감한 화두를 대선판에 던져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실제 이번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이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속도 조절'을 주장한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한국교회총연합회 관계자들과 만나 "일방통행식 입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언급한 대로 남은 6개월은 짧은 기간이 아니며,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기간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이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기에 부담이 적다는 것, 진보정권에서도 법안이 답보하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에 따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인권 존중 사회를 향한 여정에는 끝이 없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인권의 개념은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권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다" 문 대통령이 9년 간 침묵하다시피 해 온 차별금지법 문제를 돌연 꺼낸 이유가 여기 담겨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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