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대가 낼 수 없다"… 입장 반복한 넷플릭스, 근거는 이렇다

"망 이용대가 낼 수 없다"… 입장 반복한 넷플릭스, 근거는 이렇다

머니S 2021-11-26 05:45:00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관련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4일 딘 가필드((Dean Garfield)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내한해 유권부처와 의원들과의 만남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넷플릭스의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 토마 볼머(Thomas Volmer)가 지난 24일과 25일 연달아 망 이용대가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일각에선 망 이용대가를 강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자 넷플릭스가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의원(국민의힘·구미을)은 CP의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망 이용대가 논쟁을 대하는 넷플릭스의 태도도 변화했다. 딘 가필드 부사장이 넷플릭스가 콘텐츠 생태계에 기여한 부분을 강조했다면 토마 볼머 디렉터는 망 이용대가를 강제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오히려 한국이 피해를 볼 수 있음을 말했다.


"콘텐츠 전송은 ISP의 몫… 트래픽 양 급증, 사실 아냐"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디지털 경제 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려 망 이용대가에 대한 법적인 규제의 타당성 논의가 오갔다.

이날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넷플릭스의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 토마 볼머(Thomas Volmer)는 "ISP(통신사업자)와 CP(콘텐츠제공사업자)간 성공적인 생태계에 기여하고 함께 발전해 나는 것을 염원한다"라면서도 "법적 규제보다 적절한 가치 교환 방법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 봤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과거 프랑스의 최대 이동통신사 오렌지(Orange)와 구글, 넷플릭스에서 근무했던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며 "ISP와 CP가 서로 협력하는 데 견인해 왔기 때문에 양측의 입장을 모두 다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마 볼머 디렉터의 주장에 따르면 CP의 의무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며, 이후 콘텐츠를 전송하는 것은 오롯이 이용자에 대한 ISP의 몫이다. 그는 이러한 역무의 분업이 잘 이뤄졌기 때문에 콘텐츠 혁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망 이용대가 쟁점들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넷플릭스의 콘텐츠로 트래픽 양이 급증했다는 ISP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자사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2018년 5월 50Gbps(기가비트·초당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보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 1Gbps는 1초에 대략 10억비트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는 뜻)에서 2021년 9월 1200Gbps 수준으로 약 24배 급증했다.

이에 대해 토마 볼머 디렉터는 "한국 인터넷의 평균 속도는 200Mb(메가비트)다"며 "하지만 넷플릭스 스트리밍에 필요한 트래픽 양은 대역폭 기준 3.6Mb로, 약 2%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미 국내에서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CP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한국의 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데이터센터 등 서로 상호 교환하는 서비스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넷플릭스도 자국의 다른 ISP들과는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해외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그랬을 수 있다. 실제 그랬다는 것을 공시자료를 통해 확인했다"라면서도 "현재 기준으로 무상 상호접속 원칙 하에 전 세계 어느 ISP에게도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로컬 ISP만 차별적으로 대우를 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며 우회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수 없음을 피력했다.

망 이용대가가 적용될 경우 오히려 한국의 ISP와 CP, 소비자가 겪을 어려움들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인터넷 접속 요금을 "전체 인터넷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정의하며 "망 이용대가가 적용된다면 인터넷 접속 요금을 낸 이후에도 CP에 가는 대가로 ISP에게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일 발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예컨대 카메룬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에 있는 네이버 CP에 접근하기 위해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망 이용대가가 적용된다면 한국의 ISP들이 한국 밖에 있는 콘텐츠를 가져오기 위해 미국이나 싱가포르, 일본 등에 있는 망에 연결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을 의미"라며 "CP의 경우도 데이터 트래픽을 장거리에서 끌어와야 하는 그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고, 여기에서 수반되는 비용은 더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도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pen Connect Apliances·OCA)'는 언급됐다. OCA는 넷플릭스가 서비스 국가에 설치하는 일종의 캐시서버로, 넷플릭스는 자체 CDN인 OCA를 설치해 ISP의 트래픽 부담을 줄여왔다고 주장해 왔다.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국내 이용자에게 도달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ISP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 이용자가 요청한 콘텐츠는 넷플릭스가 일본과 홍콩에 설치한 ‘오픈커넥트’와 연결된 부산 국제전용회선을 타고 국내 망에 도달한다.

이 때 넷플릭스는 특정 시간대 가입자들이 볼 콘텐츠를 예측해 OCA에 해당 콘텐츠를 미리 저장해둔다. OCA를 설치할 경우 콘텐츠로 인해 발생하는 트래픽 양을 최대 10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토마 볼머 디렉터는 "넷플릭스의 입장에서 망 이용대가가 적절한 솔루션이 아니라는 말씀 드리고 싶다"라며 "ISP와 CP 간 협업을 강제화하는 조치보다는 기술적인 솔루션과 자발적인 협력을 통해 함께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 방식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소주제


이런 넷플릭스의 주장에 대해 조대근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네트워크 거래방식'을 근거로 망 이용대가를 ISP에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네트워크의 거래방식에 대해 ▲피어링(Peering·동등접속) ▲페이드 피어링(Paid peering) ▲트랜짓(transit·중계접속) 3가지로 구분했다. 그는 “피어링은 접속한 당사자 간 트래픽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로 무상이 원칙”이라며 “다만 경우에 따라 ‘페이드’ 피어링이 될 수 있다. 트래픽을 교환하는 비율이 너무 상이한 경우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이 ‘페이드 피어링’의 경우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또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우리가 통신료 5만원을 낼 때 2만원은 접속료, 3만원은 전송료 구분하냐”고 꼬집었다.

그 동안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원칙에 의거해 이용자와 CP가 접속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뒤 전송 과정에 대한 비용(전송료)은 ISP가 담당할 몫이라고 주장해 왔다. 또 이미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한 이용자가 요청한 콘텐츠를 전송하는 CP에 ISP가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는 것은 '이중 부과'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망 이용대가는 이용자가 내면 넷플릭스는 안 내도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넷플릭스도 같은 망 이용자로서 내야 하는 요금"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터넷은 '양면시장'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중부과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자로부터 연회비를 수취하는 동시에 가맹점으로부터 결제 수수료를 지급받는 카드사가 양면시장의 대표적인 예다.

양면시장이라는 근거로 그는 ‘차터의 합병 승인 건’을 언급했다. 미국 케이블TV 업체 ‘차터’에 대한 2016년 FCC(연방통신위원회)의 합병 승인 명령서를 보면 앙면시장을 인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에 따르면 당시 FCC는 합병을 승인한다면 유료방송 사업자인 차터가 OTT에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과금할 것을 우려해 7년 간 피어링 하는 사업자에 부당한 비용을 받지 말 것을 명령했다.

조 교수는 “ISP 입장에선 CP한테 과금할 수 있다면 오히려 CP를 더 많이 끌어 모으기 위해 일반 이용자의 요금을 낮출 것”이라며 “CP 입장에서도 일반 가입자가 많이 모이며 이득을 누릴 수 있다. 양면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FCC의 명령에 반발한 차터가 조건 무효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 역시 승인 조건이 무효되는 게 맞다고 봤다”라며 “양면 시장을 인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의원(국민의힘·구미을)이 CP의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가운데 조 교수는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매우 엄격한 것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현재 집행할 수 잇는 법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하는 건 이중규제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기존의 법령으로 집행이 불가한 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법이 만들어져도 사업자 간의 계약과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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