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디자인

삶과 디자인

에스콰이어 2021-10-25 21:00:00 신고



‘디자인이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은 내 직업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물음이며,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기 위해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연명하고 있다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번듯한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모든 산업 분야의 발달로 전 세계가 큰 변혁의 해를 맞으며 눈부신 성장을 하는데, 그 사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직 디자이너 및 사업자로서 가치관이 흔들릴 때가 많다. 아주 솔직한 마음으로 열거할 이유가 수십 가지는 되겠지만 기술의 발달이 세계를 새로운 구조로 재편할 때 지금까지의 생활환경에 축적된 미적인 가치는 가끔 희생된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 말하고 싶다. 세상이 기술 발전과 경제 번영을 등에 업고 막무가내로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바람에 우리는 종종 생활 속 미의식에 급작스러운 변화를 겪으며 혼란을 겪는다. 모든 이들이 알게 모르게 변화하는 것이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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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로 인해 디자인에 대한 개념이 상실되거나 퇴보된다고 생각한다. 한번뿐인 삶에 있어서 아름다움을 모르거나 잊고, 때론 등지며 살아간다면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이러한 상황에서는 진보적으로 나아가려는 시대적 방향으로 눈길을 향하기보다 오히려 클래식한 디자인들의 아름다움을 찬찬히 살펴보며, 섬세한 가치들에 눈을 돌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진보란 무조건적으로 돌진하는 것만이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는 미래와 통하는 과거의 좁은 틈 사이에 서있다고 생각한다.

창조적인 일들의 해결사는 사회 전체가 바라보는 그 시선 앞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사회의 뒤에서 통찰하는 시선의 연장에서 발견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마치 우리 앞에도 찬란한 미래가 있겠지만 창조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시선은 유구한 역사의 디자인들이 뒷받침하며 증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극히 사견이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디자인이란 카피의 발전 혹은 진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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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더 나은 유를 파생시키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새로이 창조되는 모든 디자인들은 발상의 순환에서 파생되는 역동 그 자체다. 디자인이란 공간 디자인이나 산업적인 모든 디자인들을 통틀어 생명을 영위하는 인간으로서 더 나은 삶을 살게 함이 분명하다. 디자인은 새로운 경험을 발생시킨다. 진보적으로 더 풍족하고 즐거운 삶의 ‘개인적’ 경험을 위해 디자인을 소비하는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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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는 매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실험을 한다. 더 나은 소비자의 경험을 위해서, 나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서 말이다. 어쩌면 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건 아름다운 공간 디자인을 논함과 거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노동 행위로서 디자인을 실체화하는 자체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와 마주하는 디자인 행위의 하나로 생각한다. 디자인 이론과 설계 그리고 설계와 현장은 일련의 유기체다. 기둥이 없다면 지붕을 올릴 수 없다. 일상을 지내면서 마주하는 모든 디자인들을 마주하고 관찰하며, 분석하고 해석하는 재미를 모든 이들이 느껴본다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지거나 재미있어지겠지.



Writer 강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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