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우리의 밤 골프

별 헤는 밤, 우리의 밤 골프

에스콰이어 2021-10-25 16:00:00 신고

공기가 차다. 여름이 퇴장하기도 전에 겨울이 입장해버린 걸까. 가을이 우물쭈물하다 제자리를 잃어버린 느낌이다. 굉장히 식상한 표현이지만, ‘빚’을 내서라도 즐겨야 한다는 가을 골프의 나날들. 그대는 만끽하고 있는가? 아, 가을 햇살이 여름날의 그것보다 더 뜨겁다고 하더라. 소중한 얼굴을 자외선에게 덜 내어주기 위해 난 느지막이 나선다. 2부보다 3부를 원한다.

좋은 걸 좋아한다. 사람이든 옷이든 책이든. 날씨 또한 말해 뭐할까. 당연히 비 오는 날과 지나치게 더운 날엔 참는다. 아무리 골프가 날 유혹해도 말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여름부터 초가을 사이 한낮 라운드는 ‘자제’하게 되더라. 기왕이면 선선하게, 땀 덜 흘리면서 공 치면 좋으니까. 어떤 이는 저녁엔 공도 잘 안 보이고, 더웠다 추웠다 할 테고, 끝나면 너무 늦어서 동반자들과 밥 먹고 오기도 힘들고, 피곤할 야간 운전이 두려울 거란다. 인정한다. 그럼에도 밤 골프는 좋다. 밤 골프만의 매력이 있기에.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leehd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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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싸다. 그렇다, 비용이 적게 든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골퍼들의 가장 큰 고민은 줄지 않는 스코어, 빠지지 않는 살, ‘광클’해야 겨우 잡을 수 있는 부킹이 아닌 라운드 날의 ‘총 지출금액’이 아닐까. 올라도 너무 올랐다. 슬프게도 코로나19의 확진자 수 증가 추세와 정비례하게 쭉쭉 그린피가 인상됐다. 해외에 못 나가니, ‘적체’된 내수 골퍼들의 수요가 넘쳐 공급자가 ‘갑甲’이 된 셈. 토요일 오후 2시에 골프 치러갔더니 26만원을 내라더라. 오직 그린피로만 말이다. 밤 골프는 그에 비하면 양반이다. 가격이 착하다. 그린피가 아무리 비싸도 20만원대까지 도달하지 않는 편. 평균적으로 15만원 언저리이다. 잘 찾으면 10만원 초반대의 골프장도 있고. 코스 관리는 걱정하지 마시라. 요즘엔 잔디 제대로 안 깎아두면 골프 유튜버들의 생생한 리뷰에 ‘주홍글씨’가 찍히니. 전통의 명문 ‘몽베르 CC’를 추천한다. 10월 기준 그린피가 평일엔 16만원, 주말엔 22만원이다. 찾아가기엔 꽤 먼 길이었지만 사진에서만 보던 웅장한 클럽하우스에 압도됐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leehd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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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보다 거리가 중요하다면 가까운 데로 가자.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골프 8학군 용인으로 가자. 주말 황금 시간대에 춘천 가다 도로에 2시간 반 갇혀봤고, 충주로 향하다 골퍼 인생 최초로 ‘노쇼No-show’ 할 뻔했다. 용인이라면 그럴 걱정 전혀 없다. 심지어 22시 이후 심야 시각엔 차도 안 밀리지 않나. 용인에서 서울 마포까지 45분 만에 도달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 물론 합법적으로 살포시(?) 밟았다. 어쨌든 밤 골프는 귀갓길이 짧다. 18홀 다 돌고 난 후 밀려오는 피로도는 낮이나 밤이나 그리 차이 나지 않을 테니. 돌아오다 열받지 않고 졸지도 않으려면 길 뻥뻥 뚫리는 밤 골프가 괜찮지 않을까. 시원하게 달리다 보면, 해저드로 마구 날아가던 내 골프공들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을 테고. 용인의 핫한 신상 골프장 ‘세현 CC’와 비교적 어렵지 않은 코스의 ‘골드 CC’를 추천한다.

@leehd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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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골프는 4인의 스포츠다. 아니, 이었다. 종종 멤버 수 채우는 게 힘들었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 당당히 둘이 나갈 수 있다. 역설적으로도 코로나19 덕분에 말이다. 수도권은 집합 제한 조치 덕(?)에 저녁 라운드는 ‘반드시’ 2인 플레이만 가능해졌다. 이제 “같이 갈래?” 하면, “좋지!” 하고 단둘이 라운드할 수 있다. 죽마고우 라운드, 부부 라운드, 커플 라운드, 비밀 라운드 모두 가능해진 요즘 밤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얼른 2인 라운드 한 번 경험해 보시길. 감사하게도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그땐 아쉽게도 ‘오붓한’ 라운드는 불가할 테니.

여러분, 일찍 떠나려는 가을을 놓아주지 마세요. 하루하루 꼭 붙잡아 골프 추억 쌓으세요. 저도 충실히 그래볼게요. 그래서 전 내일도 떠납니다. 저 멀리 홍천으로. 아, 물론 2인 라운드고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Writer 이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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