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책 읽는 대한민국’이라는 말

[발행인 칼럼] ‘책 읽는 대한민국’이라는 말

독서신문 2021-10-24 06:00:00 신고

방재홍 발행인

“책 많이 읽으세요”라는 말은 너무 낡았다. “부모님께 효도하세요”라는 말처럼 별 감흥이 없다. 너무 중요한 말이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말의 힘’이 약해진 탓이다. 우리는 독서의 중요성에 관한 말을 어린 시절부터 줄기차게 들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사람은 죽어도 책은 죽지 않는다” 등 전부 주옥같다. 하지만 솔직히 잘 와 닿지는 않는다.

과거에 어떤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시골의사’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박경철 씨의 말이 인상에 남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는 강연에서 독서의 가장 중요한 점에 대해 ‘다른 사람의 지적 결과물을 염탐하고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작가가 책을 쓸 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짜낸다. 작가가 평생에 걸쳐 얻은 지적 결과물을 독자는 책을 읽는 단 몇 시간 만에 습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좋은 책 백 권을 읽었다는 것은 백 명의 지적 결과물을 섭취했다는 것이고, 천 권의 책을 읽었다는 것은 천 명의 삶과 천 명의 생각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라며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할 나위가 없다”고 말했다.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독서의 ‘산술적 효용’이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독서량이 아니다.

인기 북튜버 김겨울 씨는 책 『독서의 기쁨』에서 “천 권을 읽으면 정말 삶이 바뀔까. 그럴지도 모른다. 독서에 익숙해지는 데에 있어서 독서량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곧바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는 것도, 갑자기 훌륭한 위인이 되는 것도 아니”라며 “오히려 그런 방향과는 멀어질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어 “책을 많이 읽었을 때 삶이 바뀐다는 것은, 인생에서 지속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사유 능력과 공감 능력을 증대시키고, 질적으로 훌륭한 차원의 쾌감을 주는 취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라며 “그리고 그런 취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책을 즐기는 게 최고”라고 말한다. 절대적인 독서량도 중요하지만, 한 권을 읽더라도 어떻게 읽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김겨울 씨의 말을 기억해뒀다가 <독서신문> 기자들을 만날 때,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우리 기사가 독자들의 사유 능력과 공감 능력을 증대시키고, 질적으로 훌륭한 차원의 쾌감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이른바 ‘뉴스 홍수’의 시대에 오랫동안 독자들의 눈길을 머물게 하는 기사, 독자들이 최선을 다해 즐길 수 있는 기사를 쓰는 것이 결국 독서의 대한 관심을 늘리고 독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 <독서신문>의 51년 여정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독서문화 확산’이라는 목적과 그 목적을 이룩하기 위해 애써주신 <독서신문>의 모든 관계자분들께도 고개를 숙입니다. 이제 <독서신문>은 그 수고가 헛되지 않기 위해, ‘책 읽는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위에 먼지가 쌓이지 않기 위해 계속 정진하려 합니다. 마지막 종착역인 ‘대한민국의 독서 전성시대’를 향한 앞으로의 발걸음에도 지금까지 베풀어주신 뜨거운 성원과 질책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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