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된 디테일, 제네시스 G80 EV

악마가 된 디테일, 제네시스 G80 EV

모터트렌드 2021-10-24 00:00:00 신고

 

프리미엄 브랜드는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은연중에 느껴지는 세심한 배려와 섬세한 감성이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에 대한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운전석 시트에 앉는 바로 그 순간부터 그랬다.

 

 

처음 앉았을 때 어딘지 조금 불편했다. 문제는 시트 포지션이었다. 좀 높았다. 때문에 자세가 어딘가 어색했다. 시트를 아래로 조정했는데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뭐지? 고장 났나?’ 했지만 아니었다. 그게 다 내려간 거였다. 바닥에 배터리를 쭉 깔아놓으니 그만큼 시트 포지션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도 편한 자세를 찾을 수가 없었다. 헤드룸도 좁아졌다. 그러면서 시야도 덩달아 좁아졌다. 정지선에 바싹 붙어 서면 가끔 머리 위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았다. 물론 내가 대한민국 남성들의 평균 신장인 171cm(국민건강보험공단, 2019)보다 10cm 정도 크긴 하지만, 비슷한 불편함을 느낄 사람이 적진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트렁크를 열면 2열 시트 뒤로 언덕처럼 불룩하게 올라온 부분이 보인다. 배터리팩과 뒷바퀴를 굴리는 전기모터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최근 골프가 유행처럼 번지며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데, 골프백 들어갈 자리 하나를 그렇게 잃고 말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뒷바퀴와 뒷범퍼 사이의 공간은 비어 있다는 사실이다. 내연기관차라면 배기 시스템 등이 들어갔을 텐데, 그게 필요 없는 전기차라 텅 비어버렸다. 물론 배터리와 전기모터 같은 핵심 부품을 이 부분에 넣기는 어려웠을 게다. 후방 추돌사고 시 쉽게 파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게 정말 최선이었는지 궁금하다.

 

제네시스는 G80에 사용한 플랫폼이 내연기관과 전동화 모델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G80 전동화 모델을 보며 그 말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제네시스는 현대차그룹이 정성스레 가꾸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그런 브랜드의 역사적인 첫 번째 순수 전기차가 이렇게 나왔다는 건 꽤나 아쉽다.

 

이런 디테일의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건 준수한 주행성능과 감성 때문이다. 모터는 영구자석 동기전동기를 사용한다. 앞뒤에 각각 하나씩 들어간다. 합산 최고출력은 370마력, 합산 최대토크는 71.4kg·m를 발휘한다. 영구자석 동기전동기는 효율이 높고 발열이 낮아 관리가 쉽다. 아울러 크기에 비해 높은 성능을 끌어낼 수 있고, 회전하는 동시에 최대토크를 뿜어내며, 최고출력을 발휘하기 직전까지 최대토크를 꾸준히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G80 전동화 모델은 스포츠 모드인 경우 4.9초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내달린다. 하지만 컴포트 모드에서도 가속감은 꽤 시원하다. 모드별 반응은 가속 초반엔 차이가 좀 느껴지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격차가 줄어든다.

 

 

서스펜션 반응은 모드별 차이가 크지 않다. 대체로 부드럽고 안락하다. 노면에 파인 홈을 밟거나 과속방지턱을 통과할 때도 충격을 잘 흡수한다. 리바운드를 빠르고 자연스럽게 억제한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덕분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서스펜션의 세팅은 훌륭하다. 고속 안정성도 좋다. 코너에서는 적지 않은 롤이 발생한다. 하지만 댐핑 스트로크가 길지 않고 구동력과 제동력을 함께 제어하는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도 한몫 거들어 비교적 빠르게 코너를 공략할 수 있다.

 

의외인 점은 두 가지였다. 기대보다 괜찮은 추종성과 기대보다 낮지 않은 무게중심이다. 추종성이 좋아 차체가 생각보다 짧게 느껴졌던 건 흐뭇했지만, 배터리를 바닥에 깔았음에도 무게중심이 예상만큼 낮게 느껴지진 않았다는 건 아쉬웠다.

 

이번에 시승한 구간은 약 200km였다. 굳이 구분하자면 시내 구간이 30%, 지방 국도가 70% 정도였는데 평균 전비는 5.6km/kWh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인증 복합 전비인 4.3km/kWh와 비교해서가 아니라 현재 출시 중인 어떤 전기차와 비교해도 괜찮은 수준이다. 87.2kWh 용량의 배터리가 들어간 G80 전동화 모델의 인증 복합 주행가능거리는 427km다.

 

 

시승한 모델은 태양광으로 발전하는 솔라루프까지 더해 더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을 듯했다. 이 솔라루프는 시동을 끈 상태에서도 12V 배터리를 충전해 방전의 위험을 줄인다. 전기차에 웬 12V 배터리냐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많은 전기차에 12V 배터리가 들어간다. 전장시스템 때문이다. 계기반과 오디오, 디스플레이, 전자제어 시스템 등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장시스템은 내연기관차에서 사용하던 12V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전기차도 방전되면 시동이 안 걸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은 아이오닉 5에서 먼저 선보였던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시스템을 지원한다. 이를 바탕으로 350kW급 초고속 충전소인 E-피트에서 충전하면 정말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 추측건대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25분이 채 걸리지 않을 거다. 아울러 220V의 전기를 외부 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V2L 역시 제공한다. 캠핑할 때 전기오븐과 에어프라이어 헤어드라이어 등 온갖 전자기기를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차박과 캠핑이 유행하는 요즘 꽤나 유용한 기능이다.

 

이렇게 괜찮은 성능과 승차감, 기능을 갖춘 G80 전동화 모델이라 디테일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크다. 세계적 프리미엄 브랜드를 꿈꾸는 제네시스이기에 더 그렇다. 개별소비세 3.5% 적용 시 기본가격이 8281만 원이나 하기에 더더욱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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