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기통 자동차는 살아 있다

12기통 자동차는 살아 있다

모터트렌드 2021-10-22 05:00:00 신고

 

 

ASTON MARTIN VALKYRIE AMR PRO

애스턴마틴 발키리 AMG 프로

‘발키리(Valkyrie)’는 북유럽 신화의 주신인 오딘을 섬기는 전쟁의 여신 이름. 흔히 날개가 달린 말을 탄 아름다운 처녀, 천사의 모습으로 묘사되지만 옛 노르드어로 ‘전사자를 선택하는 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죽음의 천사인 발키리는 전투에서 죽을 이들을 가려내고, 죽은 이들을 전사들의 무덤이자 천국인 ‘발할라(Valhalla)’로 인도한다. 북유럽의 전사들에게 권태롭게 죽는 것은 수치이며, 싸우다 죽어 발할라로 가는 것은 최고의 영예였다. 애스턴마틴이 레드불 레이싱과 함께 개발한 미드십 엔진 구조의 하이퍼카 이름은 발키리, 그리고 발할라다. 애스턴마틴은 로드카인 발키리의 공력성능과 다운포스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발키리 AMR 프로도 공개했다. 발키리 AMR 프로는 V12 6.5ℓ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트랙 전용 모델이다. 실린더를 12개 이상 가진 슈퍼카라면 동전의 뒷면처럼, 뒤에 또 다른 얼굴이 있다. 짐승의 진짜 모습은 차라리 그것에 가깝다. 샤크핀과 리어윙, 리어 펜더에 달린 거대한 사이드 공기흡입구가 이루는 빽빽한 밀도를 눈으로 더듬다보면 문득 밀푀유가 떠오르곤 한다. 뜨거운 거푸집으로 직조된 판들이 겹겹이 층을 이루는 모습은 수만 개의 부품이 꿰어진 차체 아래까지 계속 연결되고, 확장하며 세계를 넓혀간다. ‘천 겹의 이파리’란 뜻을 가진 밀푀유는 대체로 파이를 말하지만 식물의 단면을 관찰하거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꽤 유용하게 쓰인다. 쌓이고 쌓이며 주름처럼 늘어가는 레이어와 거기에 스며든 방대한 데이터가 내는 역학적 에너지. 발키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BENTLEY CONTINENTAL GT SPEED

벤틀리 컨티넨탈 GT 스피드

영화 <레이디호크>에서 단 하나만 기억해야 한다면 검은색 후드를 쓴 미셸 파이퍼의 푸른 눈동자다. 터부와 치정의 소용돌이 속, 비운의 주인공인 그의 눈은 깊은 숲속, 채 더럽혀지지 않은 샘 같다. 자동차의 눈은 헤드램프다. 천사의 날개라는 별명을 가진 벤틀리 컨티넨탈 GT 스피드의 크리스털 컷 헤드램프 역시 비슷한 심상을 준다. 정교하게 세공한 모습이 영롱한 조각품 같고, 잘리고 깎인 면들이 반사하고 산란하는 빛의 입자는 사람을 현혹하는 마법을 지녔다. 컨티넨탈 GT의 휠은 그것과 또 다르게 반짝인다. 펄펄 끓는 쇳물을 찍어 누른 알루미늄 휠이 내는 터프한 단면과 은은한 광채는 아무리 봐도 지겹지 않다. 벤틀리 컨티넨탈 GT 스피드는 W12 6.0ℓ TSI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650마력을 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6초 만에 도달한다. 진정한 ‘오너 드리븐’의 묘미는 괴물 같은 힘이 아니라 그 힘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있다. 열 쌍의 쌍둥이 휠 스포크 사이로는 탄소 세라믹 브레이크를 옵션으로 선택했을 때 들어가는 카본 실리콘 카바이드 디스크의 모습이 꿰뚫어 보인다. 이름도 거창한 믿음직스러운 디스크는 단호한 제동력은 물론, 페이드 현상에 추가적인 제동력을 보내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탄소 세라믹 소재가 제동 시 먼지를 적게 생성해 22인치 휠을 프레시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아름다운 것은 대체로 이롭게 마련이다.

 

 

GORDON MURRAY T.50S NIKI LAUDA

고든머레이 T.50S 니키 라우라

가장 보편적인 컬러는 주황색이다. 거기에 빨간 물감을 섞으면 향신료처럼 좀 더 매혹적인 색채가 된다. 맛있는 음식을 탐하고, 아름다움을 좇고, 속도를 갈망하는 일. 푸드와 예술, 슈퍼카와 포르노그래피는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욕망의 무늬란 점에서 같다. 슈퍼카는 언제나 관능적으로 대상화되기도 했는데, 관능적인 것과 그저 ‘예쁜 것’의 차이는 에로티시즘과 일종의 경외심 사이에 있다. 우러러보는 마음은 어디서 올까, 이를테면 V12 3.9ℓ 자연흡기 엔진이 뿜어내는 강력한 힘과 에너지는 아닐까. 맥라렌 F1의 엔지니어였던 고든 머레이가 전설적인 F1 챔피언 드라이버 니키 라우다의 이름을 따서 만든 ‘T.50s 니키 라우다’는 트랙 전용 하드코어 모델이다. 엔진은 최고출력 701마력을 내고 지붕에 장착한 램 에어 시스템이 725마력까지 출력을 높인다. 고속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표준 모델인 T.50보다 더 큰 리어 디퓨저와 델타 윙을 적용해 최대 1500kg의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액셀을 밟자마자 시공간을 뚫고 튀어나가려는 힘과 극강의 다운포스, 고속 코너 주행에서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횡가속도와 한계를 넘지 않으려 아스팔트를 파고드는 접지력. 가만히 있으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예술 작품이었다가 단숨에 첨예한 힘이 충돌하는 머신이 되는, 그야말로 경외심을 가질 만한 존재다.

 

 

 

애스턴마틴, 발키리, 벤틀리, 컨티넨탈 GT, 고든 머레이, 12기통, 슈퍼카, 자동차 화보

Copyright ⓒ 모터트렌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