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도망치는 게 아니라, 벗어나는 것

BIFF|도망치는 게 아니라, 벗어나는 것

씨네리와인드 2021-10-18 11:30:00 신고

▲ '링귀, 모녀는 용감했다'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씨네리와인드|김혜란 객원기자] 무슬림 여성 아미나는 과거 임신으로 인해 가족과 사회에서 내쫓겼다. 그녀의 딸 마리아도 임신으로 인해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만다. ‘마리아는 임신중절 수술을 하기를 원하고, 차드에서는 임신중절 수술이 불법이어서 고민하던 아미나는 딸의 인생을 위해 이를 받아들인다. 그들은 수술을 해줄 의사를 찾고, 갖은 역경 끝에 수술에 성공한다. ‘아미나는 딸을 성폭행한 가해자가 바로 자신에게 줄기차게 추파를 던졌던 이웃집 남자인 것을 알고 분개하여 그에게 복수한 후 도시를 떠난다. 후에 마리아는 복학한다.

이 영화는 여느 아프리카의 현실을 다룬 영화가 다르지 않듯 여성의 척박한 삶을 그리고 있다. 이미 여러 미디어에서 비판의 대상이었던 할례를 비롯해 여성의 몸을 한 인간으로서 인정하지 않는 이슬람 문화에서 여성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의 약점이자 장점인 부분이다.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주제의 영화지만, 여성 인권이 척박한 국가를 배경으로 임신중절과 성폭력 가해자 응징 등의 주제를 담아서 실제 영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으리라 본다. 이는 차드에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에게, 그리고 세계에 있는 여성들에게 '자신 몸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줬으리라 예상한다.

▲ '링귀, 모녀는 용감했다'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높이 사고 싶었던 부분은 시원시원한 전개이다. 영화는 딸인 마리아의 임신이 밝혀지고, 임신중절을 결정하고, 의사를 설득하는 과정을 복잡한 사건이나 큰 어려움 없이 빠르게 전개시킨다. 모녀의 의지로 해결하다가 조력자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 구조는 예상 가능한 지점에 있지만, 그럼에도 핸드헬드 촬영과 결합된 사실적인 연출은 이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단연 극 후반부, ‘아미나의 조카의 할례를 하는 장면이다. ‘마리아의 임신중절을 통해 알게 된 조력자와 거래를 하여 할례를 한 하는 장면이었지만, 이를 모르고 자랑스러워하며 돈을 뿌리는 아버지와 이를 비웃는 여성들의 모습이 통쾌한 블랙코미디로서 잘 기능하고 있다. 딸의 정조가 아버지의 자랑스러움으로 연결되는 섬뜩함을 비틀어 훌륭한 장면을 연출했다.

단순한 이야기와 갈등, 반전 등은 리얼리즘적인 연출과 맞닿아 그리 지루하지 않은 영화로 변모한다. 차분하지만, 차갑지는 않은 태도로 아프리카 여성들의 억압된 삶을 그려낸다. 모녀의 감정과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분명 후반부에 나오는 응징과 도망, 거짓 할례, 그리고 뒤이어 마주하는 복학 장면에서 '마리아'를 따라 시원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Director 마하마트 살레 하룬

■ 상영기록 

2021/10/10 17:00 CGV센텀시티 5관

2021/10/12 19:30 영화의전당 중극장

2021/10/13 16:00 CGV센텀시티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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