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 표 SF의 정점, '듄'

드니 빌뇌브 표 SF의 정점, '듄'

씨네리와인드 2021-10-18 11:20:00 신고

▲ '듄'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주)

[씨네리와인드|송상호 객원기자] 프랭크 허버트의 SF 소설 '듄 시리즈'는 대중문화사에 큰 영향을 끼친 문학계의 고전이다. 특히 듄 제 1부는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 수상한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워낙 성공한 소설이다 보니 듄 시리즈는 오랜 기간 드라마, 게임, 영화 등으로 각색되면서 몸집을 불려 왔다. 이때 듄 시리즈의 영화화 과정에 있어서는 유독 잡음이 많았고, 데이빗 린치가 연출해낸 '듄'(1984) 역시 우여곡절 끝에 완성되었지만, 그 제작 과정을 둘러싼 비화는 무성했고 세간의 평가 또한 제각각이었다. 마침내 '듄'시리즈는 캐나다의 드니 빌뇌브의 손에서 재탄생한다. 1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첫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듄'(2021)은 기대에 부응하는 매혹적인 자태를 관객에게 제대로 각인시킨다.

동년배인 크리스토퍼 놀란과 마찬가지로 제작사의 개입 없이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빌뇌브는 '듄'에서 자신의 야심을 제대로 드러내 보인다. 빌뇌브는 일찍이 '컨택트'(2016)와 '블레이드 러너 2049'(2017)를 연출하며 터득해온 노하우를 '듄'에 정제된 형태로 녹여낸다. 인간과 자연을 담아내는 구도 및 광원의 활용, 초대형 피사체를 포착하는 방식 등 압도적인 시각 요소를 스크린에 살아 숨 쉬게 하는 데 있어 빌뇌브의 감각은 동시대 감독들 가운데 분명히 최상의 수준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매혹적인 세계로 자연스레 스며들 채비를 마치고, 영화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우리가 '듄'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건 '컨택트'와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장점들만을 아주 멋스럽게 배합해낸 미장센의 향연 그 자체다. 연출적인 면에서 볼 때 은 빌뇌브 표 SF의 정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 '듄'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주)

물론 이 영화가 언제나 관객을 압도하지는 않는다. 빌뇌브의 SF 영화는 특유의 느린 리듬으로 인해 평가가 엇갈리곤 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전작 두 편은 이 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빌뇌브의 SF에서 '아바타'(2009)나 '인터스텔라'(2014)에서 뿜어져 나올 법한 역동성을 기대하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듄'또한 감독의 전작들과 다르지 않다. 방대한 분량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빌뇌브는 한 편 분량으로는 자신의 세계관을 구현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영화를 여러 편으로 기획했다. 따라서 이번에 개봉하는 '듄'은 Part.1’이 되는 셈이고, 오프닝 타이틀에서도 영화는 친절하게 그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그래서 사전 정보 습득 없이 이 영화를 본 관객은 마지막에 이르러 뚝 끊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후속작에서 본격적인 패권 다툼, 신화적 요소로 둘러싸인 갈등이 다뤄진다는 점으로 볼 때 본편은 프롤로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마냥 완성되지 않은 인상만 풍기지도 않는다. '듄'은 본 무대에 입장하기 전의 애피타이저 같은 영화임에도, 마치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2001)처럼 단일 영화로서의 완결도 또한 보장된 작품이다.

▲ '듄'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주)

그린 스크린 기반의 CG를 최소화한 채 로케이션을 향한 집념 속에서 탄생한 '듄'의 시각 요소는 관객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다. 숨이 막힐 정도로 우아하고 웅장한 영상미는 '듄'의 시작과 끝이다. 빌뇌브의 기존 영화들 뿐만 아니라, 여타 SF나 스페이스 오페라 질감이 묻어나는 콘텐츠들과 비교해 봐도 '듄'의 미장센은 분명 확연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다만 감독의 고집이 반영된 이 시각적 야심을 제외하면, 이 영화를 지탱하고 있는 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작 소설이 고전으로 불리면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작품이긴 해도, 영화 속에 녹아든 서사나 플롯 요소는 많은 매체를 통해 다뤄왔던 것들이다. 국가와 집단의 이해관계 속에서 갈등하는 어린 소년의 고뇌, 운명과 예언에 둘러싸인 자가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이야기 등이 새롭게 느껴지진 않는다. 빌뇌브는 이를 의식한 듯 각색 방향을 잡을 때 신비한 여성 집단 '베네 게세리트'를 둘러싼 서사를 가공하는 방식에 관해 연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듄'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주)

또한, 영화 '듄'에서 강조하는 지점들 가운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충분히 매력이 있다. 빌뇌브는 원작 소설을 10대 때 접했다. 감독은 "허버트가 이 책에서 생태학에 접근하는 방식이 무척 참신하고 의미심장하고 시적이고 강력하게 느껴졌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 폴의 심리가 변화하는 지점들에는 늘 자연과의 대면이 함께한다. 대자연의 광활함과 인간 존재를 대비시킬 때 발생하는 영화적 경험은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압도한다. 이때 아이맥스 스크린을 통한 관람은 분명 감상의 규모와 깊이를 극대화해줄 수 있다. 다양한 환경과 문화가 중첩되고 충돌하는 곳에서 폴은 정체성에 관해 고민하고 관객 또한 이 소년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 빌뇌브는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 '듄'은 심리스릴러이자 어드벤쳐, 전쟁영화, 성장영화이다. 심지어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빌뇌브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프로젝트가 마침내 국내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영화 '듄'은 해외에서 이미 개봉해 흥행을 이어가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1020일 아이맥스를 포함한 다양한 포맷으로 개봉 예정이다. 

▲ '듄'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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