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십 대를 위한 생명 수업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십 대를 위한 생명 수업

채널예스 2021-10-14 16:35:26 신고


죽음과 생명에 대한 문제는 우리 일상을 둘러싸고 있다. 하지만 자주 터부시되거나 다른 현실적인 주제들에 밀려 깊이 다뤄지지 못할 때가 많다. 이 책은 ‘십 대에게 들려주는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부제를 달고 청소년 독자들에게 생명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를 편안하고 친근감 있게 풀어간다. 그리고 삶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죽음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두 가지 개념을 나란히 놓고 뒤집고 들여다보고 돌려보는 방식으로 짚어나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두 개념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죽음을 통해 삶을, 삶을 통해 죽음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까지 깨우칠 수 있도록 돕는 청소년 교양서다.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하면 크고 무거운 주제로 다가옵니다. 다루기 쉽지 않은 주제인데 특별히 청소년들에게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쓰시게 된 배경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생명의 존엄성이란 말에서 누군가는 훈계조의 가르침을 떠올릴지 몰라요. 졸리는 얘기가 나올까 봐 살짝 걱정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생명의 존엄성이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당장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는 삶의 문제임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아찔한 속도를 내는 퀵배송 아저씨, 오늘따라 외톨이 같은 나, 집에 꽁꽁 숨은 아프가니스탄 소녀들, 버려진 강아지, 비명을 지르는 돼지, 더럽혀진 하늘과 바다를 보며 우리는 생명의 존엄성을 떠올리게 돼요. 우리가 너나 할 것 없이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지니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대하고 지켜주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생명, 삶뿐만 아니라 죽음의 영역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생명과 죽음의 의미를 함께 다루신 이유가 있을까요?

자연계의 법칙이나 생명의 원리에는 모두 생명과 죽음의 양면성이 녹아 있습니다. 죽음을 쏙 빼놓고 생명을 이야기하면 반쪽짜리 진실이 되겠죠. 죽음을 깊이 생각할수록 삶이 풍성해집니다. 우리가 죽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날마다의 삶에서 가치 있게 추구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또렷해져요. 영화나 소설을 볼 때도 결말을 알고 나면 앞부분의 전개와 발단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처럼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생명과 죽음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청소년들이 생명과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생명과 죽음은 하나로 이어진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단절된 벽이나 낭떠러지가 있는 게 아니고요. 책에서도 그 비유를 들었는데, 한편에는 완전히 막힌 문이 있죠. 문을 열어 봐야 벽돌로 촘촘히 막혀 있어요. 다른 한편에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히는 문이 있죠. 저는 죽음이 우리의 삶을 이어지게 하는 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문을 지나기 전까진 몹시 두렵죠. 하지만 막상 통과할 때는 ‘아하 이런 것일 줄 알았어. 내 삶은 계속 이어지는 거였어!’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어릴 때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좋겠어요.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이 되어 버킷리스트 10가지를 완수한다는 줄거리의 영화가 있죠. 청소년은 버킷리스트를 100가지나 2000가지라도 실천할 수 있어요. 가슴 벅차지 않나요?  

나는 죽는 존재다. 시간은 유한하다. 소중한 가치를 찾자. 나를 표현하자. 나누며 사랑하며 살자. 이런 생각을 75세에 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15세에 한다면 인생이 훨씬 알차고 보람 있지 않을까요?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존중해야 한다는 챕터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도 많지만 동물을 혐오하고 귀한 생명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류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동물들에게도 삶을 누릴 자유,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하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사슴의 행성, 토끼의 행성, 사람의 행성이 따로 있지 않고 모두가 하나의 행성을 공유하며 사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봅니다. 함께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서로 도움과 이로움을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겠죠. 지구는 인간의 ‘배타적 점유’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와의 ‘협력적 공유’를 위한 공간입니다. 

인간은 보다 고결하고 고차원적인 존재니까 더 높은 수준의 권리와 자유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은 단순하고 간결해서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다”라고 말한 사람도 있지만, 3일만 굶어 보면 생각이 달라질지 몰라요. 인간이나 돼지나 안락한 곳에서 맛있게 먹고 잘 자고 햇볕과 바람을 쐬며 살고 싶어 해요. 인간이나 늑대나 가족을 보살피고 친구와 어울리고 애정을 갈구하며 살아가지요. 인간과 동물이 이렇게 나란히 비슷한 욕구를 지니고 존재한다면 삶을 누릴 자유 역시 차별적으로 주어진다고 할 순 없겠죠.

‘지구에 무해한 존재가 되는 법’이라는 챕터는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람들과 현재의 풍조에 대해 경고하고 지구를 존중하고 해치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구를 지키고 구해낼 수 있는 일상의 방법들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구를 구해내는 방법이라니 너무 어려운 질문입니다.(웃음) 저는 주말마다 뒤죽박죽이 된 재활용 박스도 구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한마디 하자면 저는 낯선 생각을 상식으로 바꾸는 ‘생각의 전염과 확산’을 말하고 싶습니다. 음료수 대기업들에 플라스틱 병 재활용률을 높이라고 편지를 써서 답장을 받은 강릉의 초등학생들 이야기를 책에서 소개했는데요. 이런 목소리가 점점 많아질수록 세상은 바뀌게 되어 있죠. 각자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았으면 해요.

이 책은 인간 사회, 생태계, 지구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가치’를 여러 각도에서 살피고 세심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왜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지, 왜 사람이나 동물을 괴롭히면 안 되는지, 어떻게 하면 생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지구를 지킬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청소년 독자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돕는데요. 작가님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기보다는 독자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을 얘기하라면 제 생각을 강하게 주장했을 겁니다. 저는 35년 전 연탄불 쓰던 시절부터 라면을 끓여 왔고 요즘 청소년들보다 라면을 절대적으로 잘 끓이니까요. 하지만 ‘생명의 가치’는 너무나 폭넓고 복합적인 주제예요. 각자의 신념과 경험과 처한 현실에 따라 여러 관점의 생각들이 바글바글하죠. 저는 생명의 가치를 고민하며 알아가는 한 사람일 뿐이고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청소년 독자들은 이러한 주제의 답을 스스로 찾아갈 만큼 충분히 지혜로워요. 때로는 어른들이 모르는 부분까지도 알고 있답니다. 

『나의 첫 생명 수업』은 죽음 앞에 선 존재인 우리가 어떻게 희망을 갖고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들에게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간단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상 구석구석에서 인간이 자연을, 인간이 동물을, 인간이 다른 인간을 착취하고 학대하는 비참한 소식이 날마다 들려옵니다. 살아가면서 여러분들은 지켜 주어야 할 생명들을 마주하게 되지요. 사회적 약자, 훼손된 자연, 고통받는 동물들을 포함해 우릴 둘러싼 모든 생명들을 소중히 다루고 지켜 주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죠. 우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첫째가는 의무가 되어야 하겠죠. 너무 착한 척하는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 그러니 어쩌겠어요.



*홍명진

어린 시절, 책 읽는 게 좋아서 짬만 나면 도서관에 갔습니다. 생명이나 자연현상을 다룬 책을 읽을 때마다 감탄했고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어요. 그렇게 싹튼 생각들을 지금껏 머릿속에 넣어 두고 살다가 책으로 내놓게 되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인문 교양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쓴 책으로는 『쉬는 시간에 읽는 세계화』 『함께 사는 다문화 왜 중요할까요?』 『빵빵 터지는 20세기 세계사 한국사』 『안녕하십니까? 민주주의』가 있습니다.



나의 첫 생명 수업
나의 첫 생명 수업
홍명진 저
뜨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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