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으로 시작해 드라마 판권 계약까지 한 소설?

텀블벅으로 시작해 드라마 판권 계약까지 한 소설?

채널예스 2021-10-14 16:16:58 신고


시작은 텀블벅이었다. 소설을 완성하고, 혼자 편집디자인을 하고, 표지 일러스트는 물론 본문 일러스트까지 다 혼자 했다. 텀블벅에서 800% 후원을 달성하며 독립출판물 『옥토』는 세상에 나왔다. 어쩌면 그게 끝이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옥토』의 텀블벅 후원자 중 폴앤니나 출판사 편집자가 있었고, 편집자는 『옥토』의 정식 재출간을 제안했다. 『옥토』를 더 매끄럽게 다듬고 새 옷을 입히는 동안 드라마 판권 계약까지 끝냈다. 이만하면 독립출판의 완벽한 모범 케이스라 하겠다. 길몽을 파는 평창동 꿈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산몽가 옥토의 짜릿한 모험담 『옥토』. 한국형 판타지 장편소설로 독자들을 찾아온 규영 작가를 만나보았다.



출간도 되기 전에 드라마 판권까지 계약을 하셨어요. 영화 <부산행>을 만든 제작사라고 하던데, 사실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출판사로부터 그 전화를 받고 멍해졌어요. 제 소설이 영상으로 구현되는 게 오랜 꿈이었거든요. 사실 정식 출간 전에 『옥토』의 텀블벅 후원자님들께서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피드백을 주셨지만, 그게 실현될 줄은 몰랐어요. 정말 기쁘고 감사해요.

'꿈을 파는 산몽가 옥토의 짜릿하고 다정한 모험담'이라는 카피가 눈에 띄는데, 산몽가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봐요.

산몽가(産夢家)는 제가 가상으로 만든 직업이에요. ‘꿈을 낳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예지몽이나 길몽을 잘 꾸고 그 꿈을 판매하는 이들을 일컫죠. 이들을 중심으로 꿈을 거래하는 매몽(賣夢)업계의 세계관을 짰습니다. 매몽업계는 1960년대에 흥했다가 70년대에 정부의 미신타파 운동과 맞물려 축소되었는데요, 소설 속 평창동 꿈집은 그 흥망성쇠를 거치며 살아남은 뼈대 있는 꿈집이에요. 평창동의 산몽가로 뽑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웃음)

굉장히 독특한 소재의 소설이에요. 분명 판타지이긴 한데, 배경이 평창동, 옥인동, 그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다 보니 정말 평창동에 가면 꿈집이 있을 것 같아요. 옥인동 환희떡집에 가서 복떡도 사먹고 싶어지고요. 

한국적 판타지에 관심이 많아요.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은 더없이 웅장하고 매력적이지만, 우리의 일상에 녹아있는 소소한 미신들도 곱씹을수록 재미있더라고요. 길몽을 꾸면 정오까지 꿈 얘기를 해선 안 된다거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곤 찹쌀떡을 먹는 것, 미역국은 먹으면 안 되는 것 등. 이처럼 친근한 미신과 풍습을 엮어 한국형 판타지 소설을 쓰려 했고 그 첫 결과물이  『옥토』예요. 차기작도 이런 방향으로 고려 중입니다.

재물운은 마담의 꿈이 최고, 천생연분을 기다린다면 나비의 길몽을, 취업을 앞두었다면 개미의 길몽을, 불운을 막고 싶다면 흉몽가 고양이에게 컨설팅을, 그리고 치유를 위한 꿈이 필요하다면 옥토에게… 이런 설정이 정말 흥미로워요. 아아, 난 누구에게 길몽을 사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소설을 읽게 되거든요.

실은 제가 길몽이 잘 맞는 편이에요. 아쉽게도 요즘은 덜하지만, 어릴 땐 꿈에서 돈을 주우면 이튿날 길에서 같은 액수를 주울 정도였거든요. 입시를 치를 때도 길몽을 꾸고는 ‘합격하겠구나’ 안도했고요. 반면 제 지인 중에는 흉몽이 잘 맞는 분이 계세요. 그분은 꿈에 친구가 등장하면 이튿날 안부를 묻고, 당분간 조심하라 귀띔해주더라고요. 이런 사례를 보며 산몽가들도 각자 전문 분야가 있지 않을까, 상상을 구체화했어요.

소설뿐 아니라 그림책 작업도 많이 하고 계세요. 요즘은 인스타그램에 웹툰도 연재하시던데요? 저 그 웹툰 팬입니다!

와, 감사합니다. 이제 시작하는 웹툰이라 지구력을 가져보려 해요. <단어의 맛>이란 생활툰이고요, 수시로 단어를 음미하는 저의 일상을 그리고 있어요. 참고로 『옥토』에서 중요한 단어는 '선(善)'입니다. 한자를 풀어보면 '양처럼 부드럽게 말하는 입'을 뜻하거든요. 『옥토』는 말로 지은 업보를 풀어나가는 이야기라 그 단어를 염두에 뒀어요.

텀블벅을 통해 독립출판으로 먼저 『옥토』를 내놓으셨어요. 독립출판도, 텀블벅도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혼자 하셨어요?

제가 등단을 못 했지만, 정성껏 쓴 글을 책이라는 그릇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책을 내는 방법을 이리저리 시도했답니다. 일반 투고로 첫 소설책을 출간했고, ‘디노북스’라는 1인 출판사를 만든 후 독립출판 워크숍을 들으면서 그림책을 제작했어요. 텀블벅은 워크숍 선생님의 추천으로 시작했고요. 혼자서 책을 만들면 시행착오가 많지만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어요. 더불어 책의 판형과 인쇄 방식, 교정교열을 공부하느라 책의 물성을 이해하게 되어 좋고요. 쉽지는 않지만 짜릿한 구석이 있어서 독립출판이나 크라우드펀딩을 계속하게 되네요.

이쯤 되면 독립출판의 모범 케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독립출판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모범 케이스라니, 과찬이세요. 제 책을 좋게 봐주신 분들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독립출판을 준비하시는 동지님들께는… 마음에 품은 이야기가 있다면 출간 목표일을 잡고 작업해보시면 어떨까요? 저는 『옥토』의 초고를 오래 붙들고 있다가, 올해는 꼭 출간하리라 마음먹은 후 진도가 빨라졌어요. 막연히 책을 내리라 생각하는 것보다 좌충우돌하며 어떻게든 한 권을 묶고 나면 내가 내 꿈을 이뤄줬다는 기분도 들거든요. 책을 좋아하신다면, 아마 그 기분도 좋아하실 거예요.




*규영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고 소설을 쓴다. 이화여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후 온라인 마케터로 일하다가, 아무래도 책이 좋아서 1인 출판사 디노북스를 만들고 글과 그림 작업을 시작했다. 그림책 『당신의 열두 달은 어떤가요』, 『희망을 버려요』, 『땡스 파파』와 장편소설 『백 번의 소개팅과 다섯 번의 퇴사』, 『빨강 없는 세상』 등을 출간했다.




옥토
옥토
규영 저
폴앤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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