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움직이는 사소한 것들에 관한 마이크로 인문학

로먼 마스·커트 콜스테트 공저 '도시의 보이지 않는 99%'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대도시를 걷노라면 감탄을 자아내는 구조물이 즐비하다.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고층건물은 물론 공학적 기적이라고 할 만한 거대 다리, 콘크리트 세상 속에서 쉴 틈을 내어주는 푸른 공원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는 도시를 말할 때 이 같은 랜드마크 중심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좀 더 찬찬히, 그리고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경이로운 세계가 은밀히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들의 주장처럼, 보이는 것이 고작 1%라면 보이지 않는 것은 99%라고 할까.

2010년부터 10년 동안 팟캐스트 방송 '보이지 않는 99%'를 430회 넘게 진행해온 로먼 마스와 커트 콜스테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의 미학이나 건축 관련 지식은 그것들이 지닌 이야기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다른 멋진 부분이자 은밀한 부분인 99%는 보통 사람의 눈에 잘 드러나지 않기 마련이라는 거다.

팟캐스트 방송 제목에서 따온 이들의 공저 '도시의 보이지 않는 99%'는 교통 신호등, 맨홀 뚜껑, 공원 벤치 등 우리가 매일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에 숨겨진 의미를 드러낸다. 일상 속의 숨은그림찾기랄까. 도시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책은 팟캐스트 방송을 기반으로 하되 좀 더 폭넓은 관점에서 내용을 재구성하고 현장감 있는 삽화들도 더해 출간됐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 드러나지 않는 세상이 있는 걸 알 수 있다. 길 가는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도로표지들, 불이 난 건물에서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작은 안전장치들이 그런 것들이다."

예컨대, 하루에도 수십 개씩 지나치는 교통표지판은 비바람에 버티되 차가 부딪치면 쉽게 부러질 수 있도록 고안된 기둥이 받치고 있다. 급커브를 둘러싼 시멘트 중앙분리대는 투박해 보이지만 자동차가 충돌했을 경우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각도를 조정한 것이다.

도시는 그 자체로 역사이자 문화의 박물관이기도 하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면서 나이가 들어가고, 비록 망가지고 볼품이 없을지언정 그 잔재와 흔적 또한 도시의 일부인 것은 분명하다는 얘기다. 저자들은 이 같은 진화의 흔적이 흠 많고 속내 복잡한 인간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암스테르담의 폭 좁은 건물들은 정면 면적에 비례해 과세하던 시절의 결과물이고, 런던 주택가의 검은 쇠 울타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용 들것을 재활용한 것이며, 진부한 광고물로 치부되는 풍선 인형은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전통춤을 추는 축제 인형에서 유래했다.

"도시와 도시인들 사이엔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마스터플랜이나 대규모 설계 말고도 도시는 공용공간에서 타깃이 정해진 하향식 전략들을 펼친다. 각종 시설, 조명, 소리 등으로 시민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것이다. 그중에는 시민들이 받아들이는 것도 있고 비판하는 것도 있다."

두 저자가 새로운 시각으로 전하는 정보들을 따라가노라면 도시 공간이 어떻게 진화해 오늘에 이르렀는지 알게 되고, 나아가 향후 어떤 공간이 돼야 하는지도 묻게 된다. 책은 '지금껏 봐왔으나 보지 못한 세계', '지금껏 알았으나 알지 못한 세계', '도시 해부도', '건물의 뒷모습', '더 멀리에서 보기', '인간과 도시' 등 모두 6부로 구성돼 있다.

강동혁 옮김. 어크로스 펴냄. 504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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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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