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신경균이 전하는 계절의 맛

그릇 이야기는 언제 나오나. 기다리며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침이 고인다. 
음식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이 책을 쓴 이는 도자기를 굽는 장인이다. 고려 다완을 재현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전통 방식으로 그릇을 만드는 그의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독일 대통령은 그의 달항아리를 선물로 받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었다면 그릇보다는 그 위에 올라앉은 그의 음식이 더 궁금해질 것이다. 그릇은 내내 같지만 음식은 사시사철 다르니까. 이 책에 실린 글도 사계절로 나뉘어 있다. 봄엔 봄이어서, 여름엔 여름이어서 좋은 음식들. 가을엔 가을이어서, 겨울엔 겨울이니까 좋은 음식들. 툭툭 던지듯 설명하지만 사진과 어우러져 금세 향과 맛이 눈앞인 듯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다르지 않은 일이다. 그가 좋은 흙을 찾아다닌 이야기를 좋은 음식 재료를 상에 올리는 이야기 중간에 슬쩍 섞어 넣는 것만 봐도 그렇다. 좋은 그릇을 좋은 불에 굽는 것과 좋은 재료를 적절한 불로 요리하는 것이 다른 이야기일 턱이 있나. 그는 말한다. “사람들은 좋은 그릇이 무엇인지를 종종 묻는다. 이 질문은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릇을 굽는 내가 음식 이야기를 하는 이유다. (…) 장안요 음식의 근간은 제철에 나는, 믿을 수 있는 신선 재료다. 계절에 맞게 음식을 하려면 일단 부지런해야 한다. 모든 것은 때가 있으니, 성실하고 까다롭게 좋은 것을 찾아야 한다. 그릇 만드는 데 필요한 좋은 흙과 유약, 불 때는 나무와 불도 다르지 않다. 그릇 굽는 일도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까다로워야 한다.”


좋은 그릇을 만들기 위해 그는 먼저 흙을 찾아 나섰다. 그러고는 가마를 지었다. 그는 가마를 총 여섯 군데 지었다. 가마는 생명체와 같다고 한다. 계속 써야 생명이 유지되고, 일정 기간이 되면 수명을 다한다. 그릇을 굽는 내내 그는 가마 곁에서 사는데, 한적하고 외진 그곳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가 계절에 맞는 식재료로 간소한 상을 차리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산나물 캐는 할머니들과 친해지고,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을 즐겨 먹게 된다. 가마 곁에 호두나무, 비자나무를 심어 매해 수확하고, 텃밭을 가꾸고 곶감을 만들고 김장을 한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그 짓이 예술이 되었다. 


그의 음식은 사계절만 타지 않는다. 주변 자연과 환경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 처음엔 김장 김치에 갈치와 참조기를 넣다가 장안 앞바다에서 청어가 잡히면서 청어 김치로 바꾸었다고 한다. 아쉬운 것과 기쁜 것이 교차한다. 요리는 간소하지만 직접 메주를 쑤고 장을 담그며 맛의 기본에 심혈을 기울인다. “장 담그려면 이 바쁜 세상에 손 없는 날도 챙겨야 하고 이래저래 수선스럽지만 막상 하고 나면 일도 아니다. 콩 삶아 메주 띄우고 간장 담그는 것은 나오는 간장에 비하면 노고도 아닌 것이다.” 그가 자신의 집 고추장, 된장에 가지는 자부심은 단단하다. 


설명이 쉬워서 쉬운 음식일 것 같지만, 공이 들어가지 않은 데가 없다. 재료 구하는 것부터 그렇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발품을 팔고, 부지런해야 한다”며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하거나 잡아와 파는 이들을 단골로 만난다. 제 입맛만 채우려 그리할까. 글의 틈새마다 남들과 나눠 먹는 재미가 알알이 박혀 있다. 그는 상을 차릴 때마다 생각한다고 한다. “이 귀한 음식, 오늘은 누구랑 먹을까.” 그 밥상에 수저 한 벌 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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