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억대 연봉의 직장인이 ‘스탠퍼드 디자인 스쿨’의 수업에 끌린 이유가 뭘까?

실리콘밸리 억대 연봉의 직장인이 ‘스탠퍼드 디자인 스쿨’의 수업에 끌린 이유가 뭘까?

ㅍㅍㅅㅅ 2021-09-28 11:00:55 신고

2021년을 덮친 문제, 우리는 도대체 왜 일하는가?

사축(社畜)이라는 단어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단어로, ‘회사’와 ‘가축’을 합친 신조어다. 회사의 가축이나 다름없는 불쌍한 처지의 자신을 일컫는 말이다.

출처: JTBC

2021년의 한국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언론은 연신 코로나19로 인해 치솟는 실업률을 지적한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보면 눈에 띄는 항목이 있다. 잘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을 찾아다니는 것도 아닌 ‘그냥 쉬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으니 집에서 쉬겠다는 것이다.

일하거나, 일을 구하지 못하거나. 이 이분법 속에서 살아왔던 기성세대는 이 새로운 항목의 등장에 아연해졌다. 새로운 세대가 연약해진 것인가? 돈을 벌지 않는다면 어떻게 성인으로서 한 사람의 구성원이 되겠다는 것인가? 이 새로운 사람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출처: 매일경제

답은 ‘사축’이라는 단어 안에 있다. 더 이상 일에서 자기 삶의 의의를 찾지 않는 사람들, 회사에 있을 때의 자신은 오로지 가축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안다. 언제까지나 집에서 쉴 수만은 없다. 먹고 살기 위해서 언젠가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결국 또 터덜터덜 ‘사축’의 삶을 이어나갈 것인가? 그 상태를 벗어나고 싶다면, 어떻게 일에 임해야 할 것인가? 아직도 일할 날이 몇십 년은 남은 우리는 일하는 시간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일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때다. 일에 접근하는 철학을 재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대체 어디에서 그런 걸 가르쳐 준단 말인가?

 

왜 ‘디자인 스쿨 수업’이 실리콘밸리의 대안이 됐는가

스탠퍼드 디자인 스쿨의 빌 버넷과 데이브 에번스라는 교수는 새로운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두 사람 다 애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실무를 오래 경험했지만 결국 뛰쳐나왔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그들은 이상한 세미나를 만들었다. 모인 학생은 고작 6명, ‘인생을 디자인한다’는 독특한 주제의 세미나였다.

6명, 2박 3일. 결과는 놀라웠다. 학생들은 수업에 몰입한 나머지 강의가 끝난 후에도 떠나기를 거부했다. 결국 강의실 문을 닫을 때가 되어서야 어쩔 수 없이 헤어졌다. 이후에도 이 수업을 다시 열어 달라는 끈질긴 요청이 이어졌고, 이는 정식 강의로 개설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빌 버넷과 데이브 에번스.

지금 이 강의는 2,000여 명의 학생들이 수강한 인기 강의가 되었다. 스탠퍼드 공과대학 학장이 듣고 싶다는 의사를 비쳤으며, 실리콘밸리 억대 연봉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회자되기 시작했다. 스탠퍼드 디자인 스쿨의 강의가, 다른 유수의 수업을 제치고 최고 인기 강의가 된 것이다. 왜 그럴까?

이 강의를 들은 사람과 듣지 않은 사람. 두 그룹은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극명한 차이가 났다. 수업을 들은 사람들은 완전히 몰입하여 일을 즐길 줄 알고, 끊임없는 성장을 갈망하며, 돈과 삶, 자아실현의 균형을 완벽하게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도대체 이 수업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비밀은 바로 ‘디자인 씽킹’이다.

 

디자인 씽킹, 비즈니스에 이어 삶을 재해석하는 방법론

빌 버넷은 디자이너 출신이다. 애플에서 여러 제품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고안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알던 디자인 이론을 사고 방법에 적용했다.

디자인 씽킹은 실리콘밸리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론이다. 전통적인 방법론으로는 고객의 복잡한 문제에 대응하기 어려워지자, 철저히 고객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법으로서 새롭게 떠오른 솔루션이다.

디자인씽킹은 기본적으로 디자이너들이 뭔가 디자인하며 문제를 풀어가던 방식대로 사고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들은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고, 이윤도 남길 수 있으며, 동시에 고객을 만족시키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비즈니스적인 문제를 해결해 낸다.

출처: 프리픽

빌 버넷과 데이브 에번스는 이 방법론을 삶과 일이라는 영역에 적용하기로 했다. 일터에서 각종 문제에 부딪칠 때 디자이너처럼 기술적이면서도 창의적이며, 동시에 구현 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기 시작하는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그들이 이번에 발간한 책 『일의 철학』의 원제는 ‘Designing your new work life’다. 삶과 일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디자인 씽킹의 방법론으로 해결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삶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이하는 책 속의 예시를 통해 알아보자.

 

생각을 ‘디자인’하자 일이 달라지는 3가지 예시

1. ‘지금은 충분히 훌륭하다’라고 생각하라

이 이야기는 마케팅 매니저 가스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그는 텔레커뮤니케이션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새 일자리는 전임자들이 죄다 도망친 최악의 일자리였다. 가스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출근 이틀째에 사표를 써야 하는 것인가?

그는 매 순간을 비참하게 보낼 수도 있었다. 직무를 탓하고, 상사를 탓하고,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일을 대하는 태도를 새롭게 디자인하기로 했다. 그래서 2가지 해결 방안을 세웠다.

첫째, 긍정적인 에너지를 위해 매일 세 시간 간격으로 휴식 시간을 가졌다. 둘째, 회사의 똑똑한 인재들에게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기로 했다. 특히 영업부 직원들에게서 텔레커뮤니케이션 영업에 관련된 많은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은 여전히 끔찍했다. 그러나 생각을 바꿨더니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보수도 괜찮았으며, 업무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18개월이 지났을 때, 그는 좋은 평판과 멋진 친구들을 얻은 상태로 더 좋은 회사에 옮길 수 있었다. ‘지금도 충분히 훌륭하다’는 생각의 재구성이 그에게 도움을 준 것이다.

‘행복하게 일하는 삶’을 위해서는 먼저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을 재설계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의 재구성은 당신이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지 않도록, 당신의 워크 라이프를 도와줄 것이다.

2. 자기 주도적으로 작은 변화를 모색하라

마이라는 주간 자산 보고 때문에 골치를 썩였다.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그 일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 그녀는 디자인 씽킹 세미나를 듣고 난 후 작은 변화를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자신의 상사에게 의견을 물었다. 상사는 원하는 대로 실험해 보라고 말했다. 허락을 구한 마이라는 일주일 동안 주간 보고를 작성하지 않았다. 들어오는 불만 사항이 전혀 없었다. 그다음 주도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그렇게 불만 사항이 전혀 없는 4주를 보낸 후, 상사에게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결과가 나왔습니다. 4주 내내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는데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상사는 대답했다.

나는 마이라가 보고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마이라는 골치 아픈 보고서 작성 업무에서 벗어나, 더 중요한 매출 데이터를 정확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이라의 사례를 보면, 직장 내에서 업무 상황에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디자인 씽킹에서 협상의 핵심은 전략적으로 더 중요한 업무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고, 위험이 적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업무를 재설계할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나아갈 방향은 확실하다. 업무목록의 작은 변화를 만드는 프로토타입부터 시험해 보자. 당신이 가진 재량권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3. ‘마무리도 생성적으로’ 하라

빌은 애플에서 즐겁게 근무했다. 하지만 더 이상 일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자, 그는 ‘생성적 퇴사’를 시작했다. 그가 가장 유념했던 건 떠나더라도 팀에게는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빌은 핵심 인물 두 사람을 승진시켰다. 그리고 그가 신뢰하는 프로젝트 리더에게 다음번 대규모 프로그램을 인계할 준비를 했다. 이 준비에만 몇 달이 걸렸다. 또한 신중하게 외부 기회를 모색했다. 그래서 흥미로운 느낌을 주는 디자인 자문회사로 옮길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좋은 경험을 선사해 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며 정중한 사직서를 작성했다. 이를 상사에게 전달하고 퇴근했다. 그가 사직하겠다고 마음먹은 때로부터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걸어 나올 때까지 거의 1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아까워하지 않았다. ‘잘 그만두기 위해’ 그가 투자한 한 해였기 때문이다.

이는 퇴사이면서도 동시에 ‘생성적’인 효과를 준다. 떠나기 전에 뒷정리를 잘하면 동료들이 상황을 제대로 추스를 수 있고, 고용주의 신뢰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에 집중하지 못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인생 설계는 평생 끝나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성공하겠지만, 때로는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삶을 다양한 각도로 들여다보는 디자인 씽킹을 실천한다면, 실패에서도 성공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다룬 직장인 에세이는 많았다. 어떻게 하면 ‘일잘러’가 될 수 있을지 설명하는 책도 많았다. 그러나 일을 대하는 마음을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방법에 대한 책은 없었다. 『일의 철학』은 ‘일은 어렵고 힘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만들어 준다. 디자인 씽킹이라는 검증된 방법론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실행 방안을 세울 수 있어 더 효과가 크다.

이 책을 통해 일에 집중하고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새로운 시각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시간을 버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삶에 몰입하지 않기에는 삶이 너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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