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없을 때 방석 냄새 맡고 간 그 사람, 처벌 가능할까요?" 변호사의 대답은

"자리에 없을 때 방석 냄새 맡고 간 그 사람, 처벌 가능할까요?" 변호사의 대답은

로톡뉴스 2021-09-19 12:13:55 신고

이슈
로톡뉴스 김재희 기자
zay@lawtalknews.co.kr
2021년 9월 19일 12시 13분 작성
"내가 없는 사이에 방석 냄새를 맡고 갔다" 내용의 글 종종 올라오는데
비슷한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고시원의 신발 냄새 맡고 도망간 남성, 경찰에 붙잡혀
물건을 훔치거나, 내 몸에 손을 댄 건 아닌데⋯불쾌감 느끼게 하는 이 행동, 법적으로 보면?
누군가가 앉았던 의자나 방석, 입었던 옷의 냄새를 '일부러' 맡는다는 사람들이 있다. 물건을 훔치거나 몸에 손을 댄 건 아닌데,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만은 분명한 이 행동. 법적으로 보면 어떨까?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XXX가 자리에 와서, 방석 냄새를 맡고 가는 게 컴퓨터 웹캠에 찍혔어요. 너무 소름 끼치는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죠?"

누군가가 앉았던 의자나 방석, 입었던 옷의 냄새를 '일부러' 맡는다는 사람들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종종 직접 피해를 당했다거나, 반대로 스스로 냄새를 맡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회자된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보면 이상한 행동이니, 이 글들이 사실이라면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선 불쾌감이 따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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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례가 실제로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6일 부산경찰청은 여성 전용 고시텔 현관 CC(폐쇄회로)TV에 포착된 한 남성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 남성은 새벽쯤 여성 전용 고시텔에 나타나, 복도 신발장에 놓인 여성들의 신발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동을 수차례 반복하더니, 급기야는 신발 5켤레를 훔쳐 달아났다. 추후 경찰이 확인한 결과, 해당 남성의 집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 신발이 수 켤레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처럼 신발을 직접 가져간 거라면 절도죄라도 적용할 수 있지만, 놓인 물건의 '냄새'만 맡은 경우라면 어떨까? 피해자가 느낀 불쾌감만으로는 법적 처벌을 요구할 수 없는 걸까?

'냄새 맡기'는 현행법상 성범죄로 보긴 어렵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성적 불쾌감에 따른 성범죄 성립 여부다. 하지만 이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안타깝지만 성범죄로는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당한 사람으로서는 불쾌감을 느낄 만한 행동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 행동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형법에서부터 성폭력처벌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성범죄 관련 조항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행 법령으로는 '물건을 대상으로 한' 성적 행위는 성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

법률자문
'법무법인 테미스'의 김태훈 변호사, '에스제이파트너스'의 백종빈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테미스'의 김태훈 변호사, '에스제이파트너스'의 백종빈 변호사. /로톡 DB

피해자를 떠올리며 물건을 만지고 냄새를 맡은 거라도, 이를 '추행'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법무법인 테미스의 김태훈 변호사는 "이 행동을 문제 삼아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성적인 목적으로 이와 같은 행동을 했더라도) 강제추행 등을 적용하려면 최소한 신체접촉 등의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김 변호사는 말했다.

에스제이파트너스의 백종빈 변호사 역시 "강제추행 등을 적용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 등이 수반돼야 하는데, 해당 행위(냄새를 맡는 것)를 피해자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이 있었다면, 그 힘의 세기를 불문하고 강제추행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하지만 이 경우는 피해자가 그 자리에 없는 상태였기에, 유형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려워 해당 혐의를 적용하기 힘들다는 취지였다.

다시는 쓰기 싫어진 물건, 재물손괴죄 적용은 안 될까?
한편,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상한 행위'를 알게 된 다음에는 자신의 의자와 방석 등 물건을 쓰기 찜찜할 수 있다. 이처럼 방석이나 의자를 쓰지 못하게 된 점을 근거로 재물손괴를 적용해 볼 수는 없을까.

변호사들은 이 역시도 고개를 저었다. 재물손괴는 '그 원래의 용도에 따른 효용을 멸실시키거나 감손시킬 때' 성립한다. 그러니 의자와 방석 자체 등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뜨린 게 아닌 이상 이 죄 역시 적용하기 어려울 거라고 봤다.

다만 형사적으로 처벌하긴 어렵더라도 민사 소송을 통해서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걸로 봤다. 민사상 불법행위는 피해자가 입은 손해만 입증할 수 있다면 형사 처벌보다는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적으로 "죄가 안 된다"고 해도, 민사적으로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김태훈 변호사는 "(증거가 확실하다면) 액수가 크지 않을 수는 있지만 충분히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사안"이라고 했다.

백종빈 변호사 역시 "해당 행위를 알게 된 피해자가 입을 정신적 충격은 넉넉히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신과 진료 등 병원 치료 등과 같은 객관적 입증 자료가 확보된다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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