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이상의 형 확정되면 상당한 불이익 있어 보인다" 법원이 선처한 사람 '예비 간호사'

"금고 이상의 형 확정되면 상당한 불이익 있어 보인다" 법원이 선처한 사람 '예비 간호사'

로톡뉴스 2021-09-18 09:36:29 신고

판결뉴스
로톡뉴스 안세연 기자
sy.ahn@lawtalknews.co.kr
2021년 9월 18일 09시 36분 작성
전문직 종사자나 예정자라는 이유로 선처한 법원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판받았지만⋯이례적으로 징역형 아닌 벌금형으로 선처
법원 "추후 간호사로 근무할 예정으로 보이는데⋯" 판결문에 명시
법원이 '예비 간호사'라는 이유로 필로폰을 투약한 피고인을 선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 높은 수위의 처벌을 하면 "상당한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말과 함께./셔터스톡
의사, 교수, 의학전문대학원생, 로스쿨생.

전문직 또는 예비 전문직. 이들이 피고인으로 등장하는 판결문에는 일반 사건에서 보기 힘든 문장이 종종 추가되곤 한다. 저마다 조금씩 내용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의사라서, 교수라서, 전도유망한 학생이라서 '선처'를 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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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이들이 성범죄 등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해당 직업을 갖고 있다는 이유 그 자체로 관대한 처벌을 했다.

그런데 최근 한 법원이 '예비 간호사'라는 이유를 들어 선처를 해준 것이 확인됐다. 로톡뉴스가 직접 확인한 해당 사건 판결문에는 법원이 '간호사로 근무할 예정'이라는 이유로 필로폰을 투약한 피고인을 선처한다는 내용이 명확히 담겨있었다.

필로폰은 '마약 끝판왕'으로 불리는 헤로인에 버금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청, 환각, 피해망상 현상을 유도하고, 중독성이나 의존성도 타 마약에 비해 강한 마약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필로폰을 투약한 '예비 간호사'에게, 법원은 이 간호사가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현장에서 근무한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선처를 선택했다.

더 높은 수위의 처벌을 하면 "상당한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말과 함께.

벌금형으로 선처한 이유⋯'예비 간호사'인 점도 고려됐다
예비 간호사 A씨는 호텔 등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필로폰 주사를 맞은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까지, 6개월 사이에 2번의 투약이 이뤄졌다. 필로폰 0.05g이 들어있는 주사기에 물을 넣어 희석한 다음 팔에 주사하는 식이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제6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가능한 필로폰 투약 행위. 그런데 지난 7월, 이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여주지원 황일준 판사는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최근 법원이 동일 범죄에 대해 일관되게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낮은 형량이었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기본 형량이 '징역 10개월~2년'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황 판사는 "피고인(A씨)은 단기간에 걸쳐 두 차례 필로폰을 투약해 죄질이 나쁘다"고 했지만 선처했다. △반성하고 있고, △수사에 성실히 협조한 것으로 보이며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 외에 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 외에도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추후 간호사로 근무할 예정으로 보이는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피고인에게 상당한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판결문 중 일부. /대법원 대국민 서비스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판결문 중 일부. /대법원 대국민 서비스

같은 달 선고된 필로폰 사건과 비교해보니⋯벌금형은 딱 1건, 모두 징역형 이상
법원의 '배려'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A씨. 만약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면, A씨는 그 기간 만큼 간호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다. 현행 의료법(제8조)상 A씨가 실형을 선고받았다면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될 때까지, 집행유예라도 해당 유예 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A씨는 간호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다.

황 판사가 말한 "상당한 불이익"은 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벌금형은 이러한 제약을 받지 않는다. 덕분에 A씨는 앞으로 간호사 국가시험에 응시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지장이 없게 됐다. 설사, 이미 시험을 통과해 간호사 면허 자격이 있었다고 해도 취소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관련 판결을 보면, A씨가 이례적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점이 더욱 명확해진다. A씨 판결과 같은 달에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은 경우를 살펴보면, 법원은 일관되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있었다. 벌금형은 없었다. 심지어 A씨 보다 투약한 횟수가 적거나, 투약한 양이 더 적었을 때조차 그랬다.

단 '1번'의 투약으로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문중흠 판사는 "마약범죄는 중대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동종 범죄 전과도 없는 피고인에게 벌금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씨가 투약한 필로폰 양(0.05g) 보다 더 적게 투약했을 때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김진철 부장판사는 0.03g의 필로폰을 한 차례 투약한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 역시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과가 없었는데도 벌금형은 아니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박성규 부장판사도 필로폰을 한 차례 투약한 이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동종 전과가 없었지만, 역시 벌금형을 선고하진 않았다.

마약을 투약한 행위는 똑같았지만, 형량은 확인히 갈렸다. 예비 간호사로서 상당한 불이익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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