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경주

다시 만난 경주

노블레스 2021-07-30 17:00:00 신고

황리단길의 그림책 전문점인 소소밀밀 내부.

역사 속을 걷다
경주의 매력은 마음먹고 길을 나서면 어디서든 유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주에서 가장 많은 불상을 만날 수 있는 남산은 야외 박물관으로 불리는데, 품고 있는 유적과 유물이 690여 개에 이르고 계곡만 해도 43개에 달한다. 불국사, 석굴암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을 오르기 위해 편한 운동화는 필수. 제대로 찬찬히 둘러보려면 1박2일로도 부족하다. 그중 서남산 기슭에 자리한 삼릉은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삼릉에서 금오산 정상을 거쳐 용장사로 내려오는 길은 수많은 불상과 탑을 볼 수 있어 역사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삼릉에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소나무 숲은 소나무 사진으로 알려진 배병우 작가의 몽환적인 소나무 숲 사진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운이 좋으면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1 삼릉 소나무 숲.   2 발굴 현장을 볼 수 있는 쪽샘유적 발굴관.

한편 시내와 교외를 막론하고 경주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것이 고분이다. 대릉원 일대에는 1906년에 발굴한 황남리 고분부터 금관총, 천마총, 황남대총에 이르기까지 200여 개의 크고 작은 무덤이 있다. 대릉원 동쪽에 자리한 쪽샘지구는 비교적 최근에 발견한 고분 밀집 지역으로 2007년부터 발굴 조사를 시작해왔다. 발굴 현장은 대부분 비공개지만 쪽샘 44호분의 경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쪽샘유적발굴관’을 설립해 국내 최초로 고분 발굴 현장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어 역사적으로나 교육적으로 가치가 높다. 2018년까지 공개한 후 공원화할 계획이라고 하니 대릉원 일대를 찾았다면 꼭 가볼 것을 권한다.






3 브런치 전문점 노르딕.   4 오픈 샌드위치.

새로운 경주를 마주하다
대릉원 일대의 포석로는 현재 경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거리다. 서울의 경리단길에서 이름을 따 ‘황리단길’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작년부터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개성 있는 카페와 숍이 들어서며 활기를 띠고 있다. 초입에 자리한 노르딕은 3명의 청년 대표가 운영하는 브런치 전문점으로 작년 2월에 문을 열었다. 노르딕에서는 로푸드 중심의 샐러드와 담백한 오픈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는데 관광객뿐아니라 경주 시민도 즐겨 찾는다. 바질 페스토를 바른 곡물 빵 위에 치즈와 아보카도, 구운 새우를 올린 오픈 샌드위치가 인기 메뉴. 에디터와 바리스타 출신의 두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 노워즈는 적산가옥의 골격을 살려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난 인더스트리얼 무드로 꾸며 더욱 멋스러운 공간이다. ‘말이 필요 없다’는 단순하고 명확한 상호명처럼 이곳에선 시럽류를 배제하고 원두와 우유 두 가지로 커피를 만날 수 있다.






5 카페 노워즈 내부.   6 인기 메뉴인 플랫화이트.

황리단길에선 카페와 식당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개성 있는 숍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배리삼릉공원은 흔히 관광지에서 파는 천편일률적인 관광 상품을 벗어나 경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제작한 관광품을 판매한다. 벽돌의 질감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첨성대 모양의 초와 다보탑 모양으로 만든 클립, 김유신 장군의 그림을 그려 넣은 성냥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은 제품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30분을 훌쩍 넘기는 것은 기본. 이곳은 경주를 주제로 제작한 상품 외에 지역 작가들의 제품도 함께 소개해 있어 여행지의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중심가에서 벗어난 좁은 골목에 자리한 소소밀밀은 그림책 전문 서점으로 그림 작가인 구서보 대표와 편집자 출신인 김지혜 대표가 운영한다. 어린이 대상 그림책을 포함해 그래픽 노블, 한정판 그림책 등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는데, 구서보 대표가 직접 읽어본 후 선정한 책들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 서점과 달리 그림 작가인 구서보 대표가 고객 한 명 한 명을 대상으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책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해 마치 어린이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사실 관광객을 통해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한 황리단길의 범위는 명확하지 않다. 대체로 내남 네거리에서 대릉원 뒷길 방면으로 숍과 카페가 이어지는 500m 정도의 거리가 황리단길에 속하는데, 최근에는 이 거리를 중심으로 카페와 음식점이 크게 증가해 범위가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 주말에는 관광객으로 카페마다 긴 줄이 늘어서지만 이곳의 진가를 확인하고 싶다면 조금 번거롭더라도 평일에 방문해 초입부터 거리의 끝까지 천천히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199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오래된 상점과 현대적 감각의 숍, 그리고 천년의 역사를 품은 고분의 이질적인 만남은 어디서도 접하지 못한 새로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에디터 박현정(hjpark@noblesse.com)
사진 공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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